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주차 한국 박스오피스 1위 꾼, 그리고 개봉예정작 세 작품

12월 2주차 한국 박스오피스 1위 꾼, 그리고 개봉예정작 세 작품 ⓒ 김철홍


CGV 앱을 자신의 휴대폰에 다운로드한 사람들이라면, 매년 이맘때쯤 앱을 켰을 때 이런 이벤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작년의 나를 이겨라'. 작년과 올해 자신이 본 영화들의 총 러닝타임을 보여주고, 작년의 나를 이긴 사람들에게는 영화 할인권이 포함된 '승리 쿠폰팩'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마찬가지로 영화 할인권이 있는 '응원 쿠폰팩'을 주는 이벤트이다.

따지고 보면 이기나 지나 똑같이 영화 할인권을 준다는 점에서 그리 대단한 이벤트는 아니지만, 경쟁 심리를 부추겨 작년보다 영화를 더 봐야할 것 같은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꽤 효과적인 이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12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는, 역시 <꾼>이 한 주 내내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지난주와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기억의 밤>의 손익분기점 달성은 축하드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엔 이 주의 박스오피스를 들여다보는 대신 CGV의 영리한 아이디어를 빌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작년의 한국 영화와 올해의 한국 영화 스코어를 비교해보려고 한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2017년 12월 6일부터 2017년 12월 12일까지 관객 순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2017년 12월 6일부터 2017년 12월 12일까지 관객 순위 ⓒ 영진위통합전산망/ 편집:김철홍


작년의 한국영화 vs. 올해의 한국영화

지금 이 시점이 유의미한 또 다른 이유는, 곧 쇼박스를 제외한 국내 메이저 배급사(CJ, 롯데, 뉴)들의 마지막 '대형'작품이 곧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영화 TOP10의 총 관객 수는 7100만 명이고(71,647,242명), 올해 지금까지 한국영화 TOP10의 총 관객 수는 5800만 명(58,283,556명)을 기록하고 있다.

약 1300만 명의 관객 수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올해의 한국영화가 작년의 한국영화한테 지고 있다. 2017년은 이제 약 3주밖에 남지 않았다. 평소대로라면 3주는 1300만 명이라는 관객을 모으기에 넉넉한 시간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곧 개봉하는 세 작품이 이 승부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것이 바로 이 대결의 관전 포인트이다.

 2016년, 2017년 한국 영화 관객 스코어 TOP 10

2016년, 2017년 한국 영화 관객 스코어 TOP 10 ⓒ 영진위통합전산망/ 편집:김철홍


세 작품은 먼저 12월 14일 개봉하는 (주)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의 <강철비>, 그리고 12월 20일 롯데쇼핑㈜롯데엔터테인먼트(롯데)의 <신과 함께>, 마지막으로 12월 27일 씨제이이엔엠(주)(CJ E&M)이 배급하는 <1987>이다. 각각 157억 원(<강철비>), 200억 원(<신과 함께>), 145억 원(<1987>)의 제작비로 단연 올해 개봉한 작품들 중 제작비로 따지면 상위권에 있는 작품들이다.

제작비뿐만 아니라 각 작품의 주연들로만 보아도 단연 대작이다. 이들은 정우성, 곽도원(이상 <강철비>),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이상 <신과 함께>), 김윤석, 유해진, 김태리(이상 <1987>) 등으로 모두 한 영화의 주연급 배우들인데, 특히 하정우 배우의 경우 <신과 함께>와 <1987> 두 작품에 모두 주연으로 출연하여, 연말을 '하정우 vs. 하정우' 대결로 만들어 화제이다.

하정우 배우는 작년에도 <터널>(710만), <아가씨>(420만)로 한 해 천 만 관객을 넘겼고, 그 외에도 곽도원 배우는 <곡성>으로 680만, 유해진 배우는 <럭키>로 690만, 정우성, 김윤석 배우는 올해 각각 <더 킹>과 <남한산성>으로 흥행을 성공시킨 배우들이라 이번 영화의 스코어도 기대가 되는 상황이다.

그 외에도 <강철비>는 이미 <변호인>(2013)으로 한 차례 천 만 영화를 연출해 본 경험이 있는 양우석 감독의 작품으로, 이번 영화 역시 일정 수 이상의 관객을 들게 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보면 올해 한국영화의 승리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신과 함께>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

 <신과 함께> 출연 배우들과 웹툰 원작자 주호민 작가

<신과 함께> 출연 배우들과 웹툰 원작자 주호민 작가 ⓒ (주)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승부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신과 함께>가 꼭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2016년과 2017년의 한국영화 TOP10리스트를 보고 있자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장르가 다양하지 않다.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 많으며 몇몇 작품은 서로 겹쳐 보이기도 한다. 올해는 <아이 캔 스피크>가 그나마 다른 톤을 갖고 있다고 굳이 구별할 수 있는 편이고, 작년에는 <부산행>이 '좀비'로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평할 수 있겠지만, 둘 다 한국상업영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작년의 경우 기존 한국상업영화와 다른 영화들로, 11위 <아가씨>(420만)와 12위 <귀향>(350만)이 있었지만, 올해는 <박열>(230만)과 <노무현입니다>(180만)가 겨우 15위, 17위를 기록하여 영화의 다양성을 기준으로 비교해 봤을 때 올해는 후퇴했다고, 올해가 작년에 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 또한 마지막 '희망'이 있으니, 그 희망이 바로 영화 <신과 함께>이다. <신과 함께>는 유명한 웹툰 원작이라는 점, 대형 배급사가 배급하고 유명 배우들이 여럿 나온다는 점에서 기존 상업영화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긴 하지만, 그 소재가 참신한 점(한국 전통 판타지), 그리고 한국영화 최초로 동시에 1,2편을 기획/제작하였다는 것이 다르다.

다시 한 번, <신과 함께>가 기존 상업영화와 크게 다르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총 40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 간 '속편을 동시 제작한, 한국 전통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영화'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이런 영화마저도 다시 보기 힘들 것이고, 앞으로 한국영화는 더 획일화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곧 개봉하는 세 편의 영화로 작년 한국영화의 '관객 수'를 이길 수도 있겠지만, <신과 함께>가 무너지면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다음 주에 계속.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철홍님의 개인 블로그 hanwu.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신과함께 1987 강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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