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신과 함께>.ⓒ 리얼라이즈픽쳐스·덱스터스튜디오



20일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벌>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주는 울림도 크지만, 지옥이나 저승사자·염라대왕 등 사후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특히 흥미로운 영화다. <신과 함께>는 헌신적인 소방대원 김자홍(차대현 분)이 아이를 구하다 순직한 뒤, 망자가 돼 그를 안내하는 저승 3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지옥, 저승사자 등 이미지는 1977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KBS 2TV 인기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 입각한 것이다. 주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설의 고향>은 지옥과 저승사자를 그 시대의 이미지로 전달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화면 속의 장면들을 '옛날'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에 비해 <신과 함께>는 지옥·저승사자를 옛날이 아닌 지금의 이미지로 전달한다. 갓과 검은 도포 차림의 저승사자를 현대적인 코트 차림으로 바꿔놓은 것만 해도 그렇다.

<전설의 고향>이 만들어낸 이미지는 조선시대에 국한되는 것이다. 고려나 그 이전 시대 사람들한테는 <전설의 고향>도 미래의 판타지처럼 보일 것이다. 시대마다 저마다의 지옥·저승사자·염라대왕 이미지가 있기 마련이다. <신과 함께>는 21세기에 맞는 이미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신과 함께>의 주 무대인 지옥은 불교가 유입되기 전까지는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대상이 아니었다. 지위가 낮든 높든 이승에서 죄를 지으면 불타는 지옥에서 벌을 받는다는 관념이 퍼진 것은 불교가 들어온 뒤의 일이다.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지옥

불교 공인 후에 지옥 관념이 퍼졌다 해서, 대부분의 대중이 그것을 실제로 믿었다고는 볼 수 없다. 무신론을 가진 현대인들도 "귀신은 저런 인간 안 잡아가고 뭐하나?"란 말을 내뱉을 때가 많다.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말하는 사람이 귀신의 존재를 실제로 믿는다고 볼 수는 없다. 그냥 하는 말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불교 공인 후에 지옥 관념이 퍼졌다는 것은 지옥 얘기를 해도 미친 사람 취급당하지 않을 정도로 그런 관념이 널리 확산됐다는 의미이지, 사람들이 실제로도 그런 관념을 믿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시대나 대중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는다. 입으로 믿는 것과 실제로 믿는 것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불교 도래 전에도 내세에 대한 관념은 있었다. 고유 신앙인 무속 내지 신선교가 지배적일 때도 그런 관념은 존재했다. 하지만 죄의 유무에 따라 저세상에서 신분이 바뀌고 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념은 발달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현생의 지위가 내세에도 그대로 이어지리라는 관념이 고대 한국에서는 강했다. 사람이 죽으면 하인들을 순장하거나 생전의 애용품을 함께 묻어주는 것은 그런 관념의 반영이었다. 그랬던 한국인들이 불교 수입 이후로, 생전의 업에 따라 사후에 지위가 바뀌고 지옥의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는 관념을 갖게 된 것이다.

 염라대왕상.

염라대왕상.ⓒ 장서각 디지털 아카이브


그런데 불교도 지옥 관념의 원조는 아니다. 불교를 배태한 인도가 그런 관념의 발원지는 아니다. 처음 생긴 곳은 이집트다. 이집트에서 생겨나 그리스·페르시아 등을 경유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이다. 미술사학연구회가 1995년 발행한 <미술사학> 제7권에 실린 장미진의 논문 '불교문화권에 있어 지옥의 원(原)신화적 요소와 그 의미'에 이런 대목이 있다.

"사후 심판과 지옥의 원형적인 이미지는 ······ 고대 이집트와 희랍 그리고 페르시아 등 근동 지역의 신화에까지 맥이 닿아 있어 인도 문화를 이룩한 아리아인 고유의 관념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복합성과 전범성을 지닌다."

이집트에서 지옥 관념이 발달한 것은 태양 숭배와 관련이 있다. 이집트인들은 다른 민족보다 태양을 더 열심히 숭배했다. 이것이 지옥 관념을 갖게 된 원인이었다. 그러니까 태양을 보면서 지옥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것이다.

