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급기밀> 관련 사진.

영화 <1급기밀> 포스터. ⓒ 리틀빅픽쳐스


한창 여러 사회고발성 영화들의 제작이 예고됐을 때 < 1급기밀> 역시 기대작으로 꼽히곤 했다. 검경과 정치인 등의 비리를 파헤친 다른 영화와 이 작품이 달랐던 점은 방산비리, 군납비리를 조준했다는 점. 어쩌면 가장 은밀하면서도 조직 내부에 만연해 있을 적폐이기도 하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사건 관련 정보와 주변 인물 등이 비교적 노출되어 있는 다른 소재와 달리 군납비리는 폐쇄적인 조직 특성 상 그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다. 과연 얼마나 이 소재를 현실적으로 그렸는지가 이 영화의 성패를 가르는 첫 번째 기준이 될 가능성이 컸다.

구성의 묘미

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 1급기밀>은 기교를 부리기보단 정면승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야전 장교 출신 박대익(김상경) 중령의 시점으로 그가 발령받은 국방부, 그 안에서도 군수본부 항공부품구매과를 들여다봤다. 친절한 태도로 한 식구임을 강조하는 직원들과 상사들에게 다소의 거부감을 느끼는 박 중령, 그러다 업무를 익혀가는 중에 알게 되는 미심쩍은 부분들이 곧 비리의 실체였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영화는 차근차근 그려갔다.

이 영화의 뼈대가 되는 실제 사건은 총 세 가지다. 1998년 MBC <시사매거진 2580> 방송으로 드러난 국방부 조달본부 내 비리와 2002년 차세대 전투기 사업 과정에서의 비리, 그리고 2009년 해군 납품 비리 사건이다.

이 사건들이 알려지게 된 배경엔 모두 양심의 소리에 눈을 뜬 내부 고발자가 있었다. 조달본부 비리를 폭로한 고 박대기 선생,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 부당한 압력에 좌지우지 된다고 고발한 조주형 대령, 또 계룡지원단 간부들이 거액을 횡령했다고 증언한 김영수 소령은 각각 자신의 위치에서 본분을 다한 이들이다. 이 건들을 고 홍기선 감독이 치밀하게 취재했고, 8년의 집필을 거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자칫 산만할 수도 있는 구성이었지만 영화는 '내부고발자'가 결단하고 외부 압력에 흔들리고, 밑바닥에 떨어진 뒤 다시 마음을 굳히는 과정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독립된 세 사건에서 공통적인 요소를 하나의 이야기로 녹인 셈이다. 

물론 약점이 없진 않다. 사건을 파헤치고 쫓고 쫓기는 추격 액션을 넣음으로써 상업영화의 성격을 갖추려 했지만 일부 설정과 반전의 요소가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미스터리 장르로서의 세련됨을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상쇄할만한 묵직함과 긴장감이 살아있으니 이런 고발성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 입장에선 후회 없을 선택이 될 것이다.

 영화 <1급기밀> 관련 사진.

영화 <1급기밀> 관련 사진. ⓒ 리틀빅픽쳐스


배우들의 면면

영화 <살인의뢰>(2015) 후 3년 만에 등장한 배우 김상경도 반갑고 신선하다. 관객들에겐 코미디와 휴먼드라마를 넘나드는 여러 영화로 알려졌고 최근 활동이 뜸해보였는데 이 작품을 통해 김상경이라는 배우의 장점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소수의견>(2015)에서 기자로 분한 김옥빈이 이번 작품에서 또 다시 기자 역을 맡았다는 점은 흥미롭다. 전자가 용사참사의 진실을 전하는 초년생 기자였다면 이번엔 나름 특종을 사수하고 상부의 압박에서 지켜내려는 전문 방송 기자다. 김옥빈의 팬이라면 이 기자 캐릭터의 성장에 집중해서 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군수본부 외자부장 역을 맡은 최무성, 군수본부 소속 대령 남선호 역의 최귀화, 그리고 항공부품구매과 황 주임 역을 맡은 김병철 세 사람의 활용이다.

이야기 면에서 세 캐릭터는 강한 악역이지만 세부적으로 저마다 기능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다. 한 식구임을 강조하며 의리파인 듯 한 외자부장은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권력 상승의 욕망으로 작용하고, 주인공의 동기인 남선호 대령은 잘못된 관행을 합리화 시키는 인물로 기능한다. 또한 황 주임은 내부 실세로 은근하게 주인공을 압박하는 존재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적폐들의 특징을 나름 현실적으로 살렸다고 볼 수 있다.

투박하고, 다소 예상 가능한 전개라는 단점에도 < 1급기밀>은 지금껏 국내 영화관에 등장한 사회고발성 영화들과 어깨를 견줄 만하다. 국내 최초로 군납비리를 다뤘다는 홍보문구가 아깝지 않은 정도다. 

<오! 꿈의 나라>(1989),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1992), <이태원 살인사건>(2009) 등의 작품으로 사회적 변혁을 꿈꿨고, 동시에 상업영화 안에서 강한 메시지를 던져온 홍기선 감독의 유작이다.

 영화 <1급기밀> 관련 사진.

ⓒ 리틀빅픽쳐스



한 줄 평 : 현역 군인들과 모든 예비역들의 정훈 교재로도 우선 상영돼야 할 작품
평점 : ★★★☆(3.5/5)

영화 <1급기밀> 관련 정보
연출 : 고 홍기선
출연 : 김상경, 김옥빈, 최무성, 최귀화, 김병철, 신승환, 정일우, 유선
제작 : 미인픽쳐스
배급 : 리틀빅픽쳐스
러닝타임 : 101분
상영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크랭크인 : 2016년 9월 23일
크랭크업 : 2016년 12월 9일
개봉 : 2018년 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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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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