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말]
 영화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메인포스터

영화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메인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01.
영화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는 공개되기 전부터 어깨에 짊어진 짐이 많았다. 그 유명한 스타워즈 시리즈가 시작한 지 40년째 되는 해에 제작되는 작품이자, 8번째 작품. 심장마비로 작고한 캐리 피셔(레아 공주 역)의 유작이자 그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작품. 2017년 여름으로 계획되어 있던 개봉일 까지 겨울로 미뤄가며 각본을 수정했다는 소식까지.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개봉일만을 손꼽아 기다렸으리라.

하지만 기대는 때때로 커다란 배신이 되어 돌아온다. 현재 이 영화를 둘러싼 반응은 극단적이다. 북미에서 개봉 첫 주 2억 9000만 달러라는 기록을 세우며 안정적인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과 달리 로튼 토마토 관객 지수는 50%를 겨우 상회하는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흥행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개봉 11일 차를 맞이한 21일 현재 겨우 74만 명을 넘겼을 뿐이다.

02.
스타워즈 시리즈가 국내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개봉 때마다 대대적인 홍보가 이루어지고 뜨거운 반응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던 적은 없었다. 지난 2015년 겨울 개봉한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가 320만 명을 넘겼을 뿐, 모두 그 이하의 성적을 받아 들었다. 시리즈 자체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북미에서와 극명한 온도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다.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부르는 장르 자체가 국내에서 흥행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스타트렉> 시리즈는 물론 최근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역시 국내에서는 300만 고지를 넘어서지 못한 채 명성에 흠을 남기고 말았다. 유명세에 비해 흥행에 있어 국내에서는 실속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작품들이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긴 호흡을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이 국내 관객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인 것 같다. 골수팬을 만들 수는 있지만, 전체 관객을 아우르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같은 시리즈물이더라도 전통적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얻었던 외화 작품들은 <007 시리즈>, <터미네이터>와 같이 확실한 캐릭터 하나를 두고 각각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인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예외로 두어야 겠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스타워즈> 시리즈는 확실히 많은 핸디캡을 갖고 있는 작품이 분명하다.

영화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스틸컷 카지노 내러티브는 큰 의미를 갖기 힘들다.

▲ 영화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스틸컷 카지노 내러티브는 큰 의미를 갖기 힘들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03.
그런 <스타워즈> 시리즈가 이번 작품에서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영화의 톤이나 화면의 구성과 같이 기본적인 부분들이 변하고 있다면, 처음으로 이 시리즈의 연출을 맡은 라이언 존슨 감독의 영향 때문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영화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지점을 변화시키고자 한다. 대표적인 것이 카지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핀(존 보예가 역)과 로즈(켈리 마리 트란 역)의 탈출극의 삽입이다. 그동안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전투기 간의 추격전은 자주 그려졌지만, 이번 작품과 같은 장면이 활용된 적은 거의 없었다.

앞서 언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같은 오락성이 짙은 작품에서나 등장할 법한 장면들을 굳이 삽입한 이유는 이 작품이 태생부터 가진 무게를 덜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분위기의 전환을 위해 활용되던 C3PO, R2D2, BB8에게 부여되던 캐릭터의 활용도 더욱 강화되었다. 문제는 강화된 오락성의 크기만큼 스토리가 빈약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핀과 로즈의 관계는 스타워즈를 아껴왔던 팬들에게 뜬금없이 느껴질 뿐이다.

차라리 저항군의 미래를 위해 핀이 자처한 죽음이 그대로 이루어졌다면 오히려 더 상징적인 장면이 되었으리라. 카일로 렌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도 얕고,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한 스노크(앤디 서키스 역)의 역할도 애매하고, 심지어 레이(데이지 리들리 역)는 어떻게 살아 돌아올 수 있었는지 보여주지도 않는다. 모든 게 작위적이고 소비적이기만 하다.

04.
태생적으로 <스타워즈> 시리즈는 자기 복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대를 이어 반복되는 서사의 구조 속에서 새로운 세대가 구세대의 스크럼을 부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일은 결코 새로운 것이라 할 수 없다. 아버지 같은 제다이를 동경하던 루크 스카이워커의 이야기라거나 다스 베이더의 비밀을 알고 그를 용서하는 내러티브와 같은 것들이다.

포스라고 불리는 힘을 중심에 놓고 선과 악으로 구분된 영역 사이에서 내면을 찾아가는 내용 또한 그렇다. 그 반복을 탈피하기 위해 이번 작품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에서는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 역)을 흔들기도 하고, 저항군의 작전을 무참히 박살 내며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니, 애초에 잘못된 선택을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오랜 관객들이 이 작품에 환호를 보내는 것은 새로운 것의 기대감이 아닌 익숙한 것의 반복이다. 자기 복제로 인한 구태의연한 스토리의 반복을 거부하기보다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디테일한 함대전과 붉은 광선과 푸른 광선의 부딪힘 속에 튀어 오르는 스파크와 같은 것. 이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오프닝 시퀀스의 익숙한 배경음과 줄거리 시퀀스는 버리지 못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꾸며내고자 하는 모습은 다분히 상업적인 용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솔직한 말로 40년 전에 만들어진 포스와 같은 개념이 지금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건 이성적 영역의 산물이라기보다 감성적 영역의 것이라 보아야 한다.

영화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스틸컷 차라리 그녀의 이야기와 카일로 렌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 영화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스틸컷 차라리 그녀의 이야기와 카일로 렌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05.
결과적으로 이번 작품은 과거의 전통성을 제대로 잇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어설픈 오락성의 추구로 인해 새로운 관객의 유입도 제대로 확보하지는 못했다. 이것은 성적과는 별개의 문제다. 때때로 신화처럼 받아들여지는 시리즈는 내용과 성적이 무관하게 움직이기도 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트릴로지(3부작)의 형태로 구성되는 시리즈의 특성상, 2019년 개봉 예정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9>이 어떤 마무리를 지어주느냐에 따라 이번 작품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시퀄 3부작의 시작인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를 성공적으로 완성시켰다는 평을 얻은 J.J. 에이브럼스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기 때문에 여기에 거는 기대는 제작사 측이나 관객들 모두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정되어 있던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이 견해 차이로 하차한 뒤 돌아온 것인데, 이럴 것이었다면 차라리 트릴로지 전부를 맡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현재 계획되어 있는 솔로 가의 스핀오프를 비롯한 세 편의 작품이 제작 중에 있고, 그 이후에도 새로운 트릴로지를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타워즈>는 그 이름만으로도 세계적인 흥행이 보장되는 작품이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갈증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과거 자신들이 갖고 있던 장점들을 버리면서까지 그 모습을 바꿀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영화 무비 스타워즈 라스트제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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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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