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 - 기자 말

 이별에 대한 태도는 기질, 자라온 환경, 과거의 상처, 어릴 적 충족되지 못한 욕구 등 다양한 것들에 의해 결정되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이별에 대처한다.

이별에 대한 태도는 기질, 자라온 환경, 과거의 상처, 어릴 적 충족되지 못한 욕구 등 다양한 것들에 의해 결정되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이별에 대처한다.ⓒ 픽사베이


또 다시 이별이다. 며칠 후면 2017년은 영원히 사라진다. 사람들은 1년이라는 단위로 이별을 기념하지만, 어쩌면 삶이란 매 분, 매 초, 매 순간과의 이별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린 시간 속에서 수많은 이별에 익숙해진 채 살아간다. 그런데 정말로 익숙해지지 않는 힘겨운 이별이 있다. 바로 나만의 유일했던 존재,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다. 서로의 자아를 확장시켜주었던 사랑하는 대상과의 이별은 나 자신의 일부를 잘라내는 것과도 같기 때문에 언제 겪어도 무척 아프다.

이별에 대한 태도는 기질, 자라온 환경, 과거의 상처, 어릴 적 충족되지 못한 욕구 등 다양한 것들에 의해 결정되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이별에 대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학자들은 남자와 여자가 이별을 받아들이는데 일반적인 차이가 있음을 인정한다. 지난 가을부터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두 곡 '좋니'(포스티노 작곡, 윤종신 작사)와 '좋아'(포스티노 작곡, 윤종신 작사)는 이별을 대하는 남녀의 서로 다른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좋니' - 남자 : 혼자서 버텨내는 그리움과 분노

이제 괜찮니 너무 힘들었잖아
우리 그 마무리가 고작 이별뿐인 건데
우린 참 어려웠어
잘 지낸다고 전해 들었어 가끔
벌써 참 좋은 사람
만나 잘 지내고 있어
굳이 내게 전하더라

잘했어 넌 못 참았을 거야
그 허전함을 견뎌 내기엔
좋으니 사랑해서 사랑을 시작할 때
네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그 모습을 아직도 못 잊어
헤어 나오지 못해
니 소식 들린 날은 더 - '좋아' 가사 중 일부

'이제 괜찮니, 너무 힘들었잖아.' 남자가 먼저 묻는다. 남자는 헤어진 여자가 '벌써 참 좋은 사람'을 만나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잘했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넌 못 참았을 거야. 그 허전함을 견뎌내기엔'라고 그 이유를 합리화하며 이해해보려 애쓴다. 그러자 그리움이 밀려온다.

남자는 '사랑을 시작할 때 니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그 모습을 아직도 못 잊어'라며 연인의 사랑스런 모습을 그리워한다. 일반적으로 이별 후 연인에 대해 가장 잘 떠올려지는 기억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그 순간이 행복했던 만큼, 이별은 더 아프다.

그런데, 헤어진 연인을 이해해주려 노력하면서, 그리워하던 남자는 다음 소절에서 돌변한다. '네가 조금 더 힘들면 좋겠어. 진짜 조금 내 십 분의 일 만이라도 아프다 행복해줘'라고 연인에게 분노를 표현한다. 그리움은 분노로 변하고 남자는 그리움과 분노, 걱정과 미움이라는 두 극단의 감정을 오락가락한다.

노래에서 그리움에 대한 소절과 분노와 억울함을 표현하는 소절이 번갈아가며 배치되어 있는 것은 이 같은 양가감정의 표현이다. 같은 대상에 대해 양립할 수 없는 감정이 함께 일어나는 것은 심리적으로 엄청난 에너지 소모와 갈등을 가져온다. 때문에 이별은 너무나 아프고 힘든 일이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건 이것이 나만이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별을 겪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별의 대상에 대해 양가감정을 갖는다. 사랑이 깊을수록, 그리움도 크고 미움도 크다.

그런데 남자들은 자신의 힘겨움을 타인과 잘 나누지 못한다. 노래 속 남자는 깊은 슬픔과 양가감정에 시달리면서도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너무 잘 사는 척 후련한 척 살아가'라고 고백한다. 이렇듯, 남자들은 정서적으로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별 후 여자들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힘든 감정을 나누고 위로받지만, 남자들은 친한 친구를 만나서도 자신의 약한 모습은 보이려 하지 않는다. 기껏 친구를 만나서도 직접적으로 슬픔을 이야기하기보다 술을 마시며 잠시 잊는 정도에 그친다.

