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국가대표' 김희진(185cm)-양효진(190cm) 선수

'여자배구 국가대표' 김희진(185cm)-양효진(190cm) 선수 ⓒ 박진철


여자배구 인기가 갈수록 치솟고 있다.

외국인 선수 1명 보유와 트라이아웃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프로 스포츠의 흥행 지표인 TV 시청률과 관중수에서 올 시즌 여자배구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자배구가 평일에는 취약 시간대인 오후 5시에 경기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가 크다.

특히 겨울철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은 남자배구와 비교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남자배구와 여자배구가 비슷한 조건에서 경기를 펼친 경우를 표본으로 삼아 비교를 해봤다. 그에 따라 지난해 12월 31일, 새해 첫날인 1월 1일, 가장 최근 일요일인 1월 7일의 케이블TV 시청률과 관중수를 살펴봤다.

연휴와 일요일로 남자배구와 여자배구의 '경기 시간대 불공평성'이 그나마 작고, 남자배구 경기 시간이 여자배구와 겹치지 않아서 상호 비교하기에 가장 좋은 표본들이었다.

비슷한 조건시 흥행 지표... 남자배구와 '거의 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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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지난해 12월 3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배구 대한항공-한국전력 경기의 케이블TV 시청률은 0.97%, 관중수는 3253명이었다. 같은 날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한국도로공사-흥국생명 경기의 시청률은 1.02%, 관중수는 5560명이었다. 시청률과 관중수 모두 여자배구가 앞섰다.

이날 여자배구 관중수는 올 시즌 V리그 남녀 통틀어 최다 관중 기록이었다. 최다 관중 2위도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10월 22일 달성한 5467명이다.

또한, 새해 첫날인 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펼쳐진 현대캐피탈-삼성화재의 시청률은 1.26%, 관중수는 4253명이었다. 같은 날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IBK기업은행-현대건설의 시청률은 0.91%, 관중수는 4527명이었다.

시청률은 남자배구가 높았고, 관중수는 여자배구가 많았다. 특히 이날 여자배구 관중수는 같은 날 열린 남녀 프로배구, 남녀 프로농구를 통틀어 전체 1위였다.

지난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KB손해보험의 시청률은 1.13%, 관중수는 3212명이었다. 같은 날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현대건설-KGC인삼공사의 시청률은 0.94%, 관중수는 2621명이었다.

최근 여자배구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지표들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시청률에서 남자배구와 마찬가지로 케이블TV '대박' 기준인 1%를 넘나들고, 관중수도 겨울철 스포츠 중 최고 수준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여자배구, 시청률·관중 '동반 급상승'... 남자배구, 시청률 상승-관중 답보

올 시즌 여자배구의 1~3라운드까지 전반기 경기당 케이블TV 평균 시청률은 0.78%로 집계됐다. 지난 시즌 전반기(0.66%)보다 크게 상승한 것이다. 또한 V리그 역대 최고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던 2014~2015시즌(0.77%)보다도 높다.

앞선 지표들에서 보듯, 후반기인 4라운드 들어서도 여자배구의 시청률 상승세는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다.

관중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 시즌부터 여자배구가 남자배구와 경기장을 분리해서 단독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한국배구연맹(KOVO) 기록을 토대로 개막 이후부터 지난 1일까지 총 49경기의 관중수를 집계한 결과, 여자배구는 지난 시즌 같은 기간(같은 경기수)보다 26.2%나 급증했다. 그러면서 경기당 평균관중이 2003명을 돌파했다. 지난 시즌 같은 기간 동안 평균관중은 1587명이었다.

특히 한국도로공사는 올 시즌 1위로 승승장구하면서 평균관중이 3163명으로 급증했다. 지난 시즌 같은 경기수일 때 평균관중 2290명보다 38% 증가한 것이다. 이는 남녀 프로배구를 통틀어 현대캐피탈(3582명)에 이어 삼성화재(3163명)와 공동 2위에 해당한다. IBK기업은행도 평균관중이 2287명으로 지난 시즌 1279명보다 78% 폭증했다. GS칼텍스도 평균관중이 1920명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도로공사, IBK기업은행, GS칼텍스는 이전부터 남자배구와 따로 단독 홈구장을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자배구도 구단 프런트의 의지와 투자에 따라 독자적 인기몰이가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해준 것이다.

한편, 남자배구는 전반기 시청률이 0.88%로 집계됐다. 지난 시즌 전반기(0.75%)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관중수는 지난 시즌과 비슷한 수준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여자 고교·프로팀 감독, "올해 신생팀 창단 최적기"

여자배구의 인기가 급상승한 핵심 원인은 '김연경 효과'가 큰 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지난해 국가대표팀의 국제대회 선전과 역대급 흥행, 그에 따른 국내 선수들의 대중적 관심도와 인지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FA·트레이드 등 선수 대이동을 통해 각 팀별로 스타 선수가 고르게 분산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때문에 여자배구 제7구단 창단에 KOVO가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여자배구 프로 구단과 고교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올해 여자배구 신인 드래프트에 좋은 유망주들이 대거 나오기 때문에 지금이 제7구단 창단의 최적기"라고 말하고 있다(관련 기사 : 여자배구 감독들 "프로 7구단 창단, 지금이 최적기").

한 프로 구단의 감독은 "소속 팀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겠지만, 여자배구가 지금 저변을 키우지 않으면 (김연경 은퇴 이후) 큰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여자배구 신생팀은 창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 가을 신인 드래프트에는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는 고교 졸업반 선수 15명 이상이 한꺼번에 나온다. 신생팀에게 상위 순번 선수들을 배정해도 기존 구단들까지 1~2명씩 충원할 수 있을 정도다.

신생팀의 기업 입장에서도 지금이 창단 직후 성적과 광고 효과가 가장 클 수 있다. 여자배구는 올해 세계선수권 출전이 예정돼 있고,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인기는 더 올라갈 여지가 많다.

선명여고 김양수 감독은 "IBK기업은행이 창단할 때보다 더 조건이 좋을 수 있다"며 "2~3년 후에는 V리그 우승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를 저어야 할 때, 노를 버리는' 자가당착 벗어나야

여자배구 프로 구단들은 지난 2014~2015시즌을 앞두고 '팀 수가 늘어나면 경기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일부 대기업의 여자배구 신생팀 창단 시도를 가로막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좋은 신인을 신생팀에게 주기 싫다'는 속내를 감춘 담합에 가까웠다.

그 후 4년 동안 해마다 기존 구단에게 신인 선수들이 고루 배정됐다. 그러나 경기 수준이나 전력 불균형 문제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 프로 구단의 투자 부족, 감독의 능력 미달 등이 더 큰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신생팀 창단을 막은 결과 한국 배구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커지고 있다. 고교 졸업 선수들의 프로 무대 진출 기회는 줄어들고, 기존의 좋은 선수들조차 뛸 자리가 없어 임의탈퇴와 자유신분선수 등으로 팀을 떠나는 사례가 속출했다.

최근 채선아·고민지의 맹활약으로 많은 배구팬들이 신선함과 큰 감동을 받고 있다. IBK기업은행과 KGC인삼공사의 '윈윈 트레이드' 덕분이다.

지금도 각 팀에는 출전조차 못하고 코트 밖에만 서 있지만, 다른 팀에 가면 훨훨 날 수 있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V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에서도 신생팀의 필요성과 존재 가치는 차고 넘친다.

천만다행으로 다시 여자배구에 물이 들어오고 있다. 힘차게 노를 저어야 할 때다. 또다시 노를 방치하거나 버리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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