이집트인들이 생각하는 지옥

이집트에서 태양 숭배가 특히 발달한 점은 임금인 파라오가 태양신 '라'와 동일시되거나 라의 자식으로 인식됐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손주영·송경근 교수의 <이집트 역사 다이제스트 100>에 이런 대목이 있다.

"처음에 파라오는 태양신과 동일시되었었다. 그러나 왕인 파라오가 '라'의 아들로서 그가 죽으면 그를 낳았던 신에게 흡수되며, 그 장소는 지평선으로 죽은 파라오가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가 ······ 확립되면서 파라오는 태양신의 아들로 받들어졌다."

이 정도로 태양 숭배가 발달했기 때문에, 이집트인들은 태양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아침에 동쪽에 떠서 서쪽으로 지는 태양의 운행을 열심히 관찰하던 결과로, 다름 아닌 지옥이란 관념을 안출해냈다.

그런 관념을 보여주는 문서가 '사자(死者)의 서(書)'다. 이집트 무덤에서 미라와 함께 발견된 것으로, 죽은 자를 위한 사후세계 안내서 같은 것이다. 바로 이 '사자의 서'에서 지옥에 대한 고대 이집트인들의 관념을 엿볼 수 있다.

이집트인들은 태양이 낮뿐 아니라 밤에도 운행한다고 생각했다. 낮에 하늘을 운행하던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 저세상을 운행하다가 아침에 다시 떠오른다고 이해했다. 태양이 밤에 운행하는 곳을 그들은 투아트(tuat)라고 불렀다. 투아트는 저세상·저승·지옥 등으로 바꿀 수 있는 표현이다.

이집트인들의 관념 속에서 투아트는, 서쪽 지평선에서 시작해 동쪽 지평선에서 끝나는 영역이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투아트의 세계가 태양이 지는 곳에서 시작해 태양이 뜨는 곳에서 끝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들은 투아트가 12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말했다. 밤 12시간을 투아트 12구역으로 나눈 것이다. 투아트의 각 구역에는 문이 있고 수호신들이 있다. <신과 함께>에서 김자홍이 저승 변호인단과 함께 방문한 각각의 구역에 저마다의 재판관이 있었던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투아트 각 구역의 수호신들은 친절하지 않다. 자기 구역을 통과하는 자들에게 시련을 안겨준다. 불의 시련도 주고 뱀의 위협도 준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일이 거기서 벌어졌던 것이다. 태양이 밤 동안에 그런 곳을 통과한 뒤 아침에 새롭게 부활한다고 이집트인들은 말했다.

낮에는 하늘을 운행하고 밤에는 투아트를 운행하는 태양의 삶이 인간한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게 이집트인들의 생각이었다. 인간도 태양처럼 윤회의 삶을 살게 되며 이 과정에서 지옥의 고통도 경험하게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불교의 윤회설을 연상케 하는 흔적이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고에도 존재했던 것이다. 

이집트인들은 지옥의 시련 없이 투아트를 통과하는 길은 태양이 다니는 궤적을 따르는 길뿐이라고 말했다. 태양신의 신봉자가 되어 태양신을 수행해야만 영원한 안락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붓다의 경지에 이르러야만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불교 가르침과 맥이 닿는 대목이다.

이렇게 고대 이집트인들이 만든 지옥 관념이 불교에 섞여 한국에 유입됐다. 19세기 후반부터는 기독교 전파를 통해 한국인들의 지옥 관념이 한층 더 강해졌다.

죽은 뒤에도 현생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생각했던 한국인들은 이렇게 불교·기독교의 영향으로, 지금 생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사후에 지위가 바뀌고 지옥에서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는 관념을 품게 되었다. <신과 함께>는 이런 관념을 21세기 감각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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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역사 추리 조선사, 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 못하나,발해고(4권본,역서),패권 쟁탈의 한국사,신라 왕실의 비밀,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상고사(역서),조선 노비들,왕의 여자,철의 제국 가야,최숙빈,한국사 인물통찰,동아시아 패권전쟁 등. www.kimjong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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