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결별한 '린동원' 린드블럼이 내년부터 두산 유니폼을 입는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던 우완 조쉬 린드블럼과 총액 145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5년부터 롯데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린드블럼은 세 시즌 동안 28승27패 평균자책점 4.25의 성적을 기록하며 롯데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외국인 투수다. 이로써 두산은 지미 파레디스, 세스 프랭코프에 이어 린드블럼까지 영입하며 외국인 선수 세 자리를 모두 채웠다.

린드블럼은 롯데와의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린드블럼과 롯데의 협상은 최종적으로 결렬됐다. 당초 두산을 포함해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가 합세한 3파전이 될 것으로 전망됐던 린드블럼 영입전은 린드블럼의 피홈런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린드블럼과의 계약으로 두산은 지난 7년을 함께 했던 '니느님' 더스틴 니퍼트와의 결별이 확정됐다.

외국인 선수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던 니퍼트의 가치

 두산 니퍼트

두산 니퍼트 ⓒ 두산 베어스


2010 시즌 아쉽게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던 두산팬들은 외국인 선수 영입 소식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빅리그 6년 경력을 자랑하고 2010년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됐던 '거물 투수' 니퍼트와 계약했다는 뉴스가 들려 왔기 때문이다. 니퍼트는 그저 상징적으로 빅리그를 경험했던 흔하디 흔한 마이너리거가 아닌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전성기 구간을 보내고 있는 격이 다른 투수였다.

KBO리그에서 니퍼트의 활약은 명불허전이었다. KBO리그 입성 첫 해 15승6패2.55를 기록했던 니퍼트는 2014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리며 두산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시즌이 끝난 후 재계약 협상을 할 때마다 늦은 계약으로 구단의 속을 썩이긴 했지만 언제나 시즌이 개막하면 니퍼트는 잠실 야구장의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서 베어스를 위해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두산 입단 후 4년 동안 52승을 올리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던 니퍼트는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 부상에 시달리며 6승5패5.10으로 한국 진출 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니퍼트는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 5경기에 등판해 32.1이닝 동안 단 2점을 내주며 3승 0.56이라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당시 데일리 MVP에게 주어지는 타이어만 3개를 수집해 '타이어 수집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5 시즌이 끝난 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며 '니서방'이라는 별명을 추가한 니퍼트는 2016 시즌 그야말로 KBO리그를 초토화했다. 리그 전체의 타율이 .290이나 됐던 타고투저의 흐름에서도 니퍼트는 22승3패2.95의 뛰어난 성적으로 두산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타이론 우즈(1998년), 다니엘 리오스(2007년)에 이은 베어스 역사상 3번째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외국인 선수가 된 것은 당연한 결과.

니퍼트가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KBO리그를 지배하는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자 두산팬들은 니퍼트를 귀화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프로야구 원년 MVP이자 베어스 야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불사조' 박철순도 "니퍼트라면 기꺼이 내 등번호 21번을 양보하겠다. 니퍼트는 외국인 선수가 아니다"라며 니퍼트의 활약과 두산을 위하는 자세에 대해 극찬했다.

시즌 14승 거두고도 후반기와 포스트시즌 부진으로 재계약 불발 

니퍼트가 올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 기록을 경신하며 210만 달러에 계약했을 때도 이에 불만을 갖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두산팬은 아무도 없었다. 니퍼트는 최고대우를 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두산의 절대적인 에이스이자 실력과 인성을 두루 겸비한 '최고존엄 니느님'이기 때문이다.

니퍼트는 올 시즌 두산이 전반기 5위에 머물며 부진한 와중에도 홀로 9승6패 3.41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두산 선발진을 이끌었다. 하지만 전반기까지 흠잡을 곳이 없었던 니퍼트의 투구는 후반기, 더 정확히는 8월말부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9월 한 달 동안은 4경기에 등판해 1승1패 9.78이라는 니퍼트의 이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진한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후반기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두산팬들은 포스트시즌 33이닝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고 있던 '단기전의 사나이' 니퍼트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니퍼트는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5.1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데 이어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에서 11.1이닝 동안 10점을 내주며 뭇매를 맞았다. 에이스가 무너진 두산은 KIA에게 패해 한국시리즈 3연패가 좌절됐다.

시즌 후반부터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진 부진에 니퍼트에 대한 두산의 신뢰는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7년 동안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포함해 94승을 올린 니퍼트의 업적보다는 그의 무뎌진 구위와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많은 나이가 더 먼저 보이게 된 것이다. 결국 니퍼트를 내년 시즌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두산은 11일 린드블럼을 영입하면서 외국인 선수 첫 100승에 단 6승만을 남겨둔 니퍼트와의 결별을 결정했다.

사실 니퍼트의 후반기와 포스트시즌 성적을 생각하면 니퍼트보다 6살이나 어리고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1승1.93으로 호투한 린드블럼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산팬들에게 니퍼트는 그저 성적 좋은 외국인 투수가 아니었다. 두산팬들에게 12월11일은 검증된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을 얻은 기쁨보다 7년 간 정든 니느님을 보내야 하는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하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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