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워키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친 최지만

밀워키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친 최지만 ⓒ MLB.com


잔류를 선언한 채 FA 시장에서 찬 바람을 맞던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드디어 계약에 성공했다. 주인공은 최지만(26)이다. 15일(한국 시각) 밀워키 브루어스 구단은 최지만과 최대 150만 달러의 스플릿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제 최지만은 스프링캠프에서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 로스터 자리를 두고 생존 경쟁을 앞두고 있다.

계약 구단이 1루수 층이 두터운 편인 밀워키 브루어스라는 점은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최지만은 "내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했다. 기회를 줄 수 있는 팀에 가고 싶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엠스플뉴스>, 최지만 "밀워키 선택, 경쟁 환경 중요했다").

사실 템파베이 레이스도 강력한 후보군이었다. 템파베이는 현재 확실한 1루 자원이 없는 상황이었고,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1루 경쟁구도가 다른 팀들에 비해 수월했다. 그러나 템파베이가 대어 FA 1루수에 아직 관심을 갖고 있었던 반면 밀워키는 더 이상 1루수 후보 영입이 없을 것을 약속하면서 일단 영입전에서 밀려났다.

FA 시장에 더없이 차가운 겨울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상당히 수월하게 팀을 찾은 최지만이지만, 밀워키의 경쟁 환경까지도 그에게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현 로스터, 대부분 역할 정해져... 최지만 잔류 가능성은

밀워키는 많은 좌타자를 보유하고 있다. 얼핏 봤을 땐, 좌타자를 선호하는 것이니 좌타자 최지만 선수에겐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그러나 플래툰 적용을 받지 않는 타자는 3루수 트레비스 쇼 뿐이다. 1루수, 2루수에 플래툰이 적용되고 있고 주전포수 스티븐 보그트 역시 좌타자다. 플래툰이 적용된다는 건 한 포지션에 2명의 선수가 로스터에 확정적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벤치에 우타자 3자리까지 이미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 상황의 밀워키 벤치 멤버를 살펴봐도 최지만은 다소 불리해 보인다. 일단 백업포수가 포함되고 아귈라, 비야르가 플래툰 요원으로 자리를 부여 받는다. 추가로 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 플레이어 에르난 페레즈가 승선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남은 자리는 하나인데, 팀에서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유망주이자 전문 외야수인 루이스 브린슨이나 브렛 필립스에 비하면 1루수 최지만은 다소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다른 좌타자도 많고 플래툰 좌타자로 자신의 포지션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 아닌 최지만은, 이대로라면 주전의 부상 없이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루수, 작년 인상적이었던 가용 자원 많다... 쉽지 않은 싸움

지난 시즌 밀워키는 새로운 1루수로 에릭 테임즈를 영입하면서 국내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테임즈는 돌아온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새로운 화력을 선보이며 자신을 알렸고 30홈런 시즌을 만들어냈다. 플래툰으로 활약한 헤수스 아귈라 역시 OPS 0.837의 활약으로 합을 잘 맞췄다. 둘의 활약으로 밀워키는 1루수 OPS 9위(0.860), fWAR 11위(3.8), wRC+ 11위(121)로 괜찮았다.

테임즈는 홈런도 홈런이지만 볼넷 고르는 능력도 확실히 발휘했다. 그는 삼진을 많이 당하긴 했지만 동시에 기복 없는 볼넷 출루능력도 보여줬다. 그는 월별 성적에서 7월을 제외하면 타율과 출루율이 1할 이상 차이가 났다. 7월에도 0.8 가까운 차이가 난 만큼 출루에서도 확실히 활약을 해줬다. 출루율 부분에서 강점을 어필하려는 최지만에게 있어 테임즈는 같은 유형의 선수인데 홈런까지 많이 치는 상위 호환격이 됐다. 아귈라는 경쟁자로 거론되긴 했으나 테임즈의 로스터 자리가 보장되어 있고 플래툰 적용이 예측되는 이상 부상 외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최지만과는 서로의 로스터 이동에 큰 관련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3루수로서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핵심 타자로 거듭난 트레비스 쇼도 1루를 볼 수 있다(106경기 750.2이닝 소화). 올해는 3루에 고정됐지만 유틸리티를 선호하는 구단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상황이 맞는다면 반대편 핫코너 자리에서도 일정시간 활약할 여지가 있다. 유틸리티 플레이어지만 지금까지 3루수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던 에르난 페레즈가 3루를 맡으면서 쇼가 1루를 맡는 그림은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 아니다.

여기에 포수 수비력이 감퇴한 스티븐 보트도 1루를 맡을 수 있다는 점은 최지만의 경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게 한다. 보트는 수비 부분에서 작년에는 상위권이었으나 커리어 내내 프레이밍 능력은 좋지 못했고 도루저지에도 큰 약점을 보였다. 보트 자신도 오클랜드 시절 73경기 527이닝을 1루수로 활약했던 바 있고, 팀에는 지난 시즌 괜찮은 타격과 수비능력을 보여준 매니 피냐가 있다. 피냐에게 안방을 맡기고 종종 1루 미트를 끼는 시나리오 역시 그려볼 수 있다.

