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신과함께>

웹툰 <신과함께> ⓒ 주호민


난 <신과 함께> 웹툰은 물론 뮤지컬 <신과 함께>와 영화 <신과 함께>모두 보았다. 그리고 이제 만들 예정이라는 드라마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당신이 웹툰도 영화도 아직 보지 않았다면 영화를 먼저 보라고 권하고 싶다. 원작인 웹툰을 먼저 봤고, 그에 매혹된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고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하지만 영화를 먼저 보고 그 다음에 웹툰을 본다면, 동양적 세계관을 담은 판타지 블록버스터에 감탄한 후 아기자기한 재미를 깨알같이 담고 있는 웹툰에 더 감동을 받을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영화가 내 기대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대한 이야기를 139분에 담아야하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을 것이고, 컴퓨터 그래픽(CG)이 필수적인 영화이니 블록버스터 장르로 가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었을 것 같다. 영화에 쓰인 CG는 현란하고 아찔할 정도로 멋있었다. 배우들은 블루 스크린 앞에서 보이지도 않는 적에게 칼을 휘둘러대야 해서 힘들었다고 하는데 영화관에서 보는 내 눈에는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내가 웹툰 <신과 함께>를 보며 열광했던 부분이 사라지거나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기다린다. 드라마에서는 시간 관계상 바꿔야 했던 그 부분들을 충실하게 살려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만든 사후 심판 이야기

오관대왕의 검수지옥, 송제대왕의 한빙지옥 같은 말은 사실 웹툰을 통해 처음 보았다. 절에 저승을 관장하는 시왕을 모시는 전각이 있다는 정도는 알았지만, 각각의 대왕이 무엇을 심판하고 어떤 지옥을 관장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사후 세계의 심판에 대한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들이 있기는 했지만, 미신 같아 보이기도 하고,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신체를 자르고 찢고 하는 식의 무시무시한 형벌을 내린다고 해서였다.

그런데 그 촌스럽고 미신 같기만 했던 사후 심판 이야기를 주호민 작가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멋지게 바꾸어 놓았다. 송제대왕이 담당하는 한빙지옥은 도깨비가 죄인의 손발을 자르는 곳이라고 하는데, 변호사는 뼈와 살이 다시 돋는 약을 훔쳐다가 이곳을 지나 잘린 망자의 손발을 되돌려 놓는다.

염라대왕이 관장하는 발설지옥은 거짓말을 하는 이의 혀를 뽑는 곳이라고 하는데, 웹툰에서는 염라대왕이 거짓말을 한 이의 혀를 뽑고는 그 위에서 아주 비옥하다며 농사를 짓는다. 변성대왕의 독사지옥에 가려면 돌이 굴러다녀 맞아죽을 위험이 높은 곳을 지나야 하는데, 변호사는 튼튼한 장갑차를 구해와 망자를 안전하게 통과시킨다.

웹툰을 볼 때는 그저 재미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기사를 쓰며 우리 저승 세계의 사후 심판 이야기를 찾아보니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공유해 왔던 이야기들이었다. 주호민 작가는 창조적 변형을 거쳐 웹툰의 요소요소에 아주 잘 버무려 넣었다.

이승과 다르지 않은 저승

 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 포스터

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온몸에 신중탱화가 프린팅 되어 있는 지하철 바리데기호는 우리에게 익숙한 곳인 일산 대화역에서 출발해서 초군문역으로 간다. 역 밖에는 공항 입국장에서처럼 많은 변호사들이 이름을 쓴 피켓을 들고 자신의 의뢰인을 찾고 있었고, 의뢰인을 자가용에 태운 변호사는 하이패스를 달고 고속도로 요금소를 지나간다. 저승 세계에서 망인은 변호사와 함께 프랜차이즈 커피도 마시고, 염라대왕은 망자의 행적을 컴퓨터로 검색한다.

저승 세계에도 허름한 아파트와 고급 호텔이 있고, 오랜 시간 이어진 재판에 지친 판관들이 한꺼번에 죄인을 대충 심판해 버리는 허술함도 있다. 강물의 직강화를 초래한 삼도천 정비 사업 같은 토목 공사가 있고, 죄인의 옷의 무게로 죄를 가늠해 삼도천을 건널 얕거나 깊은 나루를 정해주는 노파는 삼도천 직강 공사로 인해 모터보트를 대여해 주는 일로 업종을 전환한다.

사실 이 이야기는 마흔도 안 된 젊은 사람이 죽고 사후 세계의 심판을 받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러니 안타깝고 슬퍼야 하는데, 주호민 작가는 이를 웃음이 나오는 유쾌한 이야기로 바꾸어 놓았다. 죽음 이후에 오는 일들을 다루었는데도 전혀 슬프지도 무섭지도 않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조상들의 전형적인 저승관이다. 이번 생에서의 삶이 이승이듯이 저 세상에서의 삶은 저승이다. 그러니 이승에서의 모습과 저승에서의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승이 서양식으로 근대화가 되었으니 저승도 그 모습을 반영하여 바뀐 것이다.

