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리셉션에서 최승호 감독과 함께 김동호 당시 이사장과 대화나누는 정상진 대표(오른쪽)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리셉션에서 최승호 감독과 함께 김동호 당시 이사장과 대화나누는 정상진 대표(오른쪽) ⓒ 부산국제영화제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애쓴 영화인의 노력이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제대로 인정받게 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선정하는 '올해의 민주언론상' 수상자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가 선정됐다. 두 사람은 각각 본상과 특별상을 수상했다. 영화계 인사들이 언론상을 휩쓰는 모양새여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들 중 특히 영화인으로서 특별상을 수상하는 정상진 대표가 눈길을 끈다. 영화제작자이자 수입배급사 대표, 독립예술극장 운영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 영화의 중심인물이라는 점에서 그간 열성적인 활동을 보였던 정 대표에게 영화인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한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한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 ⓒ 부산국제영화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5일 시상식을 앞두고 지난 5일 수상자를 미리 발표하며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는 영화 <공범자들>의 배급과 마케팅을 전담하며 공영방송 정상화 문제를 이슈화하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콘텐츠가 아무리 훌륭해도 개봉관 규모의 한계에 늘 부딪혀야 하는 영화계의 현실 속에서, 정상진 대표는 저예산 다큐 영화인 <공범자들>이 26만 명이라는 흥행을 기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공범자들>이 담고 있는 보수정권 방송 장악의 폐해 및 공영방송 정상화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선정 이유대로 정 대표는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해외로 직접 관객들을 찾아가 최승호 감독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개최했고 지난 10월에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시민 문화제와 시기를 맞춰 <공범자들>의 유튜브 무료 공개를 2주간 진행했다. <공범자들>은 무료 공개 3일 만에 조회 수 100만을 넘겨 공영방송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런 노력이 "언론개혁과 시민언론운동 발전에 기여한 개인 또는 단체의 공을 기린다'는 민주시민언론상 제정 취지에 걸맞다고 평가해 <공범자들>의 정상진 대표를 제19회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언론개혁을 위해 더욱 매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민감한 작품 제작·배급에 역할

 지난 2015년 독립영화단체들의 기자회견에서 영진위의 지원사업을 비판하고 있는 정상진 대표

지난 2015년 독립영화단체들의 기자회견에서 영진위의 지원사업을 비판하고 있는 정상진 대표 ⓒ 성하훈


사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정상진 대표는 문제적 작품의 제작과 배급에 중심에 선 인물이다. 표 나지 않게 영화인으로서의 기본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말을 아끼고 있지만 민감한 작품들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건 영화계에 익히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정지영 감독의<남영동 1985>, 천안함 침몰에 의문을 제기하는 <천안함 프로젝트>, 세월호 다큐 <다이빙벨>, 국정원 간첩 조작을 폭로하는 <자백>, <공범자들> 등이다.

정 대표는 <다이빙벨> 제작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했다. 실질적인 배급을 맡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태우고 전국을 돌며 관객과 만나게 했던 것도 정 대표였다. 박근혜 정권의 영진위가 독립예술영화관 지원 정책을 개악했을 때 앞장서 싸울 만큼 영화계 주요 현안에서 그의 역할이 컸다.

그의 배급하거나 제작에 관여했던 영화들은 하나같이 민감한 작품들이었다. 개인적 이익이 보장되기보다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영화들이 상당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업장에 대한 세무조사나 대출금 회수 등의 압박은 현실이 되기도 했다. 어떤 행사에서 인사한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에게는 "우리 편이 아니잖아"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정 대표는 이를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상당히 조심스러워 했다. 혹시라도 이런 내용이 퍼지면 작품을 준비하는 영화인들이 더 위축될까 염려해서였다. 스스로가 대외적으로 부각되는 것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해, 모든 부담을 조용히 홀로 감수했다.

그럴수록 의미 있는 영화의 제작과 배급에 더 힘을 쏟았다. <공범자들>은 그의 열정이 도드라진 경우였다. 미주까지 찾아가 관객들을 만났고, 한국의 현실을 알렸다. 공영방송 정상화 집회에서 MBC 사장 옆에서는 그가 항상 동행하고 있었다. 수익을 포기하고 유튜브에 무료 공개하는 것도 그만이 할 수 있는 무모함이기도 했다.

정 대표는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도 참석한 서병수 부산시장을 찾아가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하고 있다"며 돌직구 질문을 던지고, 이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 중계해 화제를 모았다.

정 대표는 또한 독립예술영화 발전을 위해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국내 독립영화관들이 생길 때면 적극 도왔고, 엣나인필름은 국내 주요 수입배급사로서 해외 영화제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예술영화들을 들여오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아트나인은 예술영화전용관으로 많은 영화행사와 함께 영화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김어준 총수 제작 다큐도 배급

 팟캐스트와 라디오 방송 진행자이자 영화제작자인 김어준 대표가 다큐멘터리영화 <더 플랜>에 출연한 모습

팟캐스트와 라디오 방송 진행자이자 영화제작자인 김어준 대표가 다큐멘터리영화 <더 플랜>에 출연한 모습 ⓒ 프로젝트부


본상 수상자인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 역시 팟캐스트와 라디오뿐만 아니라 최근 <더 플랜>, <저수지 게임> 등 주목받는 다큐들을 잇따라 개봉하며 영화제작자로서 주목받고 있다. 김어준 총수가 첫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은 엣나인필름이 배급과정에서 도움을 줬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본상 선정 이유에 대해 "진부한 시사 프로그램의 틀과 언어에서 벗어나 더 쉽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이슈를 선도했고 이를 통해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켰다"며 "김어준 총수의 이런 노력은 지난해 11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부터 두드러져 지금까지 권력의 부패 및 불법 행위는 물론, 여러 정치적 문제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15일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창립 33주년 기념식에서 진행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창립 33주년 기념식

민주언론시민연합 창립 33주년 기념식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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