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공식홈페이지 이미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공식홈페이지 이미지 ⓒ MBC everyone


요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란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외국인이 한국을 여행하는 내용으로 외국인의 눈으로 한국을 새롭게 보자는 것이 방송의 취지다. 이탈리아, 독일, 인도, 러시아, 핀란드 등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을 여행했고 많은 화제가 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을 신기해하는 외국인들을 보면서 덩달아 우리 나라를 새롭게 볼 수 있어 재밌고 우리를 객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 좋다. 최근 내가 본 건 핀란드편이었는데, 추운 지방에서 사는 핀란드인들이 우리나라 늦가을에 여행 와서 민소매로 거리를 활보하고, 바다 수영을 하는 모습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추위라는 것이 얼마나 상대적인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통감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궁금한 것이 생겼다. 방송에 나오는 저 모습들이 정말 저들의 모습일까, 라는 것이었다. 이제껏 나온 외국인들 중 이탈리아 남자들은 우리나라 여자들이 예쁘다며 계속 관심을 보였고, 독일 사람들은 진지한 모습으로 시간을 잘 지켰으며, 러시아 사람들은 우리나라 술이 물 같다고 말했다.

이는 '이탈리아 남자들은 여자를 좋아한다, 독일 사람은 진지하며 시간을 잘 지킨다, 러시아 사람은 술을 잘 마신다'와 같은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각 나라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주기도 했다.

물론 그들이 하지 않은 행동을 만들었을 리는 없지만, 의도를 가지고 편집을 하고 자막을 덧붙여 기존의 고정관념을 더 강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편에서 그냥 외국 술을 마시고 단순한 평을 한 것에 '보드카국의 위엄'이라는 자막을 넣은 것, 이탈리아편에서 친구들이 한국여자들을 자꾸 쳐다보고 예쁘다고 하는 것에 MC가 '역시 이탈리아 남자'라고 하는 부분들이 그렇다. '역시 저 나라 사람은 저래'라며 자신의 편견을 더욱 공고히 하며 재미를 느끼게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재밌게 보다가 문득 우리가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너무나 식상해진 '세계화'라는 단어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타일러 라쉬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타일러 라쉬 ⓒ 비정상회담 페이스북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미국인 타일러 라쉬가 트위터에 "'외쿡사람'이라는 표현은 나쁜 의도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건 아는데 왜 그렇게 기분이 찝찝한 걸까요? 저만 그런가요? 왜 이렇게 거슬리지"라고 썼다. 농담으로 '외쿡사람'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 단순히 재미있게 말하려는 의도 외에 아무 것도 없는데 왜 그렇게 예민하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듣는 외국인은 단순한 농담 속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조롱을 간파해 찝찝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세계화'라는 말이 식상해서 더 이상 쓰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단일민족 국가라고 자랑스러워하던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외국인들이 같이 살고 있으며,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봤다고 신기해 하지 않는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는 얼마나 진보했는지 돌이켜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여전히 우리와는 다른 사람으로 엄격히 구분하면서 차별하고, 기존의 고정관념을 수정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방송에 나오는 호감 가는 백인 외국인들에게도 이러한데 우리나라보다 못 산다고 생각하는 나라의 외국인이나 피부색이 검은 외국인에게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독일 사람은 정말 맥주를 많이 마시는지, 이탈리아 남자는 정말로 여자를 좋아하는지 등을 궁금해 하는 것은 사실 큰 문제가 안 된다. 기본적으로 호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새로운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당연한 것이기에 사소한 편견 정도는 별 것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우리보다 피부색이 어두운 외국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면 문제가 된다. 우리보다 피부색이 조금만 어두우면 무조건 못 사는 나라 취급하고, 일하러 왔다고 생각하면서 반말로 대하며 무례하게 굴고 있지는 않은가.

백인 외국인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기존에 가지고 있는 나라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인하는 것과 유색인종 외국인을 일단 아래로 보고 대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똑같은 태도다. 한국인과 외국인을 완벽하게 구분하고 외국인을 대할 때 자신의 편견을 조금도 수정할 생각이 없다는 면에서 그렇다. 백인 외국인들은 대체로 우리나라를 정이 넘치는 따뜻한 나라라고 평가하고, 동남아시아 쪽에서 온 외국인들은 외국인에 대한 벽이 높은 나라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백인에게 따뜻하고 유색인종에게 차가운 분위기가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상대적으로 친절한 대우를 받는 백인들이라고 이 차별적 사랑이 마냥 좋기만 할지 모르겠다.

그때와 지금, 다르지 않은 한국

 코미디언 홍현희가 웃찾사에서 흑인분장을 하고 있다.

코미디언 홍현희가 웃찾사에서 흑인분장을 하고 있다. ⓒ SBS


얼마 전에 홍현희라는 코미디언이 흑인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가 많은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다. 샘 해밍턴이라는 호주 출신 방송인이 한심하다며 언제까지 이런 행동을 할 거냐고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많은 이들이 이에 공감했으나 일부 다른 코미디언들은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달려든다며 홍현희를 옹호했다. 이는 외국인이 여러 방송에 나오고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편으로 외국인, 특히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심한 우리 사회의 모순을 잘 보여주는 일이다.

백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그 이면에는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도 같이 있는 건 아닌지. 외국인이라는 존재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던 그 때와 지금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는지 한번 돌아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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