1루수가 가능한 멀티 포지션 좌타 요원이 많다는 점은 최지만에게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밀워키 카운셀 감독은 내부 자원에서 뽑을 수 있는 팀 타선 조합을 최대한 다양하게 짜는 감독이다. 위의 두 사례들은 테임즈가 부진할 것을 가정한 상황에서 조합을 짠 것인데, 새 얼굴 없이 현재 예상되는 25인 로스터만으로도 대체 조합 찾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밀워키 입장에서 최지만까지 합류한 지금, 추가로 1루수를 영입할 필요성은 최소한 이번 겨울에는 없다.

좌익수 '간판 스타' 브론은 물론, 핵심 유망주들도 준비 대부분 끝마쳐

최지만이 수비를 소화했던 좌익수는 경쟁구도를 가져가기조차 쉽지 않다. 밀워키의 터줏대감 라이언 브론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클랜드로 건너간 좌익수 크리스 데이비스가 있었던 시절엔 잠시 우익수로 옮기기도 했지만, 데이비스는 떠났고 반대편에서는 도밍고 산타나가 드디어 기량을 만개했다. 부상이 없는 한 밀워키 프랜차이즈 스타인 브론은 변함없이 좌익수로 시즌을 치를 것이다.

지난 시즌 밀워키가 86승 팀으로 거듭날 당시, 타선에 대해서는 브론의 부상과 미미한 존재감으로 더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시즌에는 본격적으로 시카고 컵스와 경쟁을 해볼 생각으로 스토브리그 초반 에이스급 투수들과도 링크설이 돌기도 한 밀워키라면, 성적 하락으로 7월 막바지를 맞이하기 전까지는 브론을 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6월 15일에 계약서 상 두번째이자 마지막 옵트아웃 권리를 갖게 되는 최지만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듯 브론이 떠난대도 그 자리는 미래를 맡길 유망주들이 대기하고 있다. 브렛 필립스와 루이스 브린슨이 그들이다. 94년생 동갑내기인 두 선수는 팀에서도 핵심 유망주의 지위에 있다. 루이스 브린슨은 팀내 랭킹 1위에 빛나는 선수고, 필립스는 12위지만 작년 37경기에서 OPS 0.799로 첫 걸음은 잘 뗐다. 브론 이후를 대비하는 유망주들의 정착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소식은 내년 이후 팀과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최지만의 경쟁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많아지는 나이와 길어지는 마이너리그 커리어, 구단 입장에서는 감점 요소

밀워키가 3년 동안 최지만에게 관심을 가지고 매년 러브콜을 보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될 경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긴 힘들다. 최지만은 지난해 6경기 동안 상당히 좋은 감각을 과시했음에도 핵심 유망주에게 밀려 바로 DFA(양도선수 지명)됐던 경험이 있다. 그간 메이저리그 실적이 있었던 크리스 카터가 꽤 기회를 받다가 DFA된 것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현재 최지만은 마이너리거로 7년 차를 맞게 된다. 여기에 룰5 드래프트에서도 선택 받았지만 그 시즌에 두 차례 DFA 조치 되는 일도 겪었다. 작년에는 핵심 유망주인 그렉 버드가 부상에서 돌아오자 바로 밀리는 냉정한 현실을 마주했다. 이제 그는 팀의 관심을 끄는 유망주가 아니라 뎁스 채우기용 선수로 위상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작년에도 마이너리거로서 부대비용 포함 최대 110만 달러 계약이라는 꽤 높은 대우를 받았음에도 그랬다.

작년 최지만이 양키스 스프링캠프에서 밀려 마이너리그로 보내졌을 때, 필자는 리그에서 적응된 성적이라는 이유와 더 젊은 유망주 선수에게 우선해 기회를 주는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들며 양키스 트리플A 팀에 가게된 최지만의 메이저리그 복귀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올해도 그 예상은 다르지 않다. 스프링캠프 경쟁에서 탈락한다면 추가 기회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과연 최지만은 열거된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 밀워키에서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거로의 정착을 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본인의 훌륭한 활약과 더불어 외부의 행운도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밀워키 산하 트리플A 팀에서 1루수로 75경기 .366 .428 .652 17홈런 82타점 wRC+ 173으로 최지만보다도 더 뛰어난 성적을 거뒀던 개럿 쿠퍼도 테임즈-아귈라 듀오가 건재하자 결국 밀워키 브루어스 소속으로는 한 경기도 뛰지 못한채 양키스에 가서야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뤄냈다. FA 시장에서는 한파를 피해갔으나 정작 팀내 경쟁에서는 더 큰 한파가 기다리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그래도 소중한 다음 기회와 여지를 얻게 된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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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만 밀워키 MLB 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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