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의 카리스마 있는 '클로디어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클로디어스' 왕으로 분해 열연하고 있는 배우 양준모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로,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오는 2018년 1월 28일 폐막할 예정이다.

▲ 양준모의 카리스마 있는 '클로디어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클로디어스' 왕으로 분해 열연하고 있는 배우 양준모.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로,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지난 2017년 1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오는 28일 폐막할 예정이다. ⓒ 로네뜨


뮤지컬 <명동로망스>에서, 1956년으로 타임 리프한 장선호에게 이해랑은 묻는다. 미래에는 어떤 연극을 하느냐고, 설마 그때도 셰익스피어를 하고 있는 건 아닐 거라 기대하면서. 하지만 선호는 얼떨떨하게 대답한다. 셰익스피어는 한다고. 그렇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죽은 지 400년이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불멸'의 거장이다. 그의 작품은 여전히 다종다양한 형태로 무대 위에 올라온다. 연극, 뮤지컬, 오페라를 막론하고 우리는 수만 가지 종류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맥베스> <한 여름 밤의 꿈> 등을 알고 있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햄릿>이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의 하나. 현대적 관점에서 봤을 때 여러 한계가 보이는 텍스트이며, 동시에 여전히 창작자들에게 풍부한 영감을 주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원작에 충실하기도, 새로운 해석을 덧대기도, 완전히 현대적으로 변용하기도 하면서 무수한 버전의 <햄릿>이 무대에 올라오는 이유이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또 <햄릿>인가', '아직도 <햄릿>으로 할 말이 남아있단 말인가' 하는 피로감이 들기도 한다. 그 무수했던 <햄릿> 중에는 원작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수준미달의 작품들도 껴 있었다. 동시에 기대하게 된다. 아무리 그래도 <햄릿>은 <햄릿>이니까. '아, 여전히 <햄릿>은 위대하구나' '아, <햄릿>으로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구나'하고 기립박수하게 만든 <햄릿>들의 이름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여기 '또' 하나의 <햄릿>이 관객을 맞이했다. 오는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상연될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이다. 지난 2017년 11월 23일, 기대와 우려 속에 개막하여 엇갈린 평을 듣고 있다.

<햄릿: 얼라이브>에는 당연히 주인공 '햄릿'이 있다. 그리고 이 '햄릿'과 대립하며 그를 돋보이게 하는 반동인물 '클로디어스'가 있다. 형을 암살하고 왕좌를 빼앗은 자, 형의 아내를 탐한 자, 진실을 알게 된 햄릿을 제거하려고 한 자 그리고 종국에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은 채 살아남은 자. 전형적인 악인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웬걸, 객석에서 바라본 클로디어스에게는 이전의 다른 <햄릿>의 클로디어스에게선 느낄 수 없었던 묘한 연민이 들었다.

지난 2017년 12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CJ라운지에서 공연을 앞둔 배우 양준모를 잠깐 만난 이유이다.

강하지만은 않은 강한 캐릭터

양준모의 카리스마 있는 '클로디어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클로디어스' 왕으로 분해 열연하고 있는 배우 양준모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로,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오는 2018년 1월 28일 폐막할 예정이다.

▲ 강한 캐릭터 전문 배우 "어지간한 작품은 다 해서, 이제 해보고 싶은 작품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요. 좀 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동네 옆집 아저씨처럼,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연기가 사실 제일 힘들거든요. 그런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어요. 누가 봐도 가슴 따뜻한 작품, ‘드라마가 강한 작품’이요. 소소한 사건이 일어나는 그런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 로네뜨


배우 양준모는 선이 굵은 배우이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Confrontation'을 그가 어떻게 소화했는지, 그의 하이드가 얼마나 관객의 심장을 조여 왔는지 기억하는 이라면 안다. 그가 어떻게 진중한 위압감으로 무대를 장악하는지. 뮤지컬 <드라큘라>의 반 헬싱을 본 사람이라면, 주연 배우와 'It's Over'에서 충돌했을 때를 본 사람이라면 안다. 그는 조연을 맡았을 때도, 자신이 맡은 바의 120%를 소화하는 카리스마를 지녔다.

