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피겨 세계랭킹 1위 하뉴 유즈루

남자피겨 세계랭킹 1위 하뉴 유즈루 ⓒ 국제빙상연맹(ISU)


[기사 수정 : 19일 오후 5시 57분]

세계 피겨 1인자들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엇갈린 행보를 걷고 있다.

현재 피겨 남자싱글 세계랭킹 1위인 하뉴 유즈루(일본)와 여자싱글 세계랭킹 1위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는 모두 부상으로 고전 중이다. 최근 자국에서 열리는 내셔널 대회를 앞두고 하뉴는 기권을, 메드베데바는 출전을 결정했다.

하뉴는 지난달 9일 자국에서 열렸던 2017-2018 국제빙상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4차대회 출전을 앞두고 공식연습을 하던 도중 부상을 입었다. 당시 하뉴는 올 시즌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실전에 넣은 쿼드러플 러츠 점프를 연습하고 있었는데, 이 점프를 착지하던 도중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쳤다.

이후 하뉴는 결국 대회를 기권했고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마저 무산됐다. 그는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전일본선수권 대회 출전을 위해 재활에 힘쓰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속도가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하뉴는 "전일본선수권대회를 위해 치료에 임했지만 포기하게 됐다. 하루라도 빨리 최상의 상태로 연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뉴는 지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싱글 금메달리스트다. 또한 지난 3월 세계선수권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평창을 앞두고 불의의 부상을 당하면서 올림픽 2연패 준비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자국에서 함께 경쟁하고 있는 우노 쇼마(일본) 등이 올 시즌 초반부터 절정의 기량을 보였고, 우노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하뉴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남녀 피겨 1인자들의 행보, 평창 동계올림픽에 어떤 영향 줄까

 여자피겨 1인자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

여자피겨 1인자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 ⓒ 국제빙상연맹(ISU)


여자피겨 1위인 메드베데바 역시 러시아 선수권에 기권했다. 19일(한국시간) 러시아 스포츠 매체 R-SPORTS에 따르면 "세계선수권 2연패를 한 메드베데바가 유럽선수권에 집중하기 위해 러시아 선수권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메드베데바가 지난주에 부상 부위에 했던 깁스를 풀었다"고 전했다. 앞서 메드베데바는 지난 17일 Russia-24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나는 러시아 선수권 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 말해 출전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깁스를 푼 지 불과 일주일 만에 국내 대회에 나가야 하는 상황을 맞아 결국 한 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선수권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를 가리는 대회다. 메드베데바는 지난 10월말 그랑프리 시리즈가 시작될 무렵부터 오른쪽 발에 부상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그랑프리 1,4차 대회를 모두 우승으로 장식하며 파이널 진출을 확정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 선수권을 위해 파이널 대회를 기권했다. 메드베데바는 최근에 부상 부위의 깁스를 푼 것으로 전해졌다.

메드베데바는 현재 러시아 선수권 3연패를 노리고 있다. 올 시즌 시니어로 올라와 그랑프리를 모두 석권하고 파이널 우승까지 차지한 알리나 자기토바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쫓기는 입장이 된 메드베데바는 추격하는 자기토바를 뿌리치기 위해 러시아 선수권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메드베데바에게는 한 가지 장애물이 더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6일 러시아대표팀이 국가적으로 도핑을 조작했다는 파문을 일으켜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시킨 것이다. 러시아 선수는 개인자격으로만 평창에 올 수 있다. 메드베데바는 러시아 측의 최후 변론을 위해 IOC에 방문하기까지 했지만 결정을 막을 수 는 없었다. 메드베데바는 IOC에 가기에 앞서 "러시아 국기 없이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메드베데바 입장에서는 5년 뒤에 열리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기다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러시아는 계속해서 유망주들을 발굴해 내고 있으며, 이미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시상대도 점령했다. 후배들이 물밀 듯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메드베데바가 과연 5년 후까지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평창을 앞두고 올 시즌 피겨계는 유독 부상 경보가 잦았다. 남녀 피겨 1인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하뉴와 메드베데바 모두 국내에서 가장 큰 내셔널 대회까지 기권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들이 평창에 오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두 선수 모두 세계랭킹이 최정상에 있기 때문에, 자국 연맹에서 특혜를 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

하지만 자국 내 일본과 러시아 모두 국내에서 후배 선수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형국이라,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평창 동계올림픽은 이들이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동시에 선수 개인 커리어에 가장 큰 한 줄을 장식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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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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