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4년 만의 신작 <흔적 Part.1 >을 공개한 이적

ⓒ 뮤직팜


매년 12월은 상대적으로 신보 발표가 위축되는 시기다. 아무래도 각종 시상식, 연말 특집, 공연 등이 몰리는 시기다 보니 대형 자본 및 공력이 투입되는 유명 가수는 이때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 감성을 자극하는 음반·노래는 여전히 우리를 찾아와 연말 음악 팬들을 즐겁게 해 준다.

최근 발매된 이적, 한동근의 신보 역시 이런 범주에 포함되는 작품이다. 음반의 성격은 각기 달라도 듣는 이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건 둘의 공통점이다.

이적 새 노래 '나침반' 방향 잃은 당신에게 길이 되어주다

 이적의 새 음반  <흔적 Part.1 > 표지

ⓒ 뮤직팜


패닉, 긱스로 대표되던 20대 청년 시절 이적의 노래는 "날이 서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예리한 맛이 있었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일체의 타협 없이 자신만의 음악만을 만들어왔다. '아무도', '혀', '벌레', 'UFO', '왼손잡이' 등 그 시절의 노래는 분명 지금의 이적과 거리가 멀었다.

그랬던 이적도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아버지가 됐다. 음악 역시 달라졌다. 힘을 살짝 뺀 목소리와 이젠 여유로움이 담긴 가사에서 느껴지는 정서는 모서리가 닭은 지우개처럼 둥글둥글해졌다. 가장 달라진 부분은 다양한 사랑, 인생의 이야기가 중심에 놓여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긍정 혹은 희망의 메시지가 크게 부각되었다.

'국민 프로포즈 송'이 된 '다행이다'라든지, 이별 뒤의 공허감을 녹여낸 '빨래' 같은 곡은 흔하디 흔한 사랑 노래와는 결이 달랐다. 그리고 '같이 걸을까', 유재석과 협업했던 '말하는대로' 등은 고단한 삶에 지친 어느 누군가를 위한 희망가가 되어줬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삽입됐던 '걱정말아요 그대'도 그 연장선상에 놓였다. 싸구려 동정심이 아닌, 정말 진심이 우러나는 위로의 말은 듣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드라마 OST가 아닌, 이적의 이름으로는 무려 4년 만에 선보인 신작 <흔적 Part.1>과 타이틀곡 '나침반'은 최근 10년의 이적과 흐름을 같이 하는 작품이다. 딱 3곡 뿐인 수록곡 수가 주는 아쉬움, 약점은 분명 있지만 대신 깊이 있는 노랫말, 소리로 부족함을 200% 이상 채워준다.

'나침반'에서 이적은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가족을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침반'은 올해 공개된 곡들 중에서도 손꼽을만한 '인생의 희망가'다. 각자 처한 상황은 달라도 너라는 선물 같은 존재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가사는 묘한 감성을 자아낸다. 어쿠스틱 기타와 존박의 코러스로 조합된, 간단한 구성에서 출발해서 드럼-베이스-현악기 등 여러 악기 연주가 추가돼 편곡은 평이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적의 목소리와 임헌일의 간결한 일렉트릭 기타 솔로 연주는 큰 울림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랜만에 경쾌한 펑키 사운드로 3분여 시간을 빼곡히 채우는 '불꽃놀이', 재즈 트리오의 기본 구성 속에 차분한 감성을 노래하는 이적 표 겨울 노래 '멋진 겨울날'도 이에 못잖은 수작이다. 나머지 수록곡들로 채워질 'Part. 2'의 조속한 발매를 기대해 본다.



한동근, 그냥 묻히기엔 아쉬운 이별 노래들

 차세대 발라드 주자로 주목받는 한동근

ⓒ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16년 한동근은 정승환과 더불어 '1990년대생 발라드 가수의 발견'이라고 칭해도 좋을 만큼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2년 만에 뒤늦게 빛을 본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 보려 해'와 신곡 '그대라는 사치'의 동반 인기상승 그리고 MBC 예능 프로그램 <듀엣가요제>에서 보여준 발군의 가창력은 한동근이 운좋게 인기를 얻은 가수가 결코 아니라는 걸 증명해 준 좋은 사례였다.

올해 상반기에 발매했던 첫번째 정규 음반 < Your Diary >는 전작의 뜨거움에 살짝 미치지 못했지만 정통 발라드를 선호하는 음악 팬들에겐 비교적 무난한 반응을 이끌어 냈다. 그런데 7개월여 만에 선보이는 후속 EP 앨범 <이별할 사람들>의 타이틀곡 '안될 사랑'은 기대와 달리, 음원 시장에서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엔 홍보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제법 많이 들려오는 상황이다. 확연히 줄어든 방송 출연 및 미디어 노출 부족의 아쉬움도 뒤따른다. 

정말 '가수는 노래 제목 따라간다'는 말이 맞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작 <이별할 사람들>은 그냥 묻히기엔 아쉬운 구석이 많은 작품이다. 전작들에 이어 제피, 마스터키 등이 담당한 주요 수록곡들은 20대 나이가 무색케할 만큼 원숙한 감정 조절을 해내는 한동근 특유의 장점을 잘 살려준다. 수록곡 대부분은 사랑에 실패하고 헤어진 이후의 감정을 담은 가사다. 이 때문에 살짝 엇비슷한 구성으로 일관한다는 약점도 있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이별 노래 모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안될 사랑'과 함께 기대 이상의 큰 울림을 전하는 곡은 <듀엣가요제>를 통해 멋진 호흡을 보여준 최효인과의 듀엣 '우리가 사랑했던 곳에 우리'다. 방송 당시 경연처럼 이 두 사람은 여전히 좋은 합을 이뤄낸다. 그냥 각자 자기 기량만을 과시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앞서 나서면 다른 한 사람은 뒤에서 묵묵히 뒤를 지탱해주는 듀엣 가창의 모범 사례를 이 곡에서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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