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중앙일보> 트위터에 '속보, 샤이니 종현, 청담동서 숨진 채 발견'이라는 제목의 기사 링크가 올라왔습니다. 이 트윗에는 '#종현자살'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렸습니다. 누리꾼들은 해시태그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언론사 SNS 계정에서 검색하기 쉬운 해시태그를 다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트윗을 올린 시각은 오후 7시 15분이었고, 사망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중앙일보>는 해당 트윗을 삭제했습니다.

자살과 연관된 사망 사건 보도는 신중해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살보도 권고안'까지 정해 놓았습니다. 그러나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의 사망사건 뉴스는 기준도 없이 보도됐습니다. 언론의 자살보도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자살 사건, 반복적으로 보도하거나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지 마라'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에는 사망 기사에 나왔던 ‘갈탄’이 계속 상위권에 노출됐다.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에는 사망 기사에 나왔던 ‘갈탄’이 계속 상위권에 노출됐다. ⓒ 임병도


WHO의 '자살보도 권고안'을 보면 '자살 관련 기사를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거나 반복 보도하는 것을 피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언론은 클릭 장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WHO는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 자살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종현의 사망 당시 무엇이 방 안에 있었는지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다음·네이버 등 주요 포털 급상승 검색어를 보면 자살 수단으로 추정되는 물체의 이름이 계속 상위권에 등장했습니다.

'연예인 자살 사건 이후, 자살 급증'

 연구팀은 “미디어의 유명인 자살보도가 일반인 중에서도 젊은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쳐 모방 자살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미디어의 유명인 자살보도가 일반인 중에서도 젊은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쳐 모방 자살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 임병도


WHO는 '연예인 자살을 보도할 때는 특별히 더 주의하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연예인 또는 유명인의 자살 이후 자살사건이 급증하기 때문입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팀이 2005~2011년 사이 국내에서 자살로 사망한 9만48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자살 사건의 18%는 유명인의 자살 사건 후 1개월 이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년의 연구기간 동안 자살 사건으로 TV와 신문 매체에 1주일 이상 보도된 유명인은 총 13명이었는데, 이들의 사망 후 1개월 이내에 자살한 사람은 1만7209명으로 전체 자살 사건의 18.1%를 차지했습니다.

유명인의 자살 전 1개월간 하루 평균 자살자가 36.2명이었습니다. 유명인 한 명이 자살한 후 1개월 동안 하루 평균 자살자는 45.5명으로 무려 9.3명이나 늘어났습니다. 전홍진 교수는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의 자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유명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언론에서 감정적이나 자극적인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살 보도 기준만 지켜도 자살을 막을 수 있다'

 오스트리아 언론이 ‘자살보도 권고 기준’을 지키면서 자살보도가 줄었고, 자살률도 감소했다.

오스트리아 언론이 ‘자살보도 권고 기준’을 지키면서 자살보도가 줄었고, 자살률도 감소했다. ⓒ 임병도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발간된 이후 유럽 전역에서 소설과 유사한 방식으로 발생한 연쇄 모방 자살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베르테르(Werther) 효과'라고 부릅니다. 독일에서는 '어느 학생의 죽음(Tod eines Schülers)'이라는 자살 다큐멘터리가 방송된 이후 철도 투신자살이 175% 증가했습니다. 파라세타몰(Paracetamol) 과다복용으로 인한 자살 보도 이후 첫 주에만 동일 방식의 자살률이 17%나 증가했습니다.

1980년대 오스트리아의 지하철 자살률이 갑자기 급증했습니다. 학자들은 자살률이 높아진 이유가 미디어가 자살 사건을 상세히 보도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1987년 지하철 자살에 대한 '보도 권고안'이 도입됐고, 언론사들이 이를 따르자 지하철 자살률이 줄어들었습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이 나왔지만, 변하지 않는 한국 언론'

 자살 보도 권고 기준안은 신문, 방송, 인터넷 신문 등 언론 미디어뿐만 아니라 블로그, 인터넷 카페, SNS 등을 통해 사회적 소통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된다.

자살 보도 권고 기준안은 신문, 방송, 인터넷 신문 등 언론 미디어뿐만 아니라 블로그, 인터넷 카페, SNS 등을 통해 사회적 소통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됩니다 ⓒ 임병도


한국에서도 언론의 자살 보도가 자살 빈도와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2004년에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윤리강령'이 만들어졌습니다. 2013년에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2.0'도 제정됐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반복적인 자살 보도 관련 기사를 쏟아냅니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고, 자살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합니다. 동료 연예인을 동원해 연예인의 자살을 부각하거나 추측성 기사를 남발합니다.

허태균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2013년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여러분이 쓴 자살 사건 기사로 누군가가 죽어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면 쓰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자살에 대한 보도는 무조건 자제해야 합니다. 사람의 생명보다 더 큰 보도의 가치는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살 보도 권고기준 2.0 유명인 자살 언론 자살보도 윤리강령 자살 보도 권고안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