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하는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적은 종목을 찾기 힘들지만 V리그는 특히나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알젤코 추크와 가빈 슈미트,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로 이어지는 '특급' 외국인 선수가 없었다면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V리그 7연패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로버트 랜디 시몬이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창단 2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도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 후 시몬이 팀을 떠나면서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 시즌 여자부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우승에도 공수에서 팀을 캐리한 메디슨 리쉘의 활약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이렇듯 외국인 선수의 꾸준한 활약과 건강 유지는 팀 전력에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테일러 심슨의 부상 이후 최하위로 추락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좋은 예다. 흥국생명이 새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나 킥카를 영입해 연패 탈출에 성공하자 이번엔 KGC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가 부상에 허덕이고 있다. 그리고 인삼공사는 알레나가 없는 자신들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13일 GS칼텍스 KIXX와의 경기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말았다.

외국인 선수 활약에 따라 결정되던 인삼공사의 성적

 인삼공사는 몬타뇨가 활약한 3년 동안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인삼공사는 몬타뇨가 활약한 3년 동안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 KGC인삼공사


인삼공사는 전신인 KT&G 아리엘스 시절부터 투자에 매우 인색한 구단으로 유명했다. 따라서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 성적이 갈리곤 했다. 2005년 V리그 원년 우승 후 수 년 동안 중,하위권을 맴돌던 인삼공사는 2009-2010 시즌 구세주를 만났다. 바로 콜롬비아 출신의 특급 공격수 마델라이네 몬타뇨였다.

2009-2010 시즌 득점 2위(675점), 공격성공률 1위(46.75%)를 기록하며 인삼공사를 정규리그 2위로 이끈 몬타뇨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6경기 동안 200득점을 퍼붓는 원맨쇼로 인삼공사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몬타뇨는2010-2011 시즌에도 득점(591점)과 공격성공률(50.42%), 오픈공격(46.69%), 시간차(64.58%), 후위공격(51.51%) 부문에서 모두 1위를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몬타뇨가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친 2010-2011 시즌 인삼공사는 8승 16패의 성적으로 플레이오프조차 나가지 못했다. 2010-2011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지나친 비중을 줄이기 위해 3세트에 한해 외국인 선수의 출전을 금지시켰는데 인삼공사는 몬타뇨가 나가지 못하는 3세트에서 언제나 무기력하게 패했다. 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 3세트 출전 금지조항이 사라진 2011-2012 시즌 다시 한 번 몬타뇨의 활약을 앞세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몬타뇨는 2011-2012시즌을 끝으로 유럽리그로 떠났고 인삼공사는 케이티 카터가 활약한 2012-2013 시즌 다시 최하위로 밀려났다. 2013-2014 시즌에는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의 조이스 고메스 다 실바를 영입해 정규리그 3위에 올랐지만 고메스 홀로 1009득점을 올리며 고군분투했을 뿐 국내 선수들의 지원은 심할 정도로 약했다.

인삼공사는 백목화나 이연주 같은 토종 레프트 자원이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공격보다는 서브리시브를 중점적으로 하는 수비형 레프트 유형에 가까웠다. 몬타뇨가 있던 시절 그나마 외국인 선수의 부담을 덜어주던 김세영과 한유미(이상 현대건설)는 2011-2012 시즌을 끝으로 각각 출산과 해외진출을 이유로 나란히 인삼공사 유니폼을 벗었다.

알레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인삼공사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에도 알레나의 몸 상태와 컨디션에 따라 성적이 결정된다.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에도 알레나의 몸 상태와 컨디션에 따라 성적이 결정된다. ⓒ 한국배구연맹


외국인 선수 제도가 자유계약에서 드래프트로 변경된 후에도 여전히 헤일리 스펠만이라는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해 소위 '몰빵배구'로 시즌을 치르던 인삼공사는 2014-2015 시즌과 2015-2016 시즌 연속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팀의 암흑기를 지탱하던 백목화와 이연주마저 FA계약실패로 팀을 떠난 2016-2017 시즌 인삼공사는 3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초대됐다. 특급 외국인 선수 알레나 덕분이었다.

드래프트 1순위 사만다 미들본이 개인 사정으로 팀을 떠난 후 급하게 영입한 알레나는 2016-2017 시즌 득점(854점), 후위공격(42.28%) 1위, 공격성공률(43.76%), 오픈공격(42.89%) 2위, 블로킹 5위(세트당 0.57개)에 오르며 인삼공사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견인했다. 인삼공사 입장에서는 팀 전력의 절반을 차지했던 '복덩이' 알레나와의 재계약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알레나는 이번 시즌에도 13경기에서 360점을 올리며 여전히 득점 부문 1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공격성공률에서는 41.26%(5위)로 지난 시즌 만큼의 효율이 나오지 않고 있다. 원인은 부상이었다. 시즌 전부터 허리 부상에 시달리던 알레나는 최근 오른쪽 무릎 통증까지 더해지며 지난 시즌 만큼의 활약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인삼공사는 알레나의 공백을 뼈저리게 실감하며 최근 4경기 연속 0-3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13일 GS칼텍스전에서 알레나에게 휴식을 주기로 한 서남원 감독은 신예 지민경과 우수민을 왼쪽에 배치하고 한수지를 라이트로, 한송이를 센터로 출전시키는 파격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GS칼텍스는 1세트에서 인삼공사의 변칙적인 선수기용에 당황하며 고전했지만 이내 전열을 가다듬고 3-0의 여유 있는 승리를 만들어냈다. 특히 3세트에서는 프로 경기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25-8이라는 스코어가 나오기도 했다.

서남원 감독과 인삼공사 선수들이 GS칼텍스전을 통해 알레나가 없는 자신들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문제는 이것이 이번 시즌에 새롭게 발견된 부분이 아니라 인삼공사가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던 약점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인삼공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그저 알레나의 무릎 통증이 가라앉아 하루 빨리 복귀해 주기를 기원하는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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