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가 아니라 농구선수였다면 그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NBA의 손꼽히는 '득점 기계' 케빈 듀란트(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이미 명예의 전당 입성을 예약한 '킹'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이름을 절묘하게 섞어 놓은 이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의 새 외국인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 이야기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1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18 시즌을 함께 할 새 외국인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와 총액 100만 달러(연봉 90만+사이닝 보너스 10만)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9일 조쉬 린드블럼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된 롯데는 5일 만에 듀브론트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브룩스 레일리, 앤디 번즈와 함께 내년 시즌 롯데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 외국인 선수 세 자리를 모두 채웠다.
베네수엘라 출생의 미국 선수 듀브론트는 지난 2010년 빅리그에 데뷔해 2015년까지 6년 동안 31승 26패 평균자책점 4.89의 성적을 올린 1987년생의 좌완 투수다. 한편 올 시즌 6승 4패 2.38의 성적을 올렸던 데이비드 허프와의 협상이 결렬된 LG트윈스는 올해 11승을 올렸던 헨리 소사와 12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소사는 LG에서 4년, KBO리그에서 7년째 활약하는 장수 외국인 투수가 됐다.
레일리와 짝 이루는 듀브론트, 2015년의 밴 헤켄-피어밴드처럼2005년 만17세의 나이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이너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듀브론트는 2009년 AA에서 8승 6패 평균자책점 3.35의 좋은 성적을 올린 후 2010년 6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2011년까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던 듀브론트는 2012년 애런 쿡과 마쓰자카 다이스케, 다니엘 바드 등의 부상과 부진을 틈 타 보스턴의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듀브론트는 2012년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11승 10패 4.86의 성적을 올리며 클레이 벅홀츠와 함께 팀 내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빅리그에서의 첫 풀타임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듀브론트는 2013년에도 보스턴의 4선발로 활약하며 11승 6패 4.32를 기록하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2013년 포스트시즌에서는 불펜 투수로 활약, 4경기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보스턴의 통산 8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듀브론트는 2014년 10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4패 6.07로 부진했고 7월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됐다. 듀브론트는 컵스 유니폼을 입고 4경기에서 2승을 올렸지만 이듬해 3월 방출을 당했다. 2015년 듀브론트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오가며 3승 3패 5.50을 기록했고 작년에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부상 복귀 후 첫 시즌이었던 올해는 오클랜드의 AAA팀에서 2승 3패 5.57의 성적을 남겼다.
사실 듀브론트는 3년 전부터 KBO리그 구단들의 영입리스트에 꾸준히 오르내렸던 투수다. 빅리그에서 두 번이나 두 자리 승수를 올렸던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나이도 비교적 젊은 편이다. 무엇보다 프로 통산 300경기 등판 중 선발 등판이 236회나 될 정도로 커리어 내내 전문 선발 투수로 활약한 바 있다. 하지만 팔꿈치 수술과 올 시즌 부진으로 인해 현재는 가치가 다소 떨어진 상황.
그럼에도 롯데는 듀브론트의 풍부한 경험과 빅리그에서의 검증된 기량을 믿고 영입을 선택했다. 2016년 팔꿈치 수술 후 올해 조정기간을 거친 만큼 내년에는 정상적인 구위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 다저스)의 경우에도 동산고 2학년 시절이던 2004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1년의 재활 및 조정 기간을 거친 후 2006년 KBO리그를 지배한 바 있다.
'안경 에이스' 박세웅을 비롯해 송승준, 김원중 등 우완 선발이 비교적 풍족한 롯데는 외국인 투수를 모두 좌완으로 채웠다. 레일리와 듀브론트가 2015년 넥센 히어로즈에서 28승을 합작했던 앤디 밴 헤켄과 라이언 피어밴드(현 kt 위즈)처럼만 해준다면 선발진의 좌우 균형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빅리그 경력만 보면 올해 KBO리그 구단과 계약한 그 어떤 투수보다 화려한 듀브론트는 과연 2018년 자신의 명성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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