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시장에서 또 하나의 준척급 선수 계약 소식이 들려 왔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17 시즌 종료 후 FA자격을 얻은 우완투수 김승회와 계약기간 1+1년, 총액 3억 원(계약금 1억+연봉 1억)에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김승회는 2018 시즌 (공개되지 않은) 옵션을 채운다면 2019 시즌까지 두산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김승회는 2017년이 시작될 때만 해도 SK 와이번스에서 방출 통보를 받고 은퇴위기에 몰렸던, 한물간 노장 투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3일 연봉 1억 원에 프로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두산으로 컴백했고 지난 시즌 두산의 필승조로 활약하며 극적으로 부활해 FA 계약까지 따냈다. 물론 수십억, 때로는 1백억을 상회하는 스타 선수들의 '대박 계약'과는 거리가 멀지만 김승회의 FA 계약은 여느 대형 선수 못지않게 가치가 있다.

두 번이나 FA보상 선수로 이적한 KBO리그 공식 21번째 선수

 돌고 돌아 친정팀으로 다시 돌아온 김승회. 김승회가 두산 베어스와 계약을 체결한 이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1월 돌고 돌아 친정팀으로 다시 돌아온 김승회의 모습.ⓒ 두산 베어스


2003년 제주 탐라대를 졸업하고 두산에 입단한 김승회는 2006년과 2012년 각각 6승을 올리며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두산의 스윙맨으로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2012 시즌이 끝나고 두산이 홍성흔을 재영입하는 과정에서 롯데가 보상 선수로 김승회를 지명하면서 프로 데뷔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팀을 옮겼다. 두산의 유망주를 지명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그해 활약이 좋았던 '즉시 전력감' 김승회를 선택한 것이다.

이적 첫해 선발과 불펜을 넘나들며 4승 7패 2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한 김승회는 2014년 김성배의 부진을 틈타 롯데의 새 마무리 자리를 차지했다. 2014년 롯데의 뒷문을 지킨 김승회는 54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20세이브 4홀드 3.05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보직으로도 투구 내용으로도 프로 데뷔 12년 만에 거둔 최고의 시즌이었다.

하지만 김승회는 뒤늦게 찾아온 전성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김승회는 2015 시즌 개막 후 한 달 동안 1승 1패 2세이브 1홀드 12.27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끝에 마무리 자리를 내려놓았다. 이종운 감독은 잔여 시즌 동안 심수창(한화 이글스), 이성민 등 여러 투수을 쓰는 집단 마무리 체제를 운영했다(말이 좋아 '집단 마무리'지 그해 롯데 투수진 세이브의 합이 19개에 불과했으니 사실상 마무리가 없었다고 표현하는 쪽이 더 정확하다).

2015 시즌 다시 스윙맨 자리로 돌아가 2승 3패 1세이브 5홀드 6.24를 기록한 김승회는 2015 시즌이 끝나고 또 한 번 이삿짐을 싸야 했다. 롯데가 FA 자격을 얻은 불펜 투수 윤길현을 영입하면서 SK가 보상 선수로 김승회를 지명했기 때문이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두 번이나 FA 보상 선수로 팀을 이적하게 된 김승회를 두고 몇몇 야구팬들은 'KBO리그 공식 21번째 선수'라고 부르기도 했다.

SK는 선발과 불펜으로 두루 활용할 수 있는 김승회가 마당쇠로서 활용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016년 23경기에 등판한 김승회는 1승 1패 4홀드 5.92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6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은 김승회는 FA 신청도 미루며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었지만 돌아온 것은 싸늘한 방출 통보였다. 사실 SK 입장에서도 다음 시즌 성적이 보장되지 않는 30대 중후반의 노장 투수를 굳이 데리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2017 시즌 두산의 필승조로 활약, FA계약으로 얻은 '땀의 결실'

 필승조로 나서기도 하고 추격조로 나서기도 했던 김승회의 보직은 불분명하다. 물론 김태형 감독이 불펜 투수들의 보직을 사실상 파괴하면서 필승조와 추격조를 딱히 구분하지 않는 운영을 하고 있지만, 잠재된 위험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

김승회는 2017 시즌 두산베어스 핵심 불펜으로 활약하며, 지난 15일 생애 첫 FA 계약에 성공했다.ⓒ 두산 베어스


프로 14년 동안 FA신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을 위기에 처한 김승회에게 손을 내민 구단은 친정 두산이었다. 두산은 작년 1월 3일 연봉 1억 원에 김승회를 영입했다. 물론 두산에서도 김승회를 핵심 전력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김승회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을 이끌어 주는 마운드의 리더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2017년 김승회의 활약은 김태형 감독과 두산 팬들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김승회는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한 차례 휴식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것을 제외하면 시즌 내내 풀타임으로 활약했다. 두산 투수들 중 가장 많은 69경기에 등판해 팀 내 불펜 투수 중 다승 공동 1위(7승), 홀드 2위(11개), 이닝 3위(69이닝)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노익장'을 발휘한 것이다. 37세 시즌을 보냈으면서도 전반기 성적(3승 3패 6홀드 5.70)보다 후반기 성적(4승 1패 5홀드 3.76)이 더 좋았던 부분도 놀라웠다.

포스트시즌에서도 4경기에 등판해 2승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김승회는 시즌이 끝난 후 미뤄뒀던 FA를 신청했다.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하는 등 스토브리그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던 두산에서 김승회의 FA계약은 뒷순위로 밀렸지만 김승회와 두산은 이미 일찌감치 계약을 합의하고 세부내용을 조율하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15일 두산은 1+1년 3억 원이라는 조건에 김승회의 생애 첫 FA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만약 두산이 올 시즌 이용찬, 이현승이 부활하고 이영하, 박치국, 곽빈 등 신예 선수들이 성장한다면 김승회의 입지는 대폭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두산 불펜에서도 점수 차이에 상관없이 팀이 필요로 할 때 마운드에 올라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는 노련한 투수는 결코 흔치 않다. 갑작스럽게 구위가 저하되거나 부상에 시달리는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김승회는 2018 시즌에도 두산 불펜의 한 축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김승회는 SK의 채병용과 더불어 마운드에서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선수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야구팬들 사이에서 불리는 김승회의 공식 별명이 '땀승회'일 정도(김승회는 177cm 85kg으로 그리 큰 체구는 아니지만 선천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고 한다). 그동안 흘린 땀에 비해 얻은 것이 썩 많지 않았던 김승회는 38세 시즌을 앞두고 생애 첫 FA 계약을 체결하며 드디어 '땀의 결실'을 맺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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