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1월 '날씨가 크리스마스 캐럴 수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94년 발표된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누적 로열티는 6000만 달러(한화 약 657억 원)에 달했다. 이 곡은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해외 음원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인기곡이다. '잘 만든 캐럴 한 곡이 열 히트곡 부럽지 않다'는 대표 사례인 셈이다.

12월이면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캐럴,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캐럴 음반 출시는 손에 꼽을 만큼 줄어들었다. 그 자리에는 겨울 감성을 담은 '시즌 송' 싱글 앨범이 대신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래도 추운 겨울의 시작인 12월, 캐럴 만큼 잘 어울리는 음악도 없지 않을까?  1980년대 개그맨들의 코믹 캐럴 음반부터 요즘의 겨울 노래 싱글까지 성탄절 특수를 겨냥한 가요계 흐름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보자.

1980년대, 코미디언을 앞세운 코믹 캐럴 전성기

 198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심형래, 쓰리랑 부부 캐럴 음반

198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심형래, 쓰리랑 부부 캐럴 음반 ⓒ 케이엔씨뮤직/오감엔터테인먼트


과거 1960, 1970년대만 하더라도 인기 가수들의 정통 캐럴 음반 출시는 흔한 일이었다. 여기에 길옥윤, 이봉조 등 당대 유명 작곡가들의 연주 음반들도 제법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게 LP 시절 음반시장의 풍경 중 하나였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이런 가요계 성탄절 특수는 코미디언들의 몫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개그맨 심형래, 쓰리랑 부부(김한국-김미화), 서세원, 김형곤 등이 발표한 코믹 캐럴 음반들이다.

KBS 1TV <유머 1번지>, <쇼 비디오자키> 등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은 암울했던 시대, 어두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중에게 웃음을 안겨주며 위로했다. 이 프로그램의 한 축을 담당하던 개그맨, 개그우먼들의 유행어를 가사에 녹여낸 '코믹 캐럴'은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KBS 2TV <개그 콘서트> SBS <웃찾사> 출신 개그맨들의 음반 붐에도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음악적인 성취는 완전히 배제하고 노골적인 상업성을 앞세운 데다 유행어에만 의존한 음반들은 시대가 달라지면서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물론 요즘에도 개그맨들의 코믹 캐럴 발표는 여전하지만 과거와 같은 인기, 화제성과는 거리가 멀어진 게 현실이다.

1990년대 이후, 겨울 노래 이른바 '시즌 송'의 등장

 DJ DOC의 `겨울이야기`, 강수지의 `혼자만의 겨울` 등은 1990년대 대표적인 겨울노래로 큰 사랑을 받았다.

DJ DOC의 `겨울이야기`, 강수지의 `혼자만의 겨울` 등은 1990년대 대표적인 겨울노래로 큰 사랑을 받았다. ⓒ 한국음원제작자협회/RIAK


이전까지 '화이트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같은 고전 크리스마스 캐럴 위주의 리메이크 작업도 1990년대 들어선 달라지기 시작했다. 겨울 소재의 창작곡으로 그 자리를 메웠다. 또 캐럴 음반을 출시하기 보단 가수의 정규 음반 속 수록곡 또는 특별 음반으로 발매했다.

DJ DOC의 '겨울 이야기', 조관우 '겨울 이야기', 강수지 '혼자만의 겨울', 터보 '회상(December)' 등이 그 무렵 등장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표적인 겨울 노래들이다. 케니 지, 머라이어 캐리 등 해외 인기곡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는 캐럴 음반이 힘을 쓰지 못했다. 또 12월 25일이 지나면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는 탓에 차라리 겨울 소재 노래를 통해 이듬해 1~2월까지의 흥행도 염두에 둔, 나름의 고육지책도 '시즌 송' 등장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어찌되었건 간에 이들 겨울 노래는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데 성공했고 이는 요즘에도 가장 흔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이후... 기획사 단체곡, 스페셜 음반 등 다변화



 2000년대 이후 SM, 젤리피쉬 등 유명 기획사들은 자사 소속 가수들을 총동원한 음반 또는 특별 싱글 발매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00년대 이후 SM, 젤리피쉬 등 유명 기획사들은 자사 소속 가수들을 총동원한 음반 또는 특별 싱글 발매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 SM엔터테인먼트/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겨울, 성탄절 특수를 겨냥한 가요계의 움직임은 예전보다 훨씬 분주해졌다. 유명 기획사들은 자사 소속 가수들을 총동원한 캐럴 또는 겨울노래들을 내놓으며 나름의 세를 과시하기도 한다. 2000년대 SM 엔터테인먼트는 매년 여름과 겨울에 소속 음악인들을 규합해 각각 < Summer Vacation > < Winter Vacation > 시리즈 음반을 내놓으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른바 '올스타 싱글' 형태의 단체곡 발표도 최근 몇년 사이 두드러진 경향 중 하나다.박효신 성시경 서인국, 그룹 빅스 등이 소속된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10년부터 크리스마스 싱글을 매년 공개하고 있다. 특히 2012년 발표한 '크리스마스니까'는 매년 12월 마다 음원 순위에 재진입할 만큼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도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스타쉽 플래닛'이라는 이름으로 자사 소속 가수들의 단체곡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엑소의 겨울 스페셜 음반 < Sing For You >, 태연의 < This Christmas...Winter Is Coming > 표지

엑소의 겨울 스페셜 음반 < Sing For You >, 태연의 < This Christmas...Winter Is Coming > 표지 ⓒ SM엔터테인먼트


반면 막강한 팬덤의 힘, 인기를 자랑하는 몇몇 가수들은 아예 기존 작품에 버금가는 '겨울 맞이 음반' 발매로 부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일정 수량 이상의 음반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거액 제작비 쯤은 이들에겐 큰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엑소는 매년 겨울마다 스페셜 음반 발매로 팬들을 기쁘게 해줬다. 2013년 <12월의 겨울>을 시작으로 2015년 < Sing For You >, 2016년 < For Life > 등 신곡들로 꾸며진 겨울노래 모음집을 꾸준히 내놓았고 곧 2017년 겨울 음반도 공개할 예정이다.

소녀시대 태티서(태연 티파니 서현)도 < Dear Santa >를 발표했으며 최근 태연은 < This Christmas Winter Is Coming >을 통해 솔로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역시 신규 창작곡으로 채운 이 음반은 빼어난 멜로디+가창력으로 대중들의 귀를 즐겁게 만든다. 이밖에 성격은 다르지만 2년 연속 크리스마스를 맞아 성탄절 느낌의 표지로 음반을 내놓는 트와이스 역시 겨울철 특수를 겨냥한 기획 중 하나로 손꼽을 만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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