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정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KBS 새노조 '릴레이 말하기' 종료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광장에 모인 KBS 새노조 조합원들은 '비리 이사 해임'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투쟁'을 외쳤다.

15일 정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KBS 새노조 '릴레이 말하기' 종료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광장에 모인 KBS 새노조 조합원들은 '비리 이사 해임'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투쟁'을 외쳤다. ⓒ 유지영


지난 12일, KBS 새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100일이 됐다.

예능 등이 결방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KBS 총파업은 같이 파업에 돌입했던 MBC에 비해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KBS의 현재 상황과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다섯 개로 추려 보았다.

[질문①] 예능은 결방되는데 왜 드라마는 계속 방송되나요?

드라마는 본사와 외주사가 함께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를 방영하기 훨씬 전부터 배우나 관련 업체 등과 계약으로 묶여 있어 방송을 멈추기 쉽지 않다(관련 기사: 파업한다더니 드라마는 하네? KBS-MBC 내부 들여다보니 http://omn.kr/od1r). 드라마 편성 등도 이미 논의가 끝난 단계에서 파업을 시작해 계속 방송될 수밖에 없다는 것. 예능은 드라마와 달리 제작 거부를 한 뒤 촬영해둔 분량까지만 방송을 내보냈다. 이후 대부분의 방송이 결방중이다. 15일 현재 <1박2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안녕하세요> <해피투게더> <살림하는 남자들> 등이 무기한 결방 중이다.

하지만 단순히 계약과 관련된 이유 외에도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피디 개인의 의지가 드라마의 지속적인 방영에 영향을 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일례로 KBS 파업 중 방송한 한 드라마 피디의 경우, KBS 새노조에 소속돼 있긴 하지만 총파업 중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었다. 피디가 조합원이라도 노조 쪽에서 제작 거부를 강요할 수는 없기에 드라마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질문②] 왜 MBC보다 KBS 파업이 더 늦게 끝나나요?

'비리이사 해임 촉구' KBS새노조 24시간 릴레이발언 총파업 93일째인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앞에서 KBS 비리이사 해임을 촉구하는 24시간 릴레이발언을 시작했다. 성재호 위원장이 릴레이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비리이사 해임 촉구' KBS새노조 24시간 릴레이발언 총파업 93일째인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앞에서 KBS 비리이사 해임을 촉구하는 24시간 릴레이발언을 시작했다. 성재호 위원장이 릴레이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권우성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와 KBS본부는 지난 9월 동시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12월 중순, 현재 상황은 많이 다르다. MBC의 경우 '언론 적폐'라 불리는 김장겸 사장을 몰아내고 최승호 해직 피디를 새 사장에 선임했지만 KBS는 아직 고대영 사장을 퇴진시키지 못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는 MBC 대주주이자 사장 선임 권한이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구여권) 유의선 이사와 김원배 이사가 자진해서 물러났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두 이사가 물러난 뒤 방문진의 여야 비율이 4:5에서 5:4로 뒤바뀌었고 다수결에 따라 김장겸 사장을 해임시킬 수 있었다. (관련 기사: [속보] 방문진,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 가결 http://omn.kr/ola1)

반면 KBS 사장 선임의 키를 쥐고 있는 KBS 이사회의 경우 아직 구여권 이사들이 버티고 있다. 최근 KBS 이사회 이사들의 해임을 제청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공금(업무추진비) 관련 혐의가 적발된 강규형 KBS (구여권) 이사 해임 절차에 들어갔다. 강규형 이사가 해임된다면 KBS 또한 MBC처럼 여야 비율이 5:6에서 6:5로 바뀌어 고대영 사장을 물러나게 만들 수 있다.

[질문③] 고대영 KBS 사장은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요?

지난 11월 10일 고대영 KBS 사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고 오히려 KBS를 잘 운영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관련 기사: 고대영 KBS 사장, 사퇴 요구에 "내가 뭘 잘못했냐" http://omn.kr/okq7). 과연 그럴까.

문제는 공영방송 KBS의 '신뢰도'와 '공정성'이다. 이날 국정감사 자리에서 KBS 새노조 성재호 본부장은 "9년 전만 해도 KBS는 모든 평가에서 신뢰도와 공정성 1~2위를 다퉜지만 지금은 어느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대영 사장을 비판했다.

