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 G리그에서 활약하던 이대성이 친정팀 울산 현대모비스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성은 지난 4일(한국시간) NBA 애틀란타 호크스 산하에 있는 이리 베이호크스로부터 방출통보를 받은 이후 G리그 잔류와 KBL 복귀를 놓고 고민해왔다.

이대성은 삼일상고-중앙대(자퇴)를 거쳐 NCAA(미국대학농구) 디비전2에 속해 있는 하와이 브리검 영 대학교에서 1년간 유학 생활을 보내는 등 일찍부터 미국무대 진출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2013년에는 국내무대로 복귀하여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로 울산 현대모비스의 지명을 받았다. 프로무대에서는 주전 가드 양동근의 백업 요원이자 1,2번을 오가는 활약으로 현대모비스의 챔프전 3연패 과정에 나름 기여했다. 국가대표팀에도 몇차례 승선하여 KBL에 많지 않은 장신의 듀얼가드로 그 희소성을 인정받았다.

상무 제대 이후 소속팀에 복귀하여 2016-17시즌을 마친 이대성은 지난 7월 돌연 미국무대 재도전을 선언했다. 현대모비스 구단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대성의 의지를 존중했다. 대성은 2017 NBA G리그 드래프트 1라운드 20순위로 이리 베이호크스에 지명됐다.

이대성의 도전에 국내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비록 하부리그이기는 하지만 한국 선수가 미국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드문 사례였기에 국내 팬들은 이대성의 실력이 얼마나 통할지 깊은 관심을 보였다. 우수한 해외파 선수들을 대거 배출하며 국제 경쟁력을 인정받은 다른 구기종목에 비하여 유독 농구만 여전히 국내 무대에서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다는 아쉬움이 컸던 국내 팬들은,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이대성의 도전 의지만으로도 큰 박수를 보냈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 팬들도 적지 않았다. KBL이나 국가대표팀에서도 탑 플레이어라고는 할 수 없었던 이대성이 세계적인 선수들이 넘쳐나는 미국무대에서 현실적으로 과연 통하겠느냐는 냉랭한 평가였다. 처음부터 1년도 못 가서 복귀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결과적으로는 후자의 판단이 맞았다. 이대성은 G리그에서 총 11경기에 출전하여 평균 8분을 소화하며 2.5점 1.1도움에 그쳤다. 냉정하게 말해 이대성은 G리그에서도 주전 경쟁에 철저히 밀리며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다. NBA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이 팀플레이보다는 개인능력과 기록을 쌓는데 집중하는 G리그의 환경에 이대성이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대성의 짧은 도전, '현실 장벽' 보여준 장면이지만...

이대성은 이리에서 방출된 이후에도 미국에 남아 타 팀으로 이적을 모색하는 방안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 소속팀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못한 이대성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팀은 없었고, 그나마 관심을 보인 팀들도 이대성이 원하는 정도의 출전시간을 보장하는 데는 난색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이대성의 상황을 지켜본 유재학 감독과 현대모비스 구단이 국내 복귀를 권유했다. 현재 임의탈퇴선수 신분인 이대성은 원소속팀 현대모비스가 선수등록 요청을 하고 KBL이 승인하면 곧바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이대성의 짧은 도전은 'NBA를 향한 한국농구의 꿈'과, '현실의 높은 장벽'을 모두 보여준 장면이기도 하다. 한국농구도 언젠가 축구의 박지성이나 야구의 박찬호, 배구의 김연경 같이 NBA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은 아시아 월드스타를 보고싶다는 것은 농구팬들의 오랜 희망이다.

하승진(KCC)이 탁월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한국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NBA무대를 잠시 밟아보기는 했지만 기본기의 한계로 오래 버티지 못하고 국내무대로 돌아왔다. 허재, 이충희, 김주성, 서장훈, 최진수, 방성윤, 이종현 등 미국무대에서 관심을 받거나 최소한 도전이라도 시도한 선수들은 간간이 나왔지만, 야오밍이나 제레미 린은 고사하고 NBA 근처조차 가본 선수가 더 이상 전무하다. 현재도 NBA 수준에는 훨씬 못미치는 외국인 선수들이 사실상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KBL에서 NBA에 도전할 만한 잠재력을 지닌 국내 선수 자체가 아예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이대성은 KBL 무대에서는 보기 드문 장신의 듀얼가드였지만 미국무대에서는 이대성의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웃도는 선수들이 차고 넘친다. 이대성의 포지션은 G리그에서도 가장 치열한 자리다. 나이도 이미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도전이었다.

KBL에서도 슈팅능력이나 스피드가 상위권이라고 할 수 없었던 이대성은 괴물 같은 선수들이 넘쳐나는 미국무대에서 가뜩이나 불리한 아시아 출신 선수로서 자신만의 희소성을 어필할 만한 특출한 '무기'가 없었다는 게 가장 결정적인 한계로 평가된다.

미국무대 경험 후 빠른 국내 복귀, 마냥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몇 달이나 도전했다고 금세 포기하고 돌아오냐'는 비판도 있지만 지금으로서 이대성의 빠른 국내 복귀는 그나마 현명한 선택이었다. 무리해서 G리그에 남았다고 해도 기껏해야 5~10분 출전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사실상 도전의 의미가 없다. 선수는 결국 코트에서 가치를 증명해야 선수다. 짧은 기간이었다고 미국무대에서 보고 느낀 경험은 앞으로 이대성의 농구인생에 큰 자산이 될수 있다.

무엇보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이대성의 도전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세계농구와의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깨달아가고 극복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다면 평생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차범근이나 박찬호 같은 스포츠 레전드들도 처음 해외무대에 도전하던 시절에는 누구도 그들이 이렇게까지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하지 못했다. 꿈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언젠가 이대성의 뒤를 이을 또 다른 새로운 도전자가 끊임없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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