그의 필모그래피와 소화해 온 캐릭터를 보면 선역과 악역이 고루 섞여있다. 하지만 그 중 가벼운 인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난쟁이들>의 보여드림데이에서 난쟁이 분장을 하고 <레미제라블>의 'Look Down'을 부르며 등장했을 때나, 지난 서울뮤지컬페스티벌에서 '섹시동안클럽'으로 등장했을 때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클로디어스도 그 '무거운' 인물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이다. 배우는 비슷한 분위기의 다른 인물을 표현함에 있어서 많은 고민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강한 캐릭터를 많이 하다 보니까, 강한 캐릭터를 강하게만 표현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들었어요. 저는 역할을 잘 안 가려요. 주연이든 조연이든, 제가 하고 싶은 작품,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상관 안 해요. 이 작품을 처음 선택한 것도, 맨 처음 <햄릿>이라는 큰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저는 <햄릿>을 '장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이 큰 작품을 할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연습을 하면 할수록 '하고 싶다고 무턱대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클로디어스의 내면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공감 가는 인물', '인간적인 인물'로 만들려고요.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관객이 이해가 가게 해야 해요. 그래야 캐릭터가 입체적이 되죠. 1차원적으로만 악역을 표현하면 너무 쉽고, 공감도 안 가요. 제가 흥미를 둘 이유를 거기서 찾았죠.

그런데 이 대본은 클로디어스의 깊은 내면까지 건드려주지는 못하고 있어요. 이 작품의 결은 '햄릿'에게 맞춰져 있죠. 그게 당연하고, 또 맞는 거지만요. 처음 연습하면서 어떻게 하면 햄릿의 결을 잘 도와주면서도, 클로디어스를 잘 가져갈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배우들과도 상의를 많이 했죠. 전체적인 흐름에 방해 안 되는 선에서, 대사 하나, 가사 하나에 신경을 썼어요. 그런 것들을 찾아서, 최대한 주어진 역할 안에서 클로디어스의 전사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클로디어스가 어떤 감정을 갖고 있었는지를 관객 분들이 느낄 수 있을지 없을지, 내가 무대 위에서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연민을 느껴주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공감이 가는 클로디어스를 위해

양준모의 카리스마 있는 '클로디어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클로디어스' 왕으로 분해 열연하고 있는 배우 양준모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로,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오는 2018년 1월 28일 폐막할 예정이다.

▲ 그가 노력하는 이유 "항상 노력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잘 나눠주고 싶어서요. 제가 다른 배우들보다 잘났기 때문이 결코 아니고요. 다만 기회가 될 때마다, 보이스 트레이닝이든, 연기 아카데미든, 다른 사람에게 나누면서 함께 가고 싶어요." ⓒ 로네뜨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완성도로 봤을 때 사실 아쉬운 면이 여럿 있는 작품이다. 킬링 넘버라고 할 수 있는 '죽느냐 사느냐' 등 개별 곡들의 음악적 쾌감은 크다. 하지만 귀에 남을 만한 멜로디 하나를 꼽기는 약간 망설여진다. 거울과 조명 등 감각적으로 빛을 활용한 점은 돋보이지만, 동시에 무대 구성에서의 공허함이 조금 느껴진다.

무엇보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가 <햄릿> 원작의 비극미를 충실히 재현하려다 생긴 단점이 있다. 하나, 장르 특성상 노래로 상황 설명이나 감정 표현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대사에 비해 가사로 전달하다 보면 내용 전달에 한계가 생긴다는 점. 둘, 결과적으로 수많은 <햄릿>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왜 대한민국 관객이 지금 '창작'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를 봐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

"저는 인정합니다. 우리 작품, 부족한 점들이 분명 있지요. 하지만 더 나아질 수 있고, 더 나아져야만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한 번으로 끝나서는 안 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믿어요. 클래식은 변형이 불가능한 장르잖아요. 똑같은 감정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시대를 넘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비춰주는 거울이랄까요. 지금을 비춰볼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400년이 지나도 관객들이 <햄릿>을 흥미로워하는 것 같아요.

