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동안 너무 다양하고 많은 일들이 있어 한 달 전 일이 오래 전 일인양 착각이 든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 전세계를 무대로 한 역동적 서사를 펼쳤다. 오늘(10일) 19개 도시 40번의 윙스 투어가 마무리된다. 많은 분들이 방탄소년단이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역량이나 전략 혹은 성공의 비결을 묻기도 한다. 성공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이르고 또 그 이유를 간결하고 정확하게 말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음악의 진정성과 대중 음악이 전달할 수 있는 격려와 위로의 힘을 믿었기에 오늘의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었다고 본다. 진솔한 메시지를 담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들려줬고 동세대와 교감하고 같은 성장통을 겪으면서 방탄소년단은 더욱 단단하게 성숙해갔다. 또한 이런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단순히 방탄소년단만의 것이 아니라 케이팝 프로듀서와 아티스트들의 창의력이 축적된 탓이다. 케이팝이라는 장르가 늘 새롭게 진화하는 장르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함께 지켜봐주시고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린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가 드디어 방탄소년단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10일 고척 스카이돔 라운지에서 방시혁 대표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자신이 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빠짐없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가 드디어 방탄소년단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10일 고척 스카이돔 라운지에서 방시혁 대표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자신이 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빠짐없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 10일 방탄소년단 2017 윙스투어 콘서트를 앞두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담담하게 자신이 준비해 온 글을 서두에 펼쳐 읽었다. 2시 30분부터 약 30분 동안 이어진 방시혁 대표의 기자간담회는 방탄소년단의 오늘을 있게 한 프로듀서로서 그의 위상을 확인하는 듯 취재진의 다양한 질문들로 가득 찼다(관련기사 : 눈물 쏟은 방탄소년단... "너희라면 해낼 것" 팬들 위로).

방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 자리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자신을 방탄소년단의 아버지라 부르지 말아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그는 "내가 아버지라 불리는 순간 방탄소년단이 객체가 되고 누군가 만들어낸 것 같은 인상을 줘 불편하다"며 "아티스트라는 건 누군가가 창조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취재진과 방시혁 프로듀서 간의 일문일답.

- 방탄소년단이 데뷔 초 RM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가장 많은 변화와 성장을 보인 멤버가 누구라고 보나?
"RM을 중심으로 방탄소년단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RM이라는 멤버를 처음 봤을 때 이렇게 재능이 있는 친구를 데뷔시켜야 한다는 뜻이었다. 어느 한 사람을 꼽기 어렵다. 개인보다 팀으로서 성장을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연습생 때부터 각인을 시켰다. 방탄소년단은 기본적으로 성장이 콘셉트인 그룹이다. 방탄소년단은 놀라울 만큼 성장을 이뤄냈고 그것이 나를 감동시킨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라는 중소기획사로서 성공을 했다. 처음부터 해외를 겨냥해 출발한 팀은 아닌데 성장의 분기점이라고 할 만한 곡들을 설명해 달라.
"방탄소년단의 역사 자체가 유기적이고 다양한 요소들로 움직이다 보니 성장의 분기점을 찍어서 말씀드리긴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보다는 팬 분들이나 분석을 해주시는 분들의 의견을 종합해 타당하다고 생각한 걸 말씀드리려 한다. 우선 '쩔어'라는 노래가 리액션을 전문으로 하는 유튜버들 사이에서 반응을 일으켰던 것이 계기가 됐다고 본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팬덤이 결집하고 소위 아이돌 팬덤의 용어로 '영업'을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불타오르네'는 그렇게 결집된 팬덤이 터지게 만든 계기 같고 '피 땀 눈물'에서 좀 더 보편성과 범대중성을 확보했다. 그 뒤에는 아시다시피 빌보드나 미국 언론의 주목이라는 점이 합쳐져 눈덩이 굴러가듯 했다. 그게 오늘의 방탄소년단이 되지 않았나 싶다."

- 앞으로 방탄소년단의 성장에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는 부분을 실기하지 않고 산업 모델로 잘 만들고 싶다. 과거 케이팝 음반 기획사들이 해외에서 케이팝 산업을 가능하게 만들어줬던 것처럼 나 역시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그래서 서구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획사들에게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 성공 비결을 한 마디로 말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그 이전에도 해외 시장을 공략해본 경험이 있나?
"해외 시장을 의도적으로 의식하고 공략한 바는 전혀 없다. 여러 가지 요인이 현재의 방탄소년단을 만들었다고 본다. 우선 처음 방탄소년단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케이팝 고유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생각은 했다. 거창한 게 아니라 1990년대 중반부터 케이팝이라 불러왔던 음악은 비주얼적으로 아름답고, 총체적인 패키지로 음악이 기능하고, 무대 퍼포먼스가 멋있는 음악이라고 본다. 이 부분은 지켜야겠다고 봤다.

