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소와 오종의 영화 <두 개의 사랑>(2017) 포스터

프랑소와 오종의 영화 <두 개의 사랑>(2017) 포스터 ⓒ 찬란


우울증으로 인한 복통을 호소하는 클로에(마린 백트 분)는 그녀가 다니는 산부인과 의사의 추천으로 정신과 의사 폴(제레미 레니에 분)에게 상담을 받기 시작한다. 폴과 사랑에 빠진 이후 클로에의 복통도 잠잠해지는가 싶었지만, 클로에는 다시 외로움과 폴에 대한 의심르호 폴의 행적을 찾아다닌다. 그러다 폴과 똑같이 생긴 그의 쌍둥이 형 루이(제레미 레니에 분)의 존재를 알게 된다.

외향은 똑같지만, 성격이나 취향은 정반대의 쌍둥이 형제를 동시에 사랑하는 여자. 단언컨대 프랑수아 오종스러운 영화다. 프랑수아 오종의 <두 개의 사랑>(2017)은 파격의 영화다. <두 개의 사랑>을 지탱하는 정서는 에로티시즘이다. 하지만 <두 개의 사랑>은 평범한(?) 에로티시즘을 지향하지 않는다.

 프랑소와 오종의 영화 <두 개의 사랑>(2017) 한 장면

프랑소와 오종의 영화 <두 개의 사랑>(2017) 한 장면 ⓒ 찬란


영화의 주인공 클로에는 전형적인 히스테리 환자다. 매사 자신을 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클로에는 폴과 사랑을 나눌 때조차 그 행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신과 폴을 바라보는
애완묘의 눈을 본다.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에 강박을 가지고 있는 클로에를 친절하게 설명하기 위해 영화에는 클로에를 비추는 거울과 그것을 바라보는 클로에가 수도 없이 등장한다.

보통 심리학에서 말하는 거울은 거울을 바라보는 이의 또다른 자아다. 프랑스의 철학자로서 정신분석학의 한 획을 그은 자크 라캉(1901~1981)에게 거울은 나르시시즘의 시작이다. 인간은 자신의 불완전함에서 비롯된 상처와 불안을 자신이 투사해 놓은 이상적인 자아를 통해 위안받고자 한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쌍둥이 자매가 옆에 있길 바랐던 클로에는 거울에 비춘 듯 똑같이 생겼지만 인품은 완전히 다른 쌍둥이 형제를 오가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두 남자를 오가면서 얻은 클로에의 만족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클로에는 히스테릭 하면서도 동시에 편집증 증세가 강하다. 누군가를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클로에의 편집성인격장애는 본인 스스로까지 해치는 망상으로 이어진다. 거울, (기생) 쌍둥이, 히스테릭한 편집증 이 모든 것은 완벽히 연결되어 있다.

 프랑소와 오종의 영화 <두 개의 사랑>(2017) 한 장면

프랑소와 오종의 영화 <두 개의 사랑>(2017) 한 장면 ⓒ 찬란


영화 자체가 라캉의 거울 단계 이론을 그대로 차용한 것 같은 <두 개의 사랑>을 거울, 쌍둥이, 주인공이 앓고있는 편집증 이런 식으로 해석하다보면, 금세 영화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영화는 결국 이미지다. <두 개의 사랑>은 편집증에 시달리는 클로에에 맞춰 모든 영화 속 세트가 그녀의 심리 상태를 대변하도록 설계한 세심하면서도 우아한 영화다. 각각 폴과 루이를 처음 만나러 갈 때 나선형 계단으로 올라간 클로에는 두 쌍둥이 형제와 마주치기 전 불안한 마음에 옆에 있는 무언가를 움켜쥐려 한다.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즐기는 클로에는 기하학적인 작품들이 즐비한 현대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을 감시하고, 그들의 은밀한 시선을 느낀다. 이렇게 영화 안에서 신경질적인 반복이 계속 이어지던 찰나, 영화는 충격적이지만 예상 가능했던 반전으로 향한다.

결국 모든 문제는 클로에에게 있다. 프로이트, 라캉 이론을 차용한 작품들이 늘 그러하듯, 클로에가 느끼는 근본적인 불안의 시작은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다.

 프랑소와 오종의 영화 <두 개의 사랑>(2017) 한 장면

프랑소와 오종의 영화 <두 개의 사랑>(2017) 한 장면 ⓒ 찬란


라캉에 의하면 어린 아이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이에 동일하면서 자아가 구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거울에 비치지는 이미지는 나르시시즘을 불러일으키는 완벽함으로 다가온다. 여기서 최초의 정신적 분열이 일어나고 인간의 욕망을 타자의 욕망에 기초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영화는 인간들의 현실을 비추고 그들의 욕망을 투영하는 또다른 거울이다. 파격과 도발을 오가는 오종의 영화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가야 하는 터라 욕망을 누르고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해방구와 같다.

그러면서도 금기에 대한 오종의 도발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상상이 망상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현실의 사람들을 위해서 오종은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었고, 그 영화를 위한 오브제로 등장하는 마린 백트와 제레미 레니에는 둘이 같이 있는 장면만으로도 보는 즐거움을 충족시킨다. 관객들의 눈을 황홀하게 만드는 영화. <두 개의 사랑>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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