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6-2017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7라운드 세비야와 홈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4-1로 승리했다. 이날 호날두는 2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 EPA/ 연합뉴스


2017년 발롱도르 수상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에이스' 호날두의 부진 속에 레알 마드리드는 무승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4일 오전 0시 15분(한국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7-2018 스페인 라리가' 19라운드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가 비야레알 CF에게 0대 1로 패배했다. 종아리 부상을 당한 세르히오 라모스를 제외하고는 최상의 전력으로 나선 레알이었지만 승점 3점을 잃었다. 예상대로 경기 대부분의 시간 동안 공이 굴러갔던 곳은 비야레알 진영이었지만 레알 선수들은 득점에 실패했다.

반면 90분 내내 선수비 후역습 전략으로 임한 비야레알은 후반 41분 파블로 포르날스의 선제 득점이 터지면서 인내 끝에 달콤한 열매를 땄다. 선제 실점 이후 다급해진 레알은 더욱 거세게 비야레알을 몰아쳤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레알은 이날 패배로 라리가 3경기 연속 무승과 동시에 공식 경기 4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졌다. 지난 시즌 라리가 트로피와 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동시에 들어올렸던 경기력은 없어진지 오래다. 현재 레알은 승점 32점(9승 5무 4패)을 기록하는데 그치면서 라리가 선두 FC 바르셀로나와 승점 차이가 16점까지 벌어졌다. 순위는 4위인데 비야레알에게 승점 3점을 헌납하면서 비야레알이 승점 31점(9승 4무 6패)까지 도달하게 되어 그마저도 위협을 당하고 있다.

레알의 부진, 원인은 침묵하는 호날두

엄밀히 말해 비야레알은 레알을 침몰시킬 힘을 가진 클럽이다. 여러 말 필요없이 비야레알이 현재 위치하고 있는 리그 순위가 그들의 능력을 증명한다. 그럼에도 레알에게 비야레알전 승리는 반드시 필요했다. 최근 흐름뿐만 아니라 이번 시즌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는 만큼 부진이 길어지기 전에 반전의 신호탄을 쏴야 했다.

하지만 비야레알은 레알의 조급함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기술적인 선수가 다수 포진돼 있고 카를로스 바카와 같이 결정력이 있는 선수가 있는 비야레알이었지만 차분하게 기회를 기다렸다.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후방 지역에서 수비 그물망을 펼쳤다.

이 그물망에 레알 선수들 대부분이 허덕였다. 그중에서도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란 대어도 낚았다. 사실 과거와 다르게 호날두의 득점포 가동을 무산시킨 일은 큰 뉴스 거리가 아니다. 그만큼 '득점기계' 호날두는 이번 시즌 극도의 골가뭄을 겪고 있다.

호날두가 이번 시즌 라리가에서 상대의 골망을 흔든 횟수는 4번에 불과하다. 호날두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수치다. 2009년 레알 유니폼을 입은 이후 10년도 되지 않아 레알의 득점 역사를 모두 갈아치운 선수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 올 시즌 슈팅 숫자는 리오넬 메시에 이어 라리가 전체 2위지만 득점 랭킹 20위 안에도 속하지 못하고 있다. 비야레알전에서도 7개의 슈팅을 쏟아냈지만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챔피언스리그 득점 수다. 호날두는 이번 시즌 챔피언리그 조별리그 6경기에서 9골을 뽑아내며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다소 부끄러운 기록이다. 호날두가 넣은 9골 중 4골은 아포엘 FC와 경기에 집중되어 있다. 아포엘은 키프로스의 팀으로 챔피언스리그 레벨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클럽으로 평가받는다. 득점은 많이 터뜨렸지만 골의 순도는 아쉽다.

호날두는 이제 만 32세로 점차 선수 경력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는 선수다. 지난 시즌부터 현격하게 득점이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지난 시즌에는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해 상대를 궤멸시키며 영웅으로 등극했지만, 올 시즌은 그런 장면을 거의 만들지 못하고 있다. 득점으로 자신의 가치를 세우는 전형적인 공격수 호날두에게 감소하는 득점은 치명적이다.  

