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색 팬더 응원봉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오후 8시가 되자 에이핑크 여섯 멤버가 순백의 의상을 입고 무대 위에 나타났고 수많은 응원봉이 뜨겁게 이들을 반겼다. 에이핑크의 네 번째 단독 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2018>이 1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렸다. 얼마 전 독감으로 아팠던 오하영이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했고, 늘 따라다니던 테러 위협도 없었다.

우주여행 콘셉트, 유쾌한 금요일 밤

에이핑크 에이핑크가 1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네 번째 단독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2018>을 열었다.

▲ 에이핑크 에이핑크가 1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네 번째 단독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2018>을 열었다. ⓒ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여러분, 여기가 어디라고요? 여러분은 지금 우주선을 타고 에이핑크 스페이스에 착륙하셨습니다." (정은지)

'별의 별', 'FIVE', '굿모닝 베이비'를 연속으로 부르며 콘서트의 막을 연 에이핑크는 팬들에게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인사와 함께 이번 콘서트의 콘셉트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내놓았다. 정은지의 위와 같은 설명에 보미는 "우주 콘셉트라서 첫 곡으로 '별의 별'을 선곡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리더 초롱은 "(우주 콘셉트가) 오그라들어도 잘 봐 달라"며 "우리는 준비하면서 너무 재미있었다"고 웃어보였다. 초롱의 말에 정은지는 분명 팬분들도 좋아해주실 거라고 확신했고 이에 팬들은 환호로 응답했다.

정은지는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무대들도 조금 준비했다"며 이날 펼쳐질 공연을 예고했다. 하지만 '조금' 준비됐다는 말과 달리 이들은 청순으로 시작해 섹시로, 그리고 개구쟁이 같은 모습까지, 방송으로는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오프닝 무대를 마친 에이핑크는 검은색 의상으로 갈아입고 나타나 섹시한 카리스마를 뽐내기도 했다. 미니 6집의 수록곡 '콕콕'을 부르며 의자를 활용한 댄스를 추었는데, 기존 에이핑크가 선보인 매력과 180도 다른 카리스마였다.  

풍성했던 유닛과 솔로 무대

에이핑크 에이핑크가 1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네 번째 단독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2018>을 열었다.

▲ 에이핑크 에이핑크가 1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네 번째 단독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2018>을 열었다. ⓒ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청순함 뒤에 감춰진 에이핑크의 다양한 모습들이 이날 콘서트에서 공개됐다. 특히 멤버들의 솔로 무대와 유닛 무대는 각각이 지니고 있는 자신만의 매력을 도드라지게 했다.

첫 번째 특별 무대는 초롱과 보미의 유닛무대 '학교를 안 갔어'였다. 오래 전 량현량하가 부른 노래로, 파격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개구지고 말괄량이 같은 모습을 선보였다. 무대 후 초롱은 "량현량하 선배님들이 쌍둥이인데 제가 보미와 같이 있으면 쌍둥이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이 곡으로 무대를 꾸며봤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붉은 의상을 입고 등장한 정은지는 솔로무대로 제시제이의 'Domino'를 부르며 명불허전의 가창력을 드러냈다. 3단 고음, 폭풍고음을 뽑아내며 디바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노래 후 "팬분들이 잘 모르는 노래를 한 것 같아 아쉽다"며 걱정하다가도 "오늘 집에 가서 이 노래를 듣고 내일 다시 오셔서 듣는다면 더 감동있게 들릴 것"이라며 재치 있게 덧붙였다.

다음 솔로는 막내 하영이 꾸미는 선미의 '가시나' 커버 무대였다. 선미의 느낌이나 분위기를 따라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한 게 인상적이었다. 부드러운 톤으로 노래와 안무를 재해석하며 하영은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했다.

다음으로는 남주가 'All Hands On Deck'를 부르며 섹시미가 돋보이는 솔로무대를 꾸몄다. 마지막으로 손나은은 자신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싸이의 'New Face'를 솔로 무대로 선보였다. 빨간 의상을 입고 선글라스를 눈 아래로 내려 낀 채 걸어 나오는 첫 등장이 무척 화려했다.

데뷔 8년, 팬 향한 속마음

에이핑크 에이핑크가 1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네 번째 단독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2018>을 열었다.

▲ 에이핑크 에이핑크가 1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네 번째 단독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2018>을 열었다. ⓒ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달마시안 강아지 의상을 입고 다시 무대에 선 에이핑크는 "황금강아지 해를 맞이해 강아지 콘셉트 의상을 입어봤다"며 쑥스러워한 후 서로의 새해 소감을 물었다. 먼저 정은지는 "올해 26살이 됐는데 연초에 이렇게 콘서트를 준비하고 무대에 서니 기쁘다"고 말했고, 손나은은 "제가 개띠인데 황금개처럼 빛나는 한해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하영은 "23살이 됐는데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같다"는 망언(?)을 해 언니들의 꾸중을 들었고, 맏언니 초롱은 "나이를 또 먹었는데 28년 동안 헛되이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나이를 먹는 건 좋은 일 같다"고 했다.

에이핑크는 미리 준비한 영상을 통해 무대에서 미처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에이핑크는 영원할 거지만, 시간이 오래오래 지나서 여러분이 지금을 생각할 때 '저 때 정말 에이핑크 공연 보러 가서 즐거웠었는데' 하고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라는 게 제 꿈이다. 저희 또한 좋은 기억들, 추억들 평생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보미)

에이핑크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발라드인 '4월 19일'을 불렀다. 이 곡은 데뷔 1주년을 맞이해 팬들을 위해 발표한 팬송으로 리더 박초롱이 작사했다. 이 곡을 부르자 객석의 팬들이 한 목소리로 따라 불렀고 정은지와 오하영 등 멤버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노래가 끝난 후 보미는 "이 곡은 부를 때마다 뭉클한 것 같다. 저희 마음과 팬분들의 마음을 너무 잘 담은 가사 같다"고 말했다.

하영도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우리가 데뷔 8년차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음악방송에 가면 다 후배분들이고 저희가 가장 선배일 때가 많은데 기분이 정말 많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공연의 막바지로 향하며 에이핑크는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히트곡 'LUV', 'NoNoNo', 'Mr.Chu' 등을 연이어 선보였다.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고 팬들의 환호와 함께 앙코르가 이어졌다. 'BUBIBU', '하늘 높이', '네가 손짓해 주면' 세 곡을 앙코르로 부른 에이핑크는 팬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눴다. 8년차 다운 노련함과 8년차 답지 않은 풋풋함으로 가득한 핑크 우주였다.

에이핑크 에이핑크가 1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네 번째 단독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2018>을 열었다.

▲ 에이핑크 에이핑크가 1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네 번째 단독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2018>을 열었다. ⓒ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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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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