물론 노래로 표현하다보니 단점이 있지요. 대사를 통해서 표현했으면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내용도 가사로 하다 보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음악의 결과 내용의 결이 같이 정말 잘 가야만 그 조화가 잘 이루어지죠. 하지만 <햄릿: 얼라이브>만의 특별한 스타일도 관객들에게 확실히 보여드리고 있다고 봐요. 노래를 통해서만 전달할 수 있는 특별한 감정선이 있고, 뮤지컬만이 가진 것들이 또 분명 있잖아요.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단점들을 뛰어넘어서 그런 장점들은 확실히 잘 나타낸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햄릿: 얼라이브>가 단점이 장점을 덮어버리는 극은 결코 아니다. 취향은 갈릴 수밖에 없지만, 원작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서사의 힘이 묵직하다. 햄릿의 고뇌도, 햄릿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갈등도 적절하게 잘 배분됐다. 무엇보다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작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한 점이 박수 받을 만하다. 오필리어와 거트루드를 기존의 성녀/창녀 프레임에 가두지 않고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고자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지금 관점에서 낡을 수 있는 햄릿의 대사들을, 상황적 맥락을 잘 풀어냄으로서 덜 불편하게 다가가고자 했던 것도 그렇다. 그리고, 다시, 클로디어스에게 '연민'이 느껴지게 한 점도 그렇다.

양준모의 카리스마 있는 '클로디어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클로디어스' 왕으로 분해 열연하고 있는 배우 양준모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로,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오는 2018년 1월 28일 폐막할 예정이다.

▲ 한국 뮤지컬의 발전을 위해 "다른 배우 분들하고도 그런 얘기를 했어요. '우리가 진짜 잘해야 한다'고요.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앞으로 한국 뮤지컬의 20~30년 결이 달라진다고 봤어요. 지금 주요한 역을 맡고 있는 우리가 더 잘해서, 오랫동안 무대에 남아야죠. 진짜 할아버지가 되어서 노인 역도 하고, 더 다양한 역할을 해내야 후배들에게 길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로네뜨


"관객 분들이 '잘 죽었어!'라고 하고 끝나면, 딱 거기까지인 것 같아요. 여운이라도 남길 수 있도록, 주어진 텍스트 안에서 최대한 잘 해내는 게 배우의 역할이죠. 클로디어스의 욕망이 '악의'인 건 맞아요. 하지만, 그걸 단순히 사악한 욕망으로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클로디어스는 2인자로서 평생을 살았던 사람이에요. 계속 선왕에게 눌려있던 사람이죠. 정말 착하거나 조용한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잖아요?

선왕을 죽인 건 잘못한 일이지만, 그 후에는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이 나라를 잘 다스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연회가 있을 때, 오디오가 나가지는 않지만 신하 역을 맡은 앙상블 배우들하고 '복지를 확대해라' '백성을 잘 살펴라'와 같은 말들을 주고 받아요. '선왕은 과연 성군이었나?' 그 부분을 일부러 애매모호하게 표현했어요. 보는 사람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인물로 평가되도록 말이죠. 만약 선왕이 모두에게 진정한 성군이었다면, 거트루드가 그렇게 빨리 클로디어스와 결혼했을까요? 나름의 이유가 있겠죠. 햄릿에게는 위대한 아버지이지만, 햄릿의 앞에 나타나서도 선왕이 나라의 안위나 백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잖아요.

다수의 누군가에게는 성군이었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닐 수도 있는 인물. 그런 사람에게 오랫동안 억눌려있었던 클로디어스가, 결국 폭발해서 선왕을 암살했죠. 후회는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최대한 잘해보려고 하는 거고요. 클로디어스가 악인이라는 건 변함이 없고, 그 욕심도 방법도 잘못된 거지만, 잘하고 싶어서 했던 선택들이 운명에 의해 엉키면서 더 그렇게 된 게 아닐까…."

공연계의 큰 배우, 양준모

양준모의 카리스마 있는 '클로디어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클로디어스' 왕으로 분해 열연하고 있는 배우 양준모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로,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오는 2018년 1월 28일 폐막할 예정이다.

