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컬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G-30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컬링경기장에서 남녀 컬링 대표선수들이 평창동계올림픽 선전을 다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권우성


"괘않나?"
"괜찮아여~!

7년째 호흡을 맞추다 이번에 국가대표로 선발된 경북체육회 소속 여자 선수들. 수십 대의 카메라 앞에서 진행된 공개 훈련이지만, 별로 의식하지 않는 듯 밝게 웃으며 연습을 이어갔다. 다른 레인의 믹스더블팀이나 남자대표팀도 화사한 분위기는 비슷했다.

10일 충청북도 진천선수촌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G-30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일정은 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의 공개 훈련과 인터뷰였다. 오후 4시10분부터 컬링 국가대표팀의 아이스훈련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4시가 되기도 전에 ENG 카메라와 DSLR이 몰려들어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담았다. 약 30여 분의 공개 훈련과 포토타임, 동영상 인터뷰를 마친 감독과 코치, 선수들이 취재기자들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2014 소치동계올림픽 이후로 국민의 관심도가 급부상한 컬링이었기에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본래 5시10분께 끝날 예정이었던 라운드 인터뷰는 시간을 넘긴 끝에 정리됐다. 그러나 이날 오간 질문과 답변의 상당수는 비인기종목 국가대표의 씁쓸한 현실을 되새기게 했다.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컬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G-30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컬링 여자대표팀이 막바지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 권우성


30일 남았지만,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컬링 대표팀의 열악한 상황은 지난해부터 다양한 매체에 의해 수차례 보도됐다. 태릉에서는 이천까지 왕복 3시간에 달하는 거리를 오가며 훈련해야 했다. 그나마 진천에 입소하면서부터 조금 나아지는 듯했지만 제99회 동계체육대회 탓에 온전한 사용도 어렵다.

대표팀 입장에서는 올림픽 경기를 치르는 장소에서 직접 훈련을 하며 빙질과 시설을 익히는 게 필수적이다.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강릉에 마련된 강릉컬링센터는 경기장 바닥면을 재시공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러 대표팀의 훈련이 거의 불가능했다. 남자국가대표팀은 4일, 여자국가대표팀은 9일(32시간) 연습한 게 강릉에서의 전부이다. 안 그래도 동계스포츠 강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인프라인데, 홈그라운드의 이점조차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개막까지 30일이 남았지만, 그 전까지 강릉에 잡힌 연습 일정은 전무하다. 남은 기간에도 강릉에서의 연습은 할 수 없단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나 보완책을 기자가 묻자 여자국가대표팀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선 "그게(대비책) 없어서 시뮬레이션이라도 요청한 건데..."라며 헛웃음이 나왔다. 시뮬레이션 경기를 1경기라도, 다른 경기장에서라도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역시 불발됐다.

"이후로도 강릉 훈련을 요청했지만 못한다고 들었다. 운영 주체가 바뀌고, 아이스 메이킹을 하는 데 있어서도 뭐 시설 관리나 이런 쪽이…. 외국인 아이스 메이커를 불러서 진천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굉장히 좋았지만, 지금은 조금씩 느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 임명섭 컬링국가대표 코치

"현재 가장 원하는 부분은 시뮬레이션이다. 올림픽 수준의 팀들과, 올림픽 수준의 아이스(얼음)에서, 올림픽 수준의 관중이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는 요청이었고, 올림픽을 앞둔 모의고사를 한 번 해보고 싶은 심정이다. 여러가지 사정상 안 된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저희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기에 팀에서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뿐이다." - 김민정 컬링 여자국가대표팀 감독

하지만 대표팀은 이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궁색하지만, 녹음한 관중 함성 소리나 음악을 틀면서 경기장 환경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2014 소치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 '라이언 프라이'를 섭외해 지도를 받았다. 그나마도 전부 '자비'를 들인 거였지만, 김민정 여자국가대표팀 감독은 "가뭄의 단비" 같다고 표현했다. 올림픽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디테일한 조언은 큰 도움이 됐단다.

선택한 건 '마스터스 그랜드슬램 오브 컬링' 참가였다. 경기를 30일 남은 상황에서, 시차까지 감수하며 캐나다로 출국했다가 돌아오는 게 자칫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카드 중에서는 최선이다. 올림픽 수준의 아레나에서,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르며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녀와서 라이언 프라이를 재섭외 할 계획도 있다. 그나마도 남녀 대표팀만 가능한 선택지였다. 믹스더블 팀은 그랜드슬램에 종목이 없기 때문에 갈 수가 없다. 장반석 컬링 믹스더블대표팀 감독은 "이미지 트레이닝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여러 가지 답답한 상황…. 방안이 없는 게 제일 안타깝다"이라며 쓰게 웃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부담대로 느끼면서도 정작 기량을 극대화할 만한 뒷받침은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컬링 국가대표팀은 높아진 기대와 열악한 지원 사이에 끼여 버렸다.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컬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G-30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컬링경기장에서 막바지 연습에 열중하는 대표선수들. ⓒ 권우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선수들은 시종일관 밝았다. 훈련 때도, 인터뷰 중에도 주눅들지 않았다. 웃어 보이기도 하고, 선수들끼리 가벼운 장난도 쳤다. 특히 성적에 대한 의지도 컸다. 성과를 보여야 컬링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지속될 것이고, 비인기종목이라는 설움도 떨치며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나름의 사명감이다.

"저흰 사실 컬링 선수들 치고 어린 편이다. 실전 경험이 부족한 편이어서, 그랜드슬램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올 것이다. 여자대표팀이나 믹스더블팀이 집중을 많이 받고 있어서, 사실 저희는 부담이 별로 없다. (웃음) 부담이 적어서 저희가 가진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 김창민 컬링 남자국가대표팀 주장(스킵)

"소치 이후, 4년 동안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다려 왔다. '이 올림픽이 오겠나', '언제쯤 올까' 생각을 했는데 한 달 남았다니 믿기지 않는다.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들지만 설렘도 든다." - 김은정 컬링 여자국가대표팀 주장(스킵)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이고, 처음 정식으로 채택된 종목이기에 대한민국 컬링 역사에도 굉장히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메달을 따고 싶다.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다." - 장혜지 믹스더블팀 국가대표

"저희 부모님이 오시려고 티켓을 구하려고 했는데, 전부 매진이라서 부모님 티켓도 구해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그만큼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되고, 국민 분들께 즐거움과 기쁨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 저희가 꼭 성적을 내야 한국 컬링이 발전하기 때문에, 그에 중점을 두겠다." - 이기정 믹스더블팀 국가대표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컬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G-30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컬링경기장에서 여자대표선수들이 막바지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 권우성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랫동안 인연을 맺으며 함께 호흡해온 대표 팀은 굳세게 버텨왔다. 장반석 감독과 김민정 감독은 부부 사이이다. 여자대표팀 김영미 선수와 김경애 선수는 자매 사이이고, 남자대표팀 이기복 선수와 이기정 선수는 형제이다. 또 김선영 선수는 김경애, 김은정 선수는 김영미 선수와 의성여자고등학교 동기동창이기도 하다. 함께 오랫동안 꾸어온 꿈이기 때문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상황 탓하며 허투루 넘기는 싫다.

소치 이후 국민적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여자대표팀, 세계대회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둔 남자대표팀, '자이언트 킬링'을 목표로 평창동계올림픽의 멋진 스타트를 끊고자 하는 믹스더블대표팀. 메달의 유무와 색깔을 떠나서, 이들 모두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컬링 평창 평창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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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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