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최근까지 대한민국과 북한은 핵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북한은 연일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며 세계를 상대로 핵 보유국임을 인정하라고 협박했고 미국을 필두로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로 맞섰다. 불과 얼마 전까지 그랬는데 오는 2월 9일 개막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이 2년 만에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일사천리로 정부는 남북한 공동 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실업팀, 고등학교 팀도 하나 없는 현실에서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올림픽을 목표로 많은 땀을 흘려왔다. 이에 대회를 한 달 앞두고 북한 선수들과 팀을 합치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가 너무 조급하고 성급하게 합의를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남북한 대결 상황에서 대화와 협력으로 국면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스포츠를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아무리높아도 누구도 그런 권능을 정부에 주지 않았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여자 선수들은 모두가 다른 직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아니스트, 우체국 공무원, 대학생 등 그 구성도 다양하다. 국가대표지만 아이스하키만로는 생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선수들은 운동 그 자체가 좋아서 힘들고 어렵고 궁핍한 지난 시간들을 자기들의 즐거움으로 채워 이제 꿈에 그리던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단일팀으로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

혹 일부 진영에서는 국가의 큰 대의를 위해서 이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이야기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종환 장관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그럴 권한이 없다. 선수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일반 국민과 선수들이 납득함과 동시에 즐겁고 기쁘게 올림픽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물론 북단국가인 우리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분위기가 조성되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 누구도 희생을강요 당하거나 강제 당해서는 안될 것이다.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국가대표2>(2016)의 마지막 장면에는 탈북한 주인공이 국제대회에서 헤어졌던 동생과 각각 대한민국과 북한의 아이스하키 선수로 재회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 주인공은 얼굴도 마주보지 못하고 그저 의자 밑으로 손을 잡고 정면을 응시하며 대화를 나눌 뿐이다. 영화지만 마치 지금 남·북한의 현실과 닮아있다.

영화국가대표2 공식 스틸컷 가족의 탈북으로  헤어졌더 자매가 아시안게임에서 만나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 영화국가대표2 공식 스틸컷 가족의 탈북으로 헤어졌더 자매가 아시안게임에서 만나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 쇼박스


같은 민족이지만 엄연히 다른 체제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대한민국과 북한이 국제사회의 감시와 우려 속에서 올림픽을 기점으로 손을 잡았다. 그렇지만 영화의 자매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는 것처럼 우리도 올림픽이 끝나면 다시 대한민국과 북한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북한이 미사일 개발과 핵 보유국을 포기할 리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냉정해져야 한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스포츠는 사익과 정권의 이익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큰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정부와 문체부 공무원들이 이번 올림픽에 거는 기대와 명예회복을 위한 욕구를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권익과 목소리보다 국가를 앞세워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한다면, 조금 과장해서 정정당당한 대한민국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정부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회는 균등해야 한다.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외침이 오늘은 조금 공허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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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문재인 정부는 소수의 의견도 경청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동안 고생해 온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무리한 단일팀 추진은 옳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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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쵸코파이와 부라보콘과 함께 태어나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남중,남고를 나와 90년대 학번으로 IMF를 온몸으로 느끼며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20년 동안 광고기획자로 살다가 최근 글쓰기를 다시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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