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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흥행작 <전랑2>의 한국 개봉

여러 가지 의미에서 대단한 영화가 등장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여하간 한국 영화 <명량>은 1700만 명이 보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다. 옆 나라에서 딱 그 열 배인 1억7000만 명이 관람한 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특수 부대 전랑2>(아래 <전랑2>/戰狼: 늑대 전사)이다. 기대 이상의 흥행에 당초 상영 종료일을 연장해 가며 약 1조 원 가까운 이익을 거두었다. 이는 아시아 영화로서는 독보적인 수치다. 예매율은 한때 80%를 치솟았고, 상영관 점유율은 60%에 달했다. 해외 언론들의 관심도 뜨겁다. 물론 이 지독한 애국주의 영화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이 영화를 제대로 다루어 보려는 시도는 넘쳐난다.

이 화제의 영화가 드디어 한국에도 지난 11월 30일 개봉했다. 하지만 상영관은 고작 두 개이며, 그나마도 수도권에서는 개봉하지 않았다.

물론 이 영화는 외형상 흥행과 관계없이 명작이라고 부를 작품은 아니다. 더도 덜도 아닌 딱 중국판 '람보'다. 애국주의 코드가 범벅된 것이 마치 신장개업한 중국집에서 향신료를 잔뜩 버무린 요리를 먹는 느낌이다. '중국인은 상임 이사국 국민이니 건드리면 안 돼!'라며 중국을 두려워하는 아프리카의 독재자나, 미국 함대가 떠난 내전 중인 나라의 평화를 해결하는 중국 해군 등등…. 비교적 세련되게 자국 영웅주의를 표현하는 할리우드 영화보다 <전랑2>는 분명 몇 수 아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결코 재미가 없냐면 그건 아니다.

솔직히 액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볼거리 아닌가? 영화 < 300 >은 페르시아의 왕을 아프리카의 토인 추장처럼 그려놓고, 실제로는 피지배층에게 가혹하기 짝이 없었던 스파르타를 서구 민주주의의 요람마냥 묘사했지만, 우리는 그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영화 < 300 >에서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심도있는 접근을 기대한 것이 아니듯, <전랑>에서 중국의 굴기에 대해 중국인들 스스로 진지하게 자기 성찰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전랑2>의 액션 신은, 한국 액션 영화에 비해 뛰어났으면 뛰어났지 결코 못 하지 않다. 실제 전쟁에 투입됐던 탱크가 박진감 있게 등장하고, 아프리카에서 로케이션 촬영한 영화 배경은 생동감이 넘친다. <헝거게임>과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액션 감독 샘 하그레이브와 <캐리비안의 해적>의 수중액션 촬영 팀 그리고 성룡의 무술 팀 성가반이 합작해서 만든 <전랑2>의 액션 신은 분명 재밌다. 전술하였듯, 세련된 요리는 아니다만 그럭저럭 배가 부르다면 그 자체로 액션 영화의 기본 소임은 다 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할리우드 영웅주의 영화의 장·단점을 답습하다

 전랑 스틸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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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본 <에어포스 원>은 남자 초등학생이 보기에도 어딘가 불편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 대통령을 하수인처럼 부리고, 시한폭탄 전선을 절단하는 미국 대통령은 성조기의 색깔 3개를 고른다. 보고 있으면 슬그머니 부아가 치미는 영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이 외계인에 맞서 세계의 군대를 결집하고 미국 독립기념일에 지구 독립을 외치는 <인디펜던스 데이>, 미국 레드넥들이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을 폭발시키는 <아마겟돈> 등등…. 소재는 다양했지만, 주제는 한 마디로 "미국 만세"였다. 비교적 최근에 제작된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퍼스트 어벤져>도 이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 낯간지러운 영화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렇게 만들어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국가이며, 그중 가장 잘 팔리는 상품 중 하나는 바로 미국 영웅주의이다. 얼핏 유치해 보이지만, 이 상품에는 월가의 자본과 첨단 기술력이 들어갔다. 불편한 구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볼거리가 많은 이 영화들을 못 이기는 척 즐겨봤다.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한국산 드라마와 영화의 열풍이 불었다. 당시 중국 TV에 방영되는 문화 콘텐츠들이란 실소를 금치 못할 만큼 유치했다. 날아다니면서 칼을 휘두르고, 광선을 쏘는 게 대다수였다. 물론 <와호장룡> 같은 수작도 있었지만, 그것은 중국 문화 산업의 저변과는 무관한, 이안 감독이라는 걸출한 개인의 결과물이었다. 그런 점에서 <와호장룡>보다 <전랑2>를 더 예의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그 국가의 문화 '산업' 역량을 광범위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예술 작품보다 오히려 오락물이다. <와호장룡> 같은 수작은 이안 감독 본인이라고 하더라도 다시 못 찍을지 모르지만, 오락물은 정해진 틀을 조금씩 바꿔가며 지속해서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려 1억7000만 명이 관람했다. 중국 거대 자본이 이런 반응을 그냥 지켜만 볼까? 아니 비단 중국 자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서구의 자본가들도 이 영화의 성공에 관심을 두게 될 것이다. 돈이 될 것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중국의 차세대 영화감독들은 어떠한가? 이 영화의 성공은 젊은 중국 영화인에게 용기를 줄 것이고, 그들 중 많은 이들은 <전랑2>와 비슷한 작품을 만들고자 할 것이다.

우리에게 <쉬리>가 그랬던 것처럼, <전랑2>는 중국 영화의 변곡점을 알리는 서막이 될지도 모른다. 수많은 괴작 역시 탄생하겠지만, 훌륭한 영화도 나오게 될 것이고, 중화주의 메시지를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영화에서 대놓고 중국을 찬양한다고 해도, 중국식 애국주의 영화를 즐기는 제3세계 사람들도 점차 늘어날 것이다. 우리가 할리우드 영웅주의 영화를 즐겼던 것처럼.

이 영화를 무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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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상영관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은, 배급자가 이 영화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상업적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전랑2>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감상 역시 악평 일색이다. 어쩌면 단순히 중국 영화여서 그런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한국 사람이어서가 아닐까? 그래도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잘난 척은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는데 원래 우리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중국 영화의 잘난 척은 도저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닐는지.

한 국가의 문화 콘텐츠는 그 나라의 경제 발전이나 국력을 10~20년 텀을 두고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1960~1970년대에 이미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오른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이 세계를 휩쓴 것은 1980~1990년대부터이고,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88올림픽 이후 약 20년이 지난 시점부터이다. 중국의 경제 굴기가 본격화된 것은 2000년대부터다. 지금 이 시점에 <전랑2>가 등장하고, 1억7000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것을 우리는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한때, 우리는 제 아무리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도 한국 바둑의 이창호나 이세돌 하나를 당해내지 못하고, '공한증'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한국 축구 앞에 맥을 못 추는 중국을 무시했다.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 중국을 방문한 기업인들은, 한국을 배우려는 중국인들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중국의 기술력은 이미 많은 부분에서 한국을 역전했다.

<전랑2>는 분명 유치하다. 하지만 유치하다고 그저 비웃기 전 이 영화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지, 많은 산업 분야가 그래왔던 것처럼, 어쩌면 우리가 중국에 비교해 잘 하는 것이 또 하나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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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투자자, 소설가, 아마추어 기자. "삶은 지식과 경험의 보고(寶庫)이자 향연이다. 그러므로 나 풍류판관 페트로니우스가 다음처럼 말하노라." - 사티리콘 中 blog.naver.com/admljy19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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