김성일 KBS 새노조 경영구역 중앙위원 역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서 "KBS의 공정성과 공영성은 고대영 사장 시절 동안 종편에 역전됐고 그 차이도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졌다"며 "이는 국민 신뢰도 하락을 의미하고 결국 KBS의 주된 수입원인 수신료 현실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전했다.

한편, KBS PD협회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고대영 퇴진의 이유로 들었다. KBS PD 협회는 지난 5월 성명을 통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제때 방송하기는커녕 취재진이 국정농단을 포착했음에도 방송을 못하게 한 책임을 물어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엄중히 요구해 왔다"라며 "국가기간방송 사장이 국정을 마비시킨 국가비상사태를 제대로 방송하지 않은 것만큼 큰 잘못이 무엇인가? 그것 하나만으로도 고대영 사장이 퇴진해야 할 이유는 태산보다 크다"라고 밝혔다.

KBS 새노조에 속해 고대영의 퇴진을 외치는 조합원들은 2200여 명이다. 총파업을 시작한 뒤 계속 조합원 숫자가 늘었고, 현재는 전체 KBS 구성원의 과반을 훨씬 넘는다. 즉 과반이 넘는 KBS 구성원들이 고대영 사장 퇴진을 주장하고 있는 셈. 고대영 사장은 해임됐던 MBC 김장겸 전 사장과 더불어 대표적인 '언론 적폐'로 거론된다.

[질문④] 그렇다면 KBS 파업은 대체 언제 끝나나요?

'비리이사 해임 촉구' KBS새노조 24시간 릴레이발언 총파업 93일째인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앞에서 KBS 비리이사 해임을 촉구하는 24시간 릴레이발언을 시작했다. 오언종 아나운서가 릴레이발언을 시작하고 있다.

▲ '비리이사 해임 촉구' KBS새노조 24시간 릴레이발언 총파업 93일째인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앞에서 KBS 비리이사 해임을 촉구하는 24시간 릴레이발언을 시작했다. 오언종 아나운서가 릴레이발언을 시작하고 있다. ⓒ 권우성


성재호 본부장은 지난 11월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고대영 체제를 지탱하는 거수기 같은 역할을 하는 이사들이 자리를 내놓게 된다면 파업 중단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대영 사장이 물러나지 않아도 해임의 절차적 조건을 갖춘다면 총파업을 그만둘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관련 기사: "신뢰도 추락한 KBS 부끄럽다... 세월호 유족에 용서 구할 것" http://omn.kr/onsk).

KBS 새노조는 오는 22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가 강규형 이사의 청문회를 열고 이후 26일 전체 회의를 진행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규형 이사 해임을 건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BS 새노조는 "강규형 이사의 최종 해임은 12월 안에 왼료될 것"이라며 "고대영 사장 해임은 1월 중에 마무리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KBS 총파업은 빠르면 강규형 이사가 해임되는 12월 말, 늦더라도 고대영 사장이 물러나는 1월 중에는 끝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방송통신위원회가 강규형 이사 해임 절차에 돌입하기 전 고대영 사장이 사퇴하면 총파업은 더 빨리 끝날지도 모른다.

[질문⑤] 수신료까지 내면서 봐야 하는 KBS, 공영방송 꼭 필요한가요?

지난 5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열흘 동안 이어졌던 KBS 새노조 '릴레이 말하기'에서 경영구역 남정희 조합원은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가 수신료를 받는 일이라면서 "일반 가정집에 방문할 때면 대다수의 분들이 '너희들이 한 게 뭐가 있다고 수신료를 받냐'고 화를 내신다"라며 "하루는 한 할머니가 혼자 사시는 집에 찾아갔는데 한 달 전기료의 1/3을 수신료로 내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남 조합원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 내시는 수신료를 자신의 사익을 위해 사용하는 KBS 이사들과 고대영 사장은 하루 빨리 해임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KBS 새노조의 캐치프레이즈는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다. 수신료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KBS는 국민의 수신료를 받아야 광고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상업적 가치와는 무관한 공영방송만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KBS 새노조는 이를 위해 파업 중이다.

KBS 새노조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KBS 총파업 공영방송 정상화 파업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