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개월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걸그룹 에이핑크를 향한 테러 및 살해 협박은 지난 2017년 여름에 시작돼 해를 넘겨 진행 중이다.

조속히 진행된 수사에도 아직 협박을 일삼은 범인은 체포되지 않았다. 국내 거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 발표 등에 따르면, 협박 당사자는 캐나다에 거주하는 30대 미국 국적의 남성으로 알려졌다.

폭발물 설치가 예고된 에이핑크 행사는 수색 등의 이유로 개최 시간이 지연되기도 했고,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에이핑크는 테러·살해 협박으로 인해 심리적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6일 진행된 네이버 V라이브 방송에서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는 "빨리 잡혔으면 좋겠다. 캐나다에 산다고 했죠? 이름도 알지만 참아야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거를 통해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상황, 지난 8개월간 이어진 협박 사건을 처음부터 최근까지 짚어보자.

[2017년 6월 14일] '칼로 살해하겠다'라고 협박 전화 시작

시작은 지난 2017년 6월 14일이었다. 소속사인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측은 다음날인 6월 15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2017년 6월 14 오후 7시 40분께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에이핑크의 소속사 플랜엔터테인먼트 사무실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있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소속사 측은 "경찰에 따르면 미상자가 이날 오후 112로 협박 전화를 걸어 '14일 오후 9시에 에이핑크의 소속사 사무실을 찾아 칼로 멤버들을 살해하겠다'라는 협박 전화를 걸어왔다고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날짜와 시간, 장소와 살해 방법까지 섬뜩할 정도로 구체적이었다. 협박이 들어온 직후 소속사는 경찰에 신고하여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사설 경호업체에 경호를 요청했다. 당시 소속사 측에 따르면, 협박을 받은 다음 날인 15일은 에이핑크의 공식 일정이 없었지만 안전을 위해 매니저가 멤버들과 동행하기도 했다. 

[2017년 6월 26일] '폭발물 설치' 협박 이어져

에이핑크, 핑크 업 기분 업! 걸그룹 에이핑크(오하영, 정은지, 윤보미, 손나은, 박초롱, 김남주)가 26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미니 6집 < Pink UP > 쇼케이스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9개월여 만에 완전체로 컴백하는 에이핑크의 미니 6집 타이틀곡 'FIVE'는 썸머힐링 댄스곡으로 '다섯만 세면서 잠시 쉬어가자'는 의미를 담은 희망찬 가사와 청량한 사운드로 구성된 작품이다.

걸그룹 에이핑크(오하영, 정은지, 윤보미, 손나은, 박초롱, 김남주)가 지난 2017년 6월 26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미니 6집 < Pink UP > 쇼케이스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소속사 측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칼로 살해하겠다'라는 협박은 같은 달 26일 컴백 쇼케이스에서 '폭발물 설치'로 방법만 바뀌어 다시 이어졌다.

규모를 키운 협박 전화로 인해 당시 쇼케이스 현장에 폭발물 탐지견과 특공대가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다행히 특공대의 수색에도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고,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쇼케이스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폭발물 설치'와 같은 일이 물리적으로 실행되지 않았지만, 컴백 당일 안전에 위협을 받은 일로 인해 에이핑크와 팬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2017년 6월 30일] '뮤직뱅크' 녹화 현장에도 '폭파 협박'

쇼케이스를 연 다음 주에 에이핑크의 KBS <뮤직뱅크> 출연이 예정된 상황이었다. 협박범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KBS 신관 사전 녹화실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협박으로 인해 당시 방청을 위해 모였던 15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방청객을 대피시키고 수색을 진행했으나 이후 '폭발물 설치'는 허위 신고로 밝혀졌다.

에이핑크 쇼케이스 폭발물 협박, 경찰 순찰강화  지난 2017년 6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에이핑크 미니앨범 '핑크 업'(Pink UP) 쇼케이스가 열리는 행사장 일대를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걸그룹 에이핑크의 살해 협박범은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쇼케이스장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협박했다. 2017.6.26

▲ 에이핑크 쇼케이스 폭발물 협박, 경찰 순찰강화 지난 2017년 6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에이핑크 미니앨범 '핑크 업'(Pink UP) 쇼케이스가 열리는 행사장 일대를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걸그룹 에이핑크의 살해 협박범은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쇼케이스장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협박했다. 2017.6.26 ⓒ 연합뉴스


[2017년 7월 10일] KBS 보도 '걸그룹 협박범, 청와대 폭파 예고'

2017년 7월 10일 KBS 보도에 의하면, 걸그룹 협박범이 청와대 폭파를 예고했다. 앞서 6월 26일 에이핑크 협박 전화가 온 날, 서울 종로경찰서에 "문재인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며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라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KBS 뉴스는 협박범이 신원 미상의 남성이었으며, 에이핑크 살해 협박범과 동일인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협박범의 휴대전화 발신지를 추적한 경찰은 그의 신원을 '캐나다에 체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으로 확인했으며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9월 에이핑크 홍콩 공연장, 10월·11월엔 무려 '6차례' 협박

2017년 9월에는 에이핑크의 아시아 투어가 예정된 상황이었다. 홍콩 공연장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현지 경찰이 폭발물 탐지견을 데리고 출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폭발물은 없었다.

