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1월 터키 전지훈련에 참가하는 대표팀 소집 명단 발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1월 터키 전지훈련에 참가하는 대표팀 소집 명단 발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엔트리 승선을 향한 신태용호의 내부 경쟁이 중요한 길목에 섰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터키 전지훈련에 참가할 선수 24명을 발표했다. 이번 전지훈련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이 아니어서 리그 일정상 손흥민-기성용 등 핵심 유럽파들을 차출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소속팀의 ACL PO 일정이 겹치는 염기훈-권경원, 군입대가 예정된 주세종, 이명주 김민우 같은 동아시안컵 멤버들도 일부 제외됐다.

비록 '최정예'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지훈련의 의미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에 나설만한 국내파-아시아 리거들의 마지막 옥석 가리기는 물론, 수비 조직력 향상과 플랜 B 완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8명의 교체선수, 이들의 활용법은?

무엇보다 이번 터키 전훈 명단을 통하여 신태용호는 앞으로 남은 5개월간 월드컵 로드맵의 방향성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첫 번째는 역시 '연속성'이다. 신감독은 지난 12월 동아시안컵 대표팀 명단에서 총 8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하지만 어차피 차출이 불가능했던 일부 주전급 선수들의 공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인위적인 변화의 폭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신 감독은 지난 6월 대표팀 사령탑 취임 이후 꾸준히 중용해왔던 주축 멤버들에 대한 신뢰가 공고한 모습이다. 김진수, 정우영, 최철순, 김신욱, 장현수, 이재성, 이근호 등 동아시안컵 주전 멤버들의 다수가 이번에도 변함없이 이름을 올렸다.

동아시안컵에서 다소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수비진에 새로운 얼굴의 투입을 예상했지만 신 감독은 김영권의 복귀 정도를 제외하면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공격진도 이정협이 빠졌을 뿐 동아시안컵 멤버와 동일하다. 3월 A매치에서 마지막 점검이 예상되는 황희찬-석현준 등 유럽파 공격수들, 홍정호-박주호 등 해외 유턴파 수비수들의 빈 자리까지 감안하면 더 이상 실험의 폭을 늘리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지금의 선수층을 '베스트'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조직력과 안정감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대목이다.

대신 새롭게 합류한 8인의 새 얼굴을 이번 전훈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신 감독에게 주어진 숙제다. 지난 시즌 K리그 도움왕을 차지한 손준호는 이번이 A 대표팀 첫 승선이고 홍철, 김승대, 이승기 등은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개인 능력만 놓고 보면 진작에 대표팀에서 기회를 얻었을 선수들이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지금 시점에서 이들 중 몇 명이나 기존 멤버들을 제치고 월드컵 본선까지 승선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 부상 같은 변수를 감안하여 최대한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놓고자 하는 포석이다. 그러나 기존 주전들에 대한 신 감독의 신뢰가 확고한 상황에서, 새로 합류한 선수들 입장에서는 이미 자신들을 잠시 주전 선수들의 빈 자리를 대체하는 용도로만 여긴다면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 있다. 선수단 전체의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새로운 선수들의 장점을 신태용 감독의 전술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박주호, 홍정호 등 제외...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

 지난해 12월 18일 울산 현대는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뛰고 있던 박주호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울산 현대는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뛰고 있던 박주호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 울산 현대


반면 '이름값에 치우친 무임승차는 없다'고 확실한 메시지를 남긴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신태용 감독은 최근 K리그로 복귀해 눈길을 끌었던 해외유턴파 박주호와 홍정호를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았다. 이들은 국제 경험이 풍부한 스타급 선수들이다. 비록 해외무대에서 오랫동안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경기감각이 떨어진 상태지만 어차피 국내에 복귀해 운신의 폭이 자유로워진 만큼 이번 전훈에 선발해 컨디션을 점검하려 했다면 발탁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신 감독은 '소속팀을 바꿨다고 바로 대표팀에 뽑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기존 선수들에 대한 신뢰도 있지만 대표팀 선발의 '형평성'까지 고려한 선택이다. 선수의 이름값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팀으로서의 '원칙'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던 홍명보-슈틸리케 시절의 잘못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자선 축구 볼다툼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홍명보장학재단 자선축구경기 '쉐어 더 드림 풋볼 매치 2017'. 하나팀 고요한과 희망팀 홍정호가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홍명보장학재단 자선축구경기 '쉐어 더 드림 풋볼 매치 2017'. 하나팀 고요한과 희망팀 홍정호가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는 단순히 박주호-홍정호만이 아니라 소속팀에서 방황하고 있는 모든 선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나마 팀이라도 옮기며 변화를 시도했던 선수들과 달리, 유럽파 이청용과 지동원 등은 여전히 소속팀에서 장기간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며 슬럼프가 길어지고 있다. 시기적으로 이들이 지금 새 소속팀을 찾아 나서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

박주호와 홍정호도 시즌 초반 컨디션을 빨리 회복하지 못한다면 월드컵 승선은 사실상 어렵다. 신 감독은 심지어 이번 전훈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영권에 대해서도 '이번에는 감독에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신 감독은 '대표팀의 문이 아직 열려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경쟁은 치열하되 과정은 공평해야 한다. 일부 유럽파와 해외유턴파 선수들은 현재 내부 경쟁에서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하거나 월드컵에 나가겠다는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에 대해서는 결코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결단이다.

5개월 남은 월드컵, 디테일을 채워야 한다

또한 신 감독은 이번 전훈에서 치러지는 '평가전'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동아시안컵과 비교해도 달라진 부분이다. 신태용 감독은 터키 전훈에서 몰도바(피파랭킹 167위)와 자메이카(54위) 라트비아(132위)등과 평가전이 예정되어 있다. 월드컵 본선을 준비해야 하는 팀치고는 상대 전력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1월 전훈은 어차피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강호들도 최정예 멤버를 소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특히 국내파와 아시아 리거들은 비시즌 기간이라 컨디션도 완전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전 결과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쉽다. 신 감독은 이번 전훈은 '경기보다 선수'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분명히 했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훈련과 선수 점검 과정의 일부로서 평가전은 연습경기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방향성이 분명해졌다면 지금부터는 디테일을 채워야 할 시점이다. 어느덧 월드컵 로드맵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신태용호로서는 더 단단해진 팀을 만들어가기 위하여 이번 전훈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신태용 전지훈련 축구대표팀 러시아월드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