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하지만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는 2020년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이미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직 때 발생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내란, 외환죄를 제외한 대통령의 재직 중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근거가 됐습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 퇴임 이후인 2013년 2월부터 공소시효가 시작된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최근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행정관 등을 조사한 검찰은 다스 안팎의 관계자들을 부르고 계좌 추적을 벌이는 등 수사를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23일 JTBC는 <검찰, MB 직권남용 의혹 '공소시효 2020년' 판단>이란 단독보도를 통해 검찰이 '다스' 수사에 잰걸음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소식은 또 있었다. 최근 검찰은 서울동부지검에 '다스'의 실소유주와 차명계좌를 통한 120억 비자금 의혹을 수사할 전담팀을 꾸렸다. 이번에만 다섯 번째 수사로 알려져 있다.

그 와중에, 최근 '플랜(Plan) 다스(DAS)의 계'는 모금 개시 3주 만에 목표 금액 150억 원을 돌파했다.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가 진행한 이 운동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으로 다스 주식을 사들여 주주가 된 뒤,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회계장부 열람 등을 통해 다스의 실소유주를 밝혀내겠다는 사상 초유의 운동이다. 실제 다스의 주주총회에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란 질문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스, 누구의 것입니까?"

진행자 김상중의 마지막 일성은 일견 장난스러웠지만 예의 그 진지함을 견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23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역시 '판도라의 상자 - 다스는 누구의 것인가?' 편을 통해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과 증거, 증언을 다각도로 재조명하는 동시에 한발 더 나아간다. 착착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에 대한 승계 구도를 여과 없이 까발린 것이다.  

전·현직 다스 직원, 이구동성 "다스는 MB 꺼"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시작부터 경악에 가까운 사건의 연속이었다. 다스의 한 경리직원은 5년에 걸쳐 80억이라는 회삿돈을 빼돌렸다고 한다. 2008년 검찰 조사를 받은 경리직원 조씨는 그러나 누구의 지시나 도움도 없었으며 자신이 단독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증언을 믿은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검찰 조사 이후에도 회사에 다시 출근했다. 더 의아한 것은 다스의 대응이었다. 이 직원에 대해 고발도, 해고도 하지 않았다. <그알> 제작진의 취재 결과 이 직원은 2017년 현재까지도 다스에 출근하고 있었다. 

"80억을 마음대로요? 그걸 어떻게 본인이 한단 말입니까? 회삿돈을 관리할 수 있는 인감도장은요. 사장이 직접 관리했어요."

전직 다스 직원의 증언이다. 2008년은 '정호영 특검'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MB의 BBK 사건을 수사한 해였다. <그알> 제작진은 물론 세간의 의혹 역시 이 80억 역시 다스 비자금일 것이란 추측으로 무성했다. 이날 <그알>은 이 비자금은 그렇게도 '현금'을 좋아했던 다스의 실소유주가 MB일 것이란 여러 증언을 확보했다. 모두 다스 MB 전·현직 직원들의 생생한 증언이었다.

"글쎄요, 뭐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지만, 솔직히. 그 당시 다닐 때도 회사 주인은 MB라고 알고 있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다스 다니는 사람은 다 알 겁니다."

80억을 포함해 현금 이동이 유독 많았다는 다스. 이미 수차례 전현직 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다시 직원들이 MB의 서울시장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도 동원됐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그 중엔 18년 동안 다스 이상은 회장의 운전기사를 18년이나 김종백씨도 포함돼 있었다.

또, 다스의 요직은 이상하리만치 MB 주변 측근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의 주식을 1%도 소유하지 않고 있으며, 어떤 공식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 하지만, 다스의 회계 장부를 본 김경률 회계사는 그 현금 흐름과 비자금과의 연관성을 단박에 짚어냈다. 더욱이 제작진이 확보한 명단에는 2008년 검찰 조사를 받은 경리직원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다스가 MB의 비자금 창구 역할을 했다는 증언과 증거들은 이렇게 차고 넘치는 것이다.

"여기 보시면 연간 61억이 왔다 갔다 했거든요, 현금이. 요즘 현대 회계에서는 현금을 가지고 있는 거는 죄악시하는 거거든요. 왜냐면 그만큼 부정의 소지가 많다는 거니까. 현금이 많다는 건 오너가 불분명하게 가져간 금액이 많다는 거거든요. (중략) 증빙이 없을 때 중소기업에서 회계담당자들이 하는 일종의 테크닉이에요. 이것도 비자금인 거죠. 이것도 이제 사실 세무조사가 들어가면 빼도 박도 못 하는…. 어떤 회사가 비자금을 운용하는 전형적인 형태가 여기 장부상에서 다 나오는 거죠, 지금."