해외 시장 공략은 케이팝에 기본적으로 들어있다. 이를 어느 나라 혹은 어떤 문화권에 갖고 가겠다는 식의 공략은 없었다. 케이팝 고유의 가치를 지키되 방탄소년단의 가치를 거기에 더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힙합으로 대변되는 흑인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멤버들이 그런 음악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 멤버들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는다는 진정성. 이렇게 두 가지가 서구 시장에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이 된 것 같다. 케이팝은 서구 시장에서 생소하지만 블랙 뮤직이나 힙합은 친숙해 청자로서 쉽게 접근 가능하다."

"방탄소년단의 목표는 방탄소년단에게 물어보라"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가 드디어 방탄소년단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10일 고척 스카이돔 라운지에서 방시혁 대표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자신이 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빠짐없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가 드디어 방탄소년단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10일 고척 스카이돔 라운지에서 방시혁 대표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자신이 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빠짐없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 지난 성공들이 앞으로의 방탄소년단에게 영향을 끼칠 거라고 보고 그런 점에서 우려도 되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나나 멤버들이나 크게 생각이 달라지진 않았다. 하던 걸 열심히 하고 잘하는 걸 잘하겠단 입장이다. 이번 MIC DROP RIMIX 케이스처럼 아티스트 간에 같이 즐겁게 음악 작업을 하고 케이팝 변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다른 음악과의 조우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 방탄소년단의 다음 목표로 어떤 걸 생각하고 있나?
"방탄소년단의 목표를 내가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방탄소년단이 스스로 말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 정도 레벨에 올라온 가수들의 꿈은 본인들이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본다. 나도 그 부분이 궁금하고 듣고 싶다."

- 앞으로 계속 미국 시장과 공감대를 쌓아야 할 텐데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는 방탄소년단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와 관련된 질문인 것 같다. 일회성 진출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방탄소년단이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미국에 진출해 영어로 된 노래를 발표하는 부분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부분과 다르다. 케이팝 가수 모두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미국 회사와 계약을 맺어 미국에 진출해 미국 팬들에게 사랑받는 건 케이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아시안 가수가 미국 시장에 데뷔하는 거다. 그것이 방탄소년단의 고유한 강점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 팬 분들을 너무 믿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걸 열심히 하고 싶다. 영어를 사용하라는 건 그 선택지에 없다. 그 다음 길은 팬들이 열어줄 거라고 본다. 내가 해야 할 건 방탄소년단만이 케이팝의 성공한 케이스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좋은 파트너를 만드는 것이다."

- 오히려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세계적으로 반응이 있다는 말인가?
"나는 예언가가 아니고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 감히 예단할 수 없다. 그저 내가 잘 하고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당분간 한국어가 방탄소년단 본인들이 표현하기에 가장 좋고 진정성을 드러내는 말이라 본다. 적극적으로 방탄소년단을 소비하고 이들로부터 위안과 격려를 받는 팬들이 가사의 의미를 번역하면서 그 노래는 실시간으로 (전세계로) 돌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 자체를 즐기시는 분들이 있고 가사의 의미를 찾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 유튜브에서 손쉽게 이를 접할 수 있다."

- 지금 방시혁 대표가 안고 있는 화두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국가라는 실체가 그렇게 대단한 건가?라는 생각을 갖고 자라서 해외 성과가 대단하다고 해도 마음 속에선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현장에 가니 마치 태극기를 자수로 박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웃음) 소명 의식을 갖고 집중해야지 여기서 실기했다가는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설익은 생각이긴 하지만 한국어로 의미 전달이 안 돼도 재밌게 따라부를 수 있는 단어들이 뭐가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글로벌 팬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한국어지만 귀에 들릴 만한 단어 중에 어떤 것이 있는지를."

- 많은 경험을 함께 하시면서 이것만은 보완해야겠다는 점이 있나?
"난 보완하라고 말하는 타입이 아니다. 원칙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열심히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지 않냐는 타입이지. 팀의 가치를 소중히 해야한다는 것과 음악과 무대가 소중하지 않다면 아티스트이기를 그만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이야기만 하는 수준이다. 다른 이야기는 해본 적이 없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2의 방탄소년단이 나와야 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그때 말씀드린 건 서구 시장에 진출하는 케이스가 방탄소년단 이후에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제2의' 혹은 '제3의'라는 말을 다른 고유한 아티스트에게 붙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이 그저 해프닝이 아니라 하나의 모델링이 되고 그 모델에 다른 케이팝 가수들이 힌트를 얻어 동시대의 가수들이든 후배 가수들이든 서구 시장에 더 많이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 BTS 방시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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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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