때문에 이번 시즌이 호날두가 하얀 유니폼을 입는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매시즌 이적설에 휘말리고 하는 호날두지만 이번에는 가능성이 크다. 항상 최고의 자리를 원하는 레알이 뚜렷한 하락세의 호날두에게 에이스 자리를 맡길지 의문이다. 라울 곤살레스가 그러했듯 호날두도 레알에서 은퇴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 현재 흐름이다.

압도의 전반전, 불안감의 후반전

최근 레알의 경기를 지켜본 팬이라면 가장 크게 느낄 감정은 아마 답답함일 것이다. 레알은 지난 시즌 팀의 영광을 이뤘던 선수들이 대부분 포진하고 있다. 때문에 경기력 자체도 나쁘지 않다.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를 중심으로 공의 소유권을 가져온다. 전방에는 호날두, 카림 벤제마, 이스코 등 거물급 선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유럽 최고의 선수진을 갖춘 레알은 전반전을 호기롭게 시작한다. 공을 잡으면 차근차근 선수들끼리 공을 공유하면서 빈틈을 만든다. 수비 상황에서는 강하게 전방 압박을 시도해 상대 진영에서 공격권을 유지한다. 전반전은 언제나 레알의 것이다.

비야레알전도 마찬가지였다. 나초-바란으로 이어지는 중앙 수비수 자원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비야레알의 골문을 노렸다. 수십 개의 크로스가 패널티 박스 안으로 전달됐다. 호날두를 필두로 레알은 전반전에만 15개의 슈팅을 때렸다. 골대를 강타한 슈팅도 2번이나 있었다.

레알의 선제 득점은 시간 문제처럼 느껴졌다. 허나 슈팅 정확도의 정밀함이 다소 떨어졌고 결정적으로 비야레알의 골키퍼 세르히오 아센호가 눈부신 선방쇼를 펼치면서 전반전은 0대 0으로 종료됐다.

전반전에 강한 전방 압박으로 체력을 소진한 레알은 후반전에 지친 기색을 보였다. 이 틈을 비야레알은 놓치지 않았다. 스피드와 돌파가 좋은 카스티예호를 축으로 간헐적인 역습을 시도했다. 바카가 슈팅 찬스를 잡기 시작했고 후반 2분에는 데니스 체리셰프가 예리한 슈팅을 구사했다. 자연스럽게 레알의 공격 기회는 줄었다. 이때부터 레알 팬들의 기대감은 답답함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결국 빠르게 떨어진 체력은 선제 실점이란 결과를 낳았다. 후반 41분 코너킥 상황에서 레알 선수들 대부분은 골을 위해 공격에 가담했다. 크로스는 차단을 당했고 비야레알의 역습이 시작됐다. 왼쪽 측면을 교체 투입된 체리셰프가 질주했다. 쳬리셰프가 정확히 넘겨준 크로스를 마찬가지로 교체 투입된 에네스 위날이 슈팅으로 이어갔다. 레알의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가 간신히 막아냈지만 뒤에서 쫓아온 포르날스의 칩슛까지는 막지 못했다. 폭발적인 스피드가 장점인 레알의 마르셀로와 카르바할은 후반전 교체 투입된 비야레알 선수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최근 레알의 전형적인 경기 패턴의 반복이다. 지난 12월에 있었던 바르셀로나와 경기가 대표적이다. 이날 레알은 리그 1위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전반전에 우세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골키퍼 테어 슈테켄의 방어와 골대 불운이 없었다면 선제골의 주인공은 레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레알은 바르셀로나 골망을 흔드는 데 실패했고 후반전에 내리 3골을 허용하며 완패 당했다. 전반전과 후반전 다른 팀이 뛰는 것처럼 경기력의 격차가 컸다. 전반전은 왕성한 체력으로 상대를 곤혹스럽게 하지만 후반전은 위험 상황에 계속되서 노출되는 레알이다.

'고구마를 먹은듯' 답답한 레알이다. 이런 흐름에서 지난 시즌에는 교체 선수들이 사이다 같은 활약상을 보여줬지만 올 시즌에는 그마저도 요원하다. 자연스럽게 감독 지네딘 지단의 경질설이 돌고 있고 호날두와 이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레알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레알 마드리드 호날두 부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