아마도 이 노래 속 남자도 헤어진 여자 친구만이 유일한 정서적 의존대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남자에게 이별은 자신의 유일한 정서적 의존대상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고, 이 아픔을 함께 나눌 대상이 없다. 더구나 최근 심리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물질이 사랑의 감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에게 훨씬 많이 분비되는 남성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사랑에 빠졌을 때 더 많이 분비되고 쉽게 거둬들여지지 않는다. 때문에 남자의 이별은 더 지독하고 뒤끝이 길다. 남자가 이 노래를 '난 딱 알맞게 사랑하지 못한 뒤끝 있는 너의 남자친구일 뿐'이라고 마무리하는 건 그래서이다.

'좋아' - 여자 : 괜찮은 척, 관계를 통해 아픔을 잊기


이번엔 여자가 답한다. 그런데 여자는 남자와는 사뭇 다르다. 아직 자신만을 그리워하는 남자에게 '내겐 정말 참 좋은 사람 만나 잘 지내고 있어 마냥 자상한 사람'이라고 화답한다. 아마도 여자는 남자와 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새 사람을 만난 모양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좋니'에서 남자는 여자가 새로운 남자를 빨리 만난 이유를 '허전함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노래한 바 있다. 아마도 이 분석은 맞을 것 같다.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매우 관계 지향적이다. 때문에, 남자친구가 있고,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정서적으로 지지 받고 있음을 느끼지 못할 때는 외로움과 공허감을 크게 느낀다.

여자는 이별 후 친구들과 만나 남자와의 추억을 꺼내보기도 하고, 함께 나쁜 놈이라고 욕을 하기도 하며 슬픔을 나누었을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은 여자에게 아픔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또 다른 관계를 주선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여자는 혼자 견뎌내지 못한 슬픔을 새로운 남자와의 만남으로 이겨내보려 한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관계를 만들면 정말 슬픔은 잊혀질까? 여자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 '좋아 사랑해서 사랑을 시작해서 다신 눈물 흘리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하지만 곧바로 '그 기억은 아직도 힘들어 헤어 나오지 못해 니 소식 들린 날은 더'라며 슬픔에 가득 차 노래한다. 즉, 아직 전 남자친구와의 이별에서 오는 슬픔을 다 느끼지도, 정리하지도 않은 채 새로운 관계로 나아간 것이다. 그러면서 '좋아 참 그 사람 한없이 날 이해해줘. 넌 날 몰라도 정말 몰라줬어'라며 지나간 사랑과 현재의 사랑을 비교한다.

여자는 반복해서 '어쩜 넌 그대로니' '다음 사람 내 열 배 만큼 사랑해줘. 다시는 그러지 마'라며 이별한 남자를 비난하고, '마냥 자상한 사람' '너무 날 사랑해줘, 아팠던 날 알면서도'라며 새로운 사랑을 칭송한다.

여자의 이런 태도는 현재의 사랑을 통해 과거의 사랑을 잊고자 하는 시도이다. 새로운 사람과의 사랑이 진실하다면, 아마도 이는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덜 아프게 이별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제는 이 새로운 사람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이별한 전 남자친구에 대한 미움과 복수의 마음보다 더 커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 사랑에 대한 충분한 애도 없이, 섣불리 시작한 새로운 사랑은 이전 연애를 잊거나 공허감을 채워보려는 수단인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랑은 새로운 상대에 대한 죄책감만 남길 수 있다.

'좋아 참 그 사람 솔직히 너무나 고마워'라는 여자의 슬픈 목소리에는 새로운 사랑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녹아 있다. 얼핏 보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 여자는 이별을 잘 이겨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자는 관계를 통해 자신을 '뒤끝 없는 예전 여자친구'로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난 정말 잘 살 거니까 그 흘렸던 내 눈물 때문에 나를 아낄 거야 후회는 없을 거야.' 여자는 이렇게 노래 말미에 이렇게 다짐한다. 우리가 이별을 통해 이런 다짐을 하게 된다면,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장을 일궈내려면 슬픔을 온전히 느끼고, 흘렸던 눈물의 의미를 아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좋니'의 남자처럼 혼자 모든 감정을 다 짊어지고 감정의 양 극단에 빠져 지내기만 해도, '좋아'의 여자처럼 또 다른 관계로 슬픔을 덮으려고 해서도 안 된다.

그립다가 화도 나고 슬퍼도 하는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느껴야 한다. 동시에 친밀한 다른 친구나 가족에게 자신의 슬픔을 털어 놓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전 사랑의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우리는 1년이라는 시간을 떠나보내면서도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감사 혹은 사과의 말을 전하며 정리한다. 하물며 나의 유일한 한 사람과 이별할 때는 조금 더 품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힘들더라도 그 감정에 충실하고, 아픔 속의 의미를 찾아보기를 바란다. 그럴 때 이별은 새로운 나와 새로운 관계를 맞이하는 설렘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한 해를 잘 정리했을 때 아쉬움보다 설렘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듯이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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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하며 평등과 생명존중을 담은 글을 쓰고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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