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2018년, 6인조로 재편된 인피니트

2018년, 6인조로 재편된 인피니트 ⓒ 울림엔터테인먼트


인피니트에게 지난해 2017년은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당초 2017년 상반기 컴백을 목표로 녹음, 뮤직비디오 제작을 준비 중이었지만 리더 성규가 예능 프로그램 촬영 도중 부상을 당하면서 일정이 연기되었고 때마침 소속사-멤버들의 계약 기간마저 종료되면서 7년여간 이어왔던 인피니트는 잠시 숨고르기에 돌입한다.

결국 2010년 데뷔 이래 단 한장의 음반 발표, 활동 없이 지나간건 2017년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잘 알려진대로 멤버 호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면서 작별을 고했고 6명의 멤버는 여전히 인피니트로 남아 이번 신작을 만들어냈다.

또다른 도전의 의미 < TOP SEED >

 6인조 인피니트의 첫 작품이자 정규 3집 < TOP SEED> 표지

6인조 인피니트의 첫 작품이자 정규 3집 < TOP SEED> 표지 ⓒ 울림엔터테인먼트


지난 2016년 9월 '태풍'이 수록된 미니 6집 < Infinite Only >에 이어 1년 4개월만에 선보이는 인피니트의 신작 < TOP SEED >는 정규 3집의 역할과 더불어 또 다른 도전의 의미를 강하게 담고 있다.

스윗튠과 손잡고 2010년 데뷔 EP < First Invasion >부터 2014년 정규 2집 < Season 2 >까지 패기 하나로 질주했던 시기를 지나 같은해 나온 < Be Back >부터 새로운 프로듀싱팀 알파벳(BEE, RAZER)과의 협업으로 한 단계 성숙해진 인피니트의 음악을 선보였다면 < TOP SEED >는 이제 원숙미를 풍기는 20대 후반 청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언제나 그렇듯이 장엄한 분위기의 인트로 연주곡으로 출발해 머릿곡을 배치하는 구성은 여전하지만, 달라진 인원수와 함께 음반의 내용물도 사뭇 달라졌다.

예전엔 힘+빠르기로 승부를 걸었다면 이젠 적절한 완급 조절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원숙미를 풍기는 게 첫 번째 변화다. 인피니트와 벌써 5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BLSSD(이전 활동명 BEE)가 담당한 머릿곡 'Tell Me'도 이러한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대부분의 뮤직비디오는 1080P까지의 화질로 제작해 제공하는게 일반적인 반면 인피니트의 신곡 'Tell Me' 뮤직비디오는 이례적으로 1440P 초고해상도 화질로 유튜브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만약 사용중인 모니터+그래픽카드의 성능이 좋다면 초고화질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유튜브 화면 캡쳐)

대부분의 뮤직비디오는 1080P까지의 화질로 제작해 제공하는게 일반적인 반면 인피니트의 신곡 'Tell Me' 뮤직비디오는 이례적으로 1440P 초고해상도 화질로 유튜브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만약 사용중인 모니터+그래픽카드의 성능이 좋다면 초고화질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유튜브 화면 캡쳐) ⓒ 김상화


과거 질주하는 자동차마냥 템포감이 있고 '기승전결'식의 맺고 끊음도 명확했던 인피니트의 작품들과 달리, 'Tell Me'는 시종일관 중간 템포의 진행에 터질 듯하지만 터지지 않는 묘한 분위기를 곡의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이어간다. 그런데 이러한 전개 방식은 의외의 흡인력을 지니면서 중독성 있게 사람의 귀를 매료시킨다.

직전 활동곡 '태풍'에서 보컬의 비중을 제법 높였던 래퍼 장동우는 이번 머릿곡 및 솔로곡 'TGIF'에서도 인상적인 노래 솜씨를 들려주며 팀의 새로운 추진력 역할도 겸해준다. 비록 인적 자원의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멤버들의 능력치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부족함을 채우는 건 제법 영리한 제작 방식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한편 'Tell Me'의 뮤직비디오는 이례적으로 기존 1080P HD 화질(가로 1980 X 세로1020 픽셀)을 훨씬 능가하는 1440P QHD(가로 2560 x 세로 1440) 2K 초고해상도로 유튜브를 통해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32인치 급 대형 화면 + 품질 좋은 PC 모니터 및 그래픽카드를 지닌 분이라면 음악 이외에도 빼어난 화면이라는 놀라운 경험도 만끽할 수 있다.

부쩍 늘어난 발라드 곡의 비중...해외 음악인들의 대거 참여


 지난 8일 새 음반 < TOP SEED >를 발표한 인피니트

지난 8일 새 음반 < TOP SEED >를 발표한 인피니트 ⓒ 울림엔터테인먼트


이전에 비해 발라드 성향의 곡 비중이 커진 것도 새 음반 속의 달라진 부분 중 하나다. 음원 공개 당일 진행된 V라이브 생방송을 통해 멤버들이 추천곡으로 손꼽기도 한 'No More' 외에 '왜 날', 엘의 솔로곡 '지난 날' 등은 마치 멤버들의 성장기를 담은 듯이 훌쩍 커버린 인피니트의 현재를 보여준다. 

그리고 무려 4년만에 인피니트 음반에 이름을 다시 올린 스윗튠의 '기도(메텔의 슬픔)'은 기존 아이돌 그룹의 곡에서는 보기 힘든 6/8박자 왈츠 풍의 노래로 꾸며져 예상 밖의 즐거움도 선사한다.

대부분 국내 작곡가들의 작품으로만 채웠던 과거와 달리 헨릭 노든백(EXO, NCT127, 슈주M 조미 등 담당), 이안 덴치 등 해외파 음악인들의 곡들이 등장한 것 역시 새로운 탈바꿈으로 손꼽을 만하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이젠 힘차게 도약할 때

 그룹 인피니트

그룹 인피니트 ⓒ 울림엔터테인먼트


반면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인피니트의 상징과도 같은 성규, 우현 등의 목소리는 < TOP SEED >에서도 변함없이 매력적으로 들려온다. 

록 음악의 요소를 잘 녹여냈던 기존 인피니트의 색깔이 그리웠던 분들에겐 '분다'와 'Synchronise', 좀 더 공격적인 사운드를 기대하는 이에겐 신예 걸그룹 드림캐쳐의 주요곡을 담당한 올라운더와 리즈가 만든 헤비메탈 풍의 'I Hate'가 흥미로운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이밖에 음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Begin Again'은 노래의 가사 ("어제의 날 잊고 begin again / 걱정하지 마 세상에서 날 제일 잘 알잖아 / 너만이 그래 너만이 너 때문에 행복했어 / 내 전부였어 별거 아닐 수 있는 이 한마디 / 멈춰있던 날 다시 뛰게 해")에서 엿볼 수 있듯이 오랜 시간 기다려준 팬들과 멤버들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담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지난해는 인피니트 멤버들에겐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시간이었다.  비록 팀 활동이 잠시 주춤했지만 예능(성규), 연기(엘, 성열) 등 개별 활동을 통해 인피니트는 나름의 재정비를 거치고 'Begin Again'이라는 말 처럼 다시 출발선에 돌아왔다.

우여곡절의 시기를 뒤로 하고 올해 2018년의 시작을 알리는 < TOP SEED >를 통해 인피니트는 스포츠 토너먼트 속 "1번 시드 톱 랭커"의 자리로 돌아올 준비를 끝마쳤다. 이젠 강자의 모습을 후회없이 보여주기만 하면 될 뿐이다.

[인피니트 'Tell Me' 공식 뮤직비디오]
https://www.youtube.com/watch?v=TM-gCW45YHc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인피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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