전현직 다스 직원들의 또다른 이구동성, "다스와 에스엠은 이시형 꺼"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한편 다스의 회계총괄이사와 주요 해외법인의 대표이사 자리와 국내 주요업체 여러 곳의 지분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이상은 회장의 조카인 이시형 씨에게 집중되고 있는 현상 역시 기이하다. 다스의 알짜배기 해외 법인인 중국 법인 역시 이시형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특히나 입사한 지 5년 만에 전무까지 초고속 승진을 한 이시형씨는 제2의 다스라고 불리는 에스엠을 설립, 다스의 핵심 하청 업체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다스 전·현직 직원들의 증언은 이러했다. 

"아들이 입사한 지 5년 만에 과장에서 전무를 달았으니까. 역시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죠."
"제2의 <다스>를 만들어서 핵심 부품 업체를 인수하고 거기에 일감을 몰아주고 상속받게 하는, 그 과정에 이런 일들이 들어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그알>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이시형씨의 에스엠의 문재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문제점을 재정리했다는 데 있다. 다스가 에스엠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넘어 우회 승계의 징조가 뚜렷하다는 점, 그 과정에서 하청업체들의 폐업이 줄줄이 일어나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한다는 점은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과 함께 국민들이 주목해야 할 새로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온 언론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이때, 다스의 주식을 가지고 오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다스의 실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스의 알맹이들을 점점 생산과정을, 영업이익을 이시형씨가 가지고 있는 회사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이건 어떻게 보면 뭐 어렵지 않은 일일 수 있고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김경률 회계사는 이 우회 승계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일"이라 못 박았다. 다스 협력업체였던 양정공업의 김상민 대표는 최근 다스의 일감 몰아주기와 단가 떨어뜨리기 등의 피해를 당했고, 최근 회사를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회사는 양정공업 뿐만이 아니었다. 이 비정상적인 행태는 회사 경영의 무게추를 다스에서 에스엠으로 이동시키는데 필요한 일환이로 짐작된다. 김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힘이 있고 내가 강하고 하니까 나는 잘못해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게 저변에 깔려 있지 않느냐. 저는 그렇게 보고 있거든요. 나쁜 짓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줘야 해요. 느끼게 해야 해요. 몸소 겪게 해줘야 한다고요."

김상중의 질문, "다스, 누구의 것입니까?"

 전현직 다스 직원들의 이구동성,

전현직 다스 직원들의 이구동성, ⓒ SBS


<그알>은 프로그램 말미, MB의 목소리를 담았다. 최근 연말 송년회 자리에서 "MB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에 "그건 나한테 물을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답하는 MB의 얼굴과 목소리를 그대로 내보낸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MB의 '모르쇠'에 <그알> 제작진이 들려주고 싶은 일성은 바로 다스 현 직원의 한마디였을 것이다.

"제가 다스를 다니고 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그알> 제작진은 다스 실소유주 논란과 비자금 의혹은 물론 잘못된 2번의 특검 및 아들의 우회 승계를 의심케 하는 다스 협력업체 주변의 수상한 움직임까지 짚어냈다.

<그알>은 BBK는 물론 도곡동 땅 문제까지 산 권력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던 2번의 특검이 남긴 과오를 지적하는 한편 마치 재벌가의 그것을 그대로 답습한 이시형씨에 대한 우회 승계 작업이 꽤나 진척되고 있음을 고발했다.

이러한 과거의 과오와 현재 진행형인 승계 작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옵셔널벤처스의 소액주주들이나 김상민 대표와 같이 피해자들이 여전히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함이 아닌 것이다. 방송 말미, '플랜 다스의 계' 운동을 소개한 진행자 김상중의 멘트도 이와 맞닿아 있었다.

"(플랜 다스의 계 운동) 그것은 두 번의 특검 수사를 거치면서도 확인되지 않은 돈의 출처와 사용처를 정확히 알아내서, 돈에 관련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그 불법행위가 국민들이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를 침해했는지를 분명히 확인하고자 하는 열망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그것이알고싶다 다스 이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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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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