▲ 배우 양준모가 생각하는 '배우' "배우로서의 도전을 멈추면 안 된다고 봐요. 배우는 '배우는 사람'이고, 무엇이든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몇 년 전부터, 제2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다들 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배우죠." ⓒ 로네뜨


캐릭터의 전사를 보다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치열하게 공부하면서도, 작품 전체의 결을 해치지 않고 정해진 선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배우. 양준모가 왜 창작진과 관객에게 '신뢰' 받는 배우인지, 왜 그가 중요한 작품의 주요한 역할을 도맡아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는 중량감 있는 '중진'이 된 배우, 불혹을 앞두고 계속 의욕적으로 공연계에 뭔가 기여하려는 배우. 그런 배우도 <햄릿: 얼라이브>를 하면서 배운 게 있을까.

"좋은 배우는 연출의 마인드를 가져야 하더라고요. 배우들은 사실 어쩔 수 없이 자기 캐릭터 중심으로 극을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연출은 그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니까요. 그런 점에서, <햄릿: 얼라이브>는 저한테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주어진 이 클로디어스를 잘 살리고, 그 안에서 햄릿의 결도 잘 도와주고, 주위에 있는 사람도 잘 도와주고…. 정말 큰 경험이었어요. 이 작품은 '집착'에 몰려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거트루드에게 몰려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배우에게 각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잘 배분한 것 같아요.

창작 초연이라서 아주 좋았던 경험이죠. 사실 초연이 힘들긴 엄청 힘들어요. 하지만 힘들면서도 보람이 되죠. 작품 자체를 배우들과 창작진이 함께 '디벨롭(Develop)'하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었어요. 배우들과 얘기도 진짜 많이 했고요. 재연이라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제가 이해가 안 되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이미 정해진 디렉션이 있으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있는데, <햄릿: 얼라이브>는 그런 게 없었어요. 초연 창작만의 매력이랄까요. (웃음)"

양준모의 카리스마 있는 '클로디어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클로디어스' 왕으로 분해 열연하고 있는 배우 양준모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로,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오는 2018년 1월 28일 폐막할 예정이다.

▲ 배우 양준모가 바쁜 이유 한참 공연을 올리고 있으면서, 자원봉사도 하고, 재능기부도 하고, 콘서트 준비도 한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처럼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지만, 그런 일정 중 본인에게 당장의 이득을 가져오는 건 별로 없다. 그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쓰임새를 찾아서 움직이는 사람이고, '바쁜' 만큼 많은 걸 돌려주고 하는 배우이다. ⓒ 로네뜨


2013년 <지킬 앤 하이드>에서 처음 양준모라는 배우를 만나 충격을 받은 이후로 그가 맡은 작품은 빠지지 않고 챙겨봤다. 작은 역도, 큰 역도 있었다. 창작극도, 라이선스도 있었다. 부족한 작품도 있고, 마스터피스라 칭송받는 대작도 있었다. 빵을 훔친 가석방 죄인일 때나, 아내를 연모하는 남자에게 총을 전달하는 사람이거나, 복수를 위해 칼을 가는 이발사일 때나 항상 양준모는 양준모였다. 작품이 배라면, 풍랑을 만났을 때는 너무 크게 요동치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닻과 같은 역할을 해냈고, 순풍이 불 때는 메인마스트의 돛처럼 배가 힘껏 나아가도록 자기 자리를 지켰다.

"<햄릿: 얼라이브>는 사실 보면 볼수록 매력이 더해져요. 한 번 보고 나서 '어, 이게 뭐지?'라고 하면서, 한 번 더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 있잖아요. 그 '이게 뭐지?'가 작품 자체가 주는 큰 매력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고, 처음 봤을 때 해결이 안 되는 궁금증일 수도 있는데, <햄릿: 얼라이브>는 그게 무엇이 되었든 또 보면 더 큰 재미와 감동으로 돌아오는 작품이에요. 배우마다 지향하는 해석이 다 달라요. 누구로 보시느냐에 따라 또 완전히 달라져요. 물론 다르라고 더블 캐스팅을 하는 것이겠지만, 그날 그날에 따라 이렇게 베리에이션이 가능한 작품이라서 좋은 작품이에요. 많이 보러 와주세요."

물리적인 크기와 관계 없이, 그는 정말로 '큰'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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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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