10월과 11월에는 무려 여섯 차례나 협박이 계속됐다. 10월 19일 에이핑크 멤버 손나은이 동국대 행사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폭발물 설치 제보가 들어와 경찰이 출동했다. 행사는 약 30분 지체된 후 예정대로 진행됐다. 10월 20일에는 멤버 박초롱이 홍보대사인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행사장에 폭발물 협박 전화가 걸려와 행사가 지연됐다.

이어 10월 30일에는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기아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앞두고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경기에서 멤버 정은지가 애국가를 부를 예정이었는데 허위 신고로 밝혀졌다.

11월 15일 서울 잠실에서 진행된 '2017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에도 에이핑크를 노린 폭발물 테러 협박이 있었다. 11월 21일에는 JTBC 드라마 <언터처블> 제작발표회 현장인 호텔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11월 22일에는 일본 도쿄 나가노홀 행사장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며 행사를 중단하라는 전화가 영어로 걸려왔다.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당시 일본 현지 경찰의 수색에도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위력에 의한 업무 방해' 혐의로 사건을 수사했다고 한다.

 지난 2017년 11월 23일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청와대와 걸그룹 에이핑크를 위협하는 협박범을 잡아주십시오"라고 청원하는 내용이다.

지난 2017년 11월 23일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청와대와 걸그룹 에이핑크를 위협하는 협박범을 잡아주십시오"라고 청원하는 내용이다. ⓒ 청와대 홈페이지


협박범이 검거되지 않자 답답함을 느낀 팬들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범인을 검거해달라'고 청원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11월 23일 시작된 청원은 '청와대와 걸그룹 에이핑크를 위협하는 협박범을 잡아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2018년 1월 사인회] 협박범에 의해 결국 '취소'

에이핑크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한해 활동을 마무리하고 2018년으로 해가 바뀌었다. 하지만 협박범은 올해도 끈질기게 테러 전화를 걸었다.

지난 6일 구리 마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사인회는 폭발물 설치 전화로 결국 취소됐다. 소속사 측은 동일범인지 여부에 대해 "현재 관계 기관에서 확인 중이다"라고 전했다. 당일 진행된 온라인 방송 '네이버 V라이브'에서 에이핑크 멤버들은 행사 취소를 사과하며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연예·스포츠 매체인 OSEN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월 15일 협박범이 직접 OSEN에 전화를 걸어와 테러 및 살해 협박의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OSEN 기사에 따르면 협박범은 "에이핑크가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소개팅을 하는 모습에 분노"했다면서 "실제로 살해할 생각은 없고 소속사의 대처 때문에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2017년 7월 KBS의 보도를 보면 협박범은 "팬들은 에이핑크의 얼굴을 보기도 힘들고, 악수 한번 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소개팅 남성들은 일반인인데도 에이핑크랑 소개팅을 했다"라며 오히려 본인이 피해자라는 식의 주장도 했다.

방송에 출연한 멤버의 소개팅 프로그램이 범행 사유라는 것도 황당하지만, 지속적으로 계속 이어지는 폭발물 설치 협박에 경계심을 낮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난 2017년 6월 연세대에서 사제 폭발물 사건이 발생한 만큼, 자칫 경각심이 낮아진 틈을 타 실제 범행을 노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감정적인 이유로 방송인을 괴롭히는 협박은 멈추어야 한다. 테러 협박을 직접 겪는 에이핑크도 괴로울 테고, 이로 인해 잠재적으로 피해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팬들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로 신원도 어느 정도 밝혀진 상황, 지속해서 벌어지는 악질적인 협박 사건이 올해는 서둘러 해결되길 바란다.

에이핑크, 핑크빛 상큼발랄 에이핑크가 1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코리아 뮤직 페스티벌>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에이핑크, 핑크빛 상큼발랄 에이핑크가 지난 2017년 10월 1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코리아 뮤직 페스티벌>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에이핑크 폭탄테러 살해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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