내게는 아쉬웠던 영화 <신과함께>의 설정

 영화 <신과 함께>의 한 장면. 자홍의 동생 수홍 역을 연기한 김동욱은 진정성 있는 연기로 감동을 준다.

영화 <신과 함께>의 한 장면. 자홍의 동생 수홍 역을 연기한 김동욱은 진정성 있는 연기로 감동을 준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가 사실상 과로사한 김자홍과는 달리 영화 속 주인공 김자홍(차태현 분)은 사람 구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소방관이다. 게다가 홀어머니와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투잡, 쓰리잡까지 뛰며 열심히 살아간다. 그래서 김자홍을 데려가는 삼차사는 김자홍이 '귀인(貴人)'이라며 기뻐한다.

여기서부터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웹툰 속 김자홍은 아주 평범한 사람으로서 일반인의 상식 수준에서 열심히 선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지옥에 가지 않고 환생을 한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는 지옥에 가지 않는 일이 웹툰과는 달리 너무나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소방관인 김자홍 수준으로 사람을 살리고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서 귀인이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웹툰을 보면서는 나도 착하게 살면 극락왕생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면서는 희망이 사라진 것 같아 살짝 슬퍼졌다.

원귀가 된 군인을 김자홍의 동생으로 만든 것도 조금 싫었다. 억울하게 죽은 것이 슬퍼서 군인 이야기 자체가 싫었지만, 영화에서는 두 아들을 모두 잃게 된 어머니의 처지가 안타까워서였다. 귀인인 김자홍이 저승 세계의 심판을 받는데 위기를 겪는 장면을 넣어야 하겠기에 원귀로 만들었을 것이고, 불효의 죄를 지었다고 기소되어야 하기에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장면도 넣었을 것이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필요한 장면들이었으나 사소한 에피소드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던 원작을 생각해 보면 조금 아쉽다.

권선징악도 재미있다

작가도 밝혔듯이 웹툰 <신과 함께>의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살아있을 때 선행을 많이 한 이는 사후에 최고 변호사의 변호를 받고, 호화 크루즈선을 타고 안전하게 뜨거운 삼도천을 건너며, 최고급 호텔에서 머물면서 49일간 계속되는 사후 심판을 받는다.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착하게 살았다면 그런 대접은 못 받아도 지옥은 면하고 환생은 할 수 있다.

이 이야기들을 보며 내 머리 속에 떠올랐던 것은 칼뱅의 예정설이었다. 한국 전통 문화 얘기를 하면서 뜬금없이 서양 기독교 이론이 떠오른 것은 예정설이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 때문이었다. 신의 구원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예정되어 있다는 예정설은 처음 들으면 사람들이 반발하는 이론 중 하나다.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처음부터 구원이 예정되어 있지 않으면 지옥에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데 사람들은 예정설에 기뻐했다. 왜 그런 것일까?

처음부터 구원이 예정되어 있지 않다면 독실한 수도사가 아니면 천국에 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길가다 우연히 스친 이성을 보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인간은 음욕의 죄를 짓는 것이고, 화가 나서 죽여 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기라도 한다면 이미 마음으로는 살인의 죄를 저지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간의 삶은 죄짓기로 점철되기에 천국에 갈 가능성은 없다.

그런데 구원이 예정되어 있다면 가능성은 절반이 된다. 일반인의 상식 수준으로 선하게 살더라도 충분히 구원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칼뱅의 예정설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고, 세속의 직업에 충실하라는 칼뱅의 말에 따라 열심히 일하고 어느 정도라도 재산을 모으면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구원을 확신했던 것이다.

<신과 함께>를 본 많은 이들의 반응이 "착하게 살아야겠다"였다고 한다. 일반인의 상식 수준에서 착하게 살면 극락왕생이 가능할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깔깔대며 재미있게 만화 한 편을 보았는데 마음에는 도덕적 교훈이 남았다. 전통 세계관을 재해석한 작품이 주는 메시지이기에 왠지 믿고 싶어지고 그렇게 살고 싶어진다. 권선징악이 주제인데도 촌스럽지 않고 억지스럽지도 않다.

원소스 멀티유즈의 시대이니 기발한 웹툰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 블록버스터도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이제 또 다른 멀티유즈를 기대해 본다. 부디 드라마 <신과 함께>는 내가 좋아했던 원작의 재미가 충실히 담긴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웹툰 <신과 함께>는 수많은 멀티유즈가 가능한 훌륭한 원천이기 때문이다.

사족으로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신과 함께>를 웹툰이 아닌 만화책으로 보았다. 위에서 웹툰으로 계속 지칭한 것은 웹툰으로 시작한 작품이라서였다. 발설지옥을 통과할 때 염라대왕께 혼나지 않으려면 미리 고백해 두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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