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대한 지원을 밝히고 있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대한 지원을 밝히고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옥죄던 국제영화제의 곳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계 내 좌파 척결을 외치며 블랙리스트 등을 만들었던 지난 보수 정권 기간 동안 국제영화제 지원 예산은 25억 원까지 깎였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내년 예산이 40억 원으로 증액됐다. 국내 영화제 지원 사업 규모도 50% 가까이 늘어나면서, 영화계도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압박받던 영화제를 문재인 정부가 살려내는 모양새다.

지난 6일 국회를 통과한 2018년 정부 예산에서 영화진흥위원회 전체 예산은 모태펀드 관련 예산이 크게 줄면서 올해보다 소폭 축소됐다. 그러나 기존 사업들은 예년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영화제 지원 사업의 예산은 기존 예산보다 크게 늘면서 눈에 띄는 증가를 나타냈다. 세부 내용에서는 국제 영화제 지원예산이 25억에서 40억으로 늘었고, 국내 영화제 지원 예산도 4억3000만 원에서 6억3000만 원으로 2억 원 늘어나며 눈에 띄는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영화제 지원 입장을 밝힌 것이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25억 원에서 45억 원으로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를 지원하는 예산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계속 삭감됐다. 이 때문에 영화계 압박의 상징처럼 평가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 국민의 정부에서 시작된 국제영화제 지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를 거치며 42억 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0년 42억 원 예산이 35억 원으로 깎이면서 본격적인 삭감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009년 당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좌파로 지목해 쫓아내려던 부산영화제 좌파 공세가 작용한 결과였다. 바탕을 제공한 건 이명박 정권의 문화전위대로 지목됐던 문화미래포럼의 문건이었다. 문화미래포럼은 영화계를 좌파의 문화 운동의 근거지로, 영화제를 좌파 영화인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청산 작업을 주문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는 영화계를 낭비성 행사로 규정하며 삭감을 위한 정지작업에 나섰고, 7억 원을 삭감하기에 이른 것이다. 영화제 지원 예산은 이후에도 편성 과정에서 수차례 삭감되는 상황이 이어졌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살아나며 기존 예산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이빙벨> 상영으로 인해 박근혜 정권의 압박을 받으면서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다음 해에는 아예 책정된 예산마저 불용처리했다. 2015년 예산 배정에서 부산영화제는 기존 15억 원 정도의 예산이 8억 원으로 크게 깎이는 보복을 당했고, 35억 원 예산 중에서 29억 원만 배정하며 나머지 6억 원이 불용처리 됐다.

2016년에는 전체 지원 예산이 32억 원으로 3억 원 삭감됐고, 2017년에는 25억 원으로 또다시 7억 원이 줄어드는 큰 폭 삭감이 이뤄졌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영화계와 대립하던 박근혜 정권이 부산 전주 등 국제영화제에 대한 압박으로 활용한 것이다.

국내 작은 규모의 영화제와 시상식을 도왔던 영화단체사업 지원도 2016년부터 국내영화제 지원으로 바뀐 이후 5억2000만 원이었던 예산이 올해 4억3000만 원으로 삭감됐다. 이 때문에 지원을 받는 대상이 줄어들며 여러 영화제가 아예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금액도 줄었다. 하지만 2018년 예산에서는 지난해 대비 2억 원이 늘어나며 지원 대상과 지원 액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늘어난 예산은 주로 독립영화제들에 대해 지원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태펀드는 180억 원에서 100억 원 축소

 18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정부 지원 에산이 줄어들면서 대부분의 국제영화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18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정부 지원 에산이 줄어들면서 대부분의 국제영화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 전주영화제


내년 국제영화제와 국내영화제 지원 예산의 증가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부산영화제를 방문해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문체부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 지난해 수준으로 돼 있던 영화제 지원 예산을 기존 계획보다 증액에서 국회에 올렸다.

국내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내년 지원 예산이 증액된 것에 대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좋은 현상으로 평가한다"며 "정권 교체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이 계속 줄어들면서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던 국제영화제들도 내년에 늘어날 예산에 기대하는 모습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올해 "문체부 전체 예산이 7.7% 삭감됐으나 영진위 예산은 주요 사업에서 조금 늘거나 현상유지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모태펀드 관련 180억 원에서 100억 원에서 줄어들어 영진위 전체적으로 볼 때 5% 안팎의 감소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심의과정에서 큰 폭 삭감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상세한 내용을 설명해 이해하고 넘어갔다"며 "모태펀드 예산은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부분들이 많아 영화계 투자환경 위축 등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영화 투자 예산 80억 원이 삭감됐기에 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영화 제작에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한, 논란이 있던 일부 사업의 경우 항목이 바뀌거나 예산 감소 등의 조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영화제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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