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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 축제를 앞둔 바닷가 마을의 중학교. 친구 사이인 노리미치(스다 마사키 목소리)와 유스케(미야노 마모루 목소리)는 동급생인 나즈나(히로세 스즈 목소리)를 마음에 두고 은근히 신경전을 벌인다. 학교 수영장에서 시합하는 둘을 지켜보던 나즈나는 승자인 유스케에게 불꽃놀이를 보러 가자고 말을 건넨다.

노리미치와 친구들은 "쏘아올린 불꽃을 옆에서 보면 둥글까? 납작할까?"를 놓고 말씨름을 벌인다. 유스케는 친구들과 불꽃놀이를 보러 가며 나즈나와 약속을 깨버린다. 재혼하는 엄마(마츠 다카코 목소리)에게서 도망치다 실패한 나즈나를 보던 노리미치는 "만약에 내가 시합에서 이겼다면?"이란 상상을 한다. 그 순간, 나즈나가 바다에서 주운 구슬이 신비한 힘을 발휘하여 노리미치를 과거로 보낸다.

11일 개봉한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영화 <러브레터>(1995)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탄생했다. 1993년 4월부터 9월까지 후지TV에서 방송된 옴니버스 드라마 < if 만약에>는 선택의 분기점을 테마로 두 가기 결말이 존재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 중 한 편이었던 드라마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와이 슌지에게 일본 영화감독 협회 신인상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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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분 남짓한 실사 드라마를 90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아이디어는 카와무라 켄키 프로듀서가 내놓았다.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구상하던 그는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를 떠올렸다. 드라마에서 그려졌던 소년의 매력과 소녀의 아름다움을 다시 만드는 방법은 애니메이션밖에 없다고 보았다.

드라마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기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와이 슌지는 "전혀 다른 것이 된다고 해도 그 다름을 보고 싶다"며 "자유롭게 만들어 달라"고 조언했다. 각본은 <모테키: 모태솔로 탈출기>에서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를 오마주한 바 있는 오오네 히토시가 썼다.

연출은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와 <모노가타리> 시리즈를 만든 신보 아키유키가 맡았다. 이와이 슌지가 만든 '되돌아간다'는 아이디어를 오오네 히토시가 새로이 확장한 걸 '만약'이란 세계를 애니메이션으로 능숙히 다루는 신보 아키유기가 소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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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인물, 사건, 배경을 드라마에서 고스란히 가져왔다. 애니메이션은 나즈나가 바다에서 주운 구슬을 새롭게 추가한다. 이것은 원작과 큰 차이점으로 작용한다.

애니메이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드라마의 A와 B란 두 가지 결말을 크게 확장한다. 노리미치는 구슬의 힘을 빌어 수 차례에 걸쳐 과거로 가서 현재의 결과를 바꾸려고 시도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처럼 '타임리프(Time Leap)'물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원작 전개를 충실히 따르던 애니메이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중반부터 자신의 길을 걷는다. 각본을 쓴 오오네 히토시는 "원작에서 나즈나가 갑자기 역에서 말하는 부분이 의문이었다"며 "만약 전철에 탔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완성한 듯한 기분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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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네 히토시와 신보 아키유키는 구슬과 등대를 사용하여 내용을 강화한다. 원작은 찬란한 빛을 발하는 불꽃놀이와 그것을 쫓는 여정으로 청춘을 조명했다. 애니메이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원작의 요소 위에 인물들을 안내하는 구슬을 놓고 이들을 비추는 등대를 세운다.

이와이 슌지는 다큐멘터리 <소년들은 불꽃을 옆에서 보고 싶었다>에서 자신의 작품이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미야자와 켄지의 대표작인 <은하철도의 밤>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애니메이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에도 <은하철도의 밤>의 흔적은 깊다. 후반부의 열차 장면도 그렇거니와 주제에서도 유사한 구석이 많다. 

미야자와 켄지의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1985년 작품 <은하철도의 밤>은 미야자와 켄지가 쓴 시집을 인용하며 끝맺는다. "'나'라는 하나의 현상을 유기적으로 교류하는 전구로 가정해보면 하나의 푸른 조명입니다"란 문구는 애니메이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의 구슬, 등대와 맞닿는다. 삶, 감정, 관계, 영향, 성장을 다룬 두 작품은 시간을 건너뛰어서 공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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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 아키유키는 "기술이 진화하여 실사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게 되었기에 애니메이션이 설 자리는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품었던 "애니메이션의 필요성은 뭘까?"란 고민은 애니메이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란 해답으로 돌아왔다.

애니메이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다양한 표현법이 돋보인다. 후반부의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장면과 불꽃놀이는 현실의 질감과 만화의 느낌이 공존한다. 장면과 장면은 음악에 맞추어 거친 듯 부드럽게 연결되어 강한 잔영을 남긴다. 나즈나가 엄마에게 끌려가는 장면은 원작의 앵글과 컷 분할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하며 존경을 바쳤다.

애니메이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원작의 정서를 살리면서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어 흥미로운 재해석으로 이끈다. 애니메이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리메이크의 좋은 모범이다. 그리고 애니메이션만이 가능한 표현은 무엇인가를 증명한 사례다.

이와이 슌지 신보 아키유키 히로세 스즈 스다 마사키 미야노 마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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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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