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오랜만에 공격수 풍년을 맞이하고 있다. 손흥민(토트넘), 김신욱(전북), 석현준(트루아) 등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들이 최근 연이어 득점포를 가동하며 내년 월드컵 본선에 대한 기대감을 되살리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10일 자정(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 스토크 시티전에 선발출전하여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전반 21분 예리한 크로스로 스토크시티 수비수 라이언 쇼크로스의 자책골을 유도한데 이어, 후반 8분에는 특유의 엄청난 스피드를 활용해 델레 알리의 패스를 이어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30분에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에게 완벽한 침투 패스를 이어줘 도움까지 기록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5-1로 대승하며 최근 리그 4경기 연속 무승의 사슬을 끊어냈다. 손흥민은 후반 19분에 터진 해리 케인의 추가골 과정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이날 토트넘이 기록한 5골중 4골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

손흥민은 최근 물오른 활약에 힘입어 꾸준히 선발출장 기회를 늘리고 있다. 지난 2일 왓포드와의 리그 15라운드, 7일 아포엘(키프로스)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 이어 '3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며 절정의 12월을 보내고 있다. 벌써 시즌 7호골이자 리그에서만 4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21골로 한국축구 유럽파 한 시즌 최다골 신기록을 수립한 지난 시즌에 이어 2년연속 두 자릿수 득점도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손흥민이 페이스 유지한다면...

손흥민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서도 공격의 중심으로 인정받고 있다. 손흥민은 벌써 A매치 61경기에 나서서 20골을 기록하며 팀내 최다득점을 기록중이다. 한동안 대표팀에서는 부진하다는 걱정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지난 11월 콜롬비아-세르비아와의 A매치에서 2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골잡이'로 중요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손흥민이 지금의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한국축구도 내년 월드컵 본선에서 희망이 생긴다.

손흥민의 '파트너 혹은 경쟁자' 자리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장신공격수' 김신욱은 지난 9일 중국과의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팀동료 이재성(이상 전북)과 함께 나란히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김신욱이 A매치에서 골을 넣은 것은 2014년 1월 코스타리카전 이후 3년 11개월만이었다. 김신욱은 이날 특유의 위협적인 제공권으로 이재성의 역전골에도 기여하며 도움까지 기록했다.

팀은 2-2로 아깝게 무승부에 만족해야했지만 김신욱의 활약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그동안 후반 조커로서 공중볼을 따내는 제한적인 역할만을 소화하는데 그쳤다며 이날은 선발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발재간과 연계능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196cm의 탁월한 신체조건을 갖춘 김신욱의 희소성은 장신공격수가 부족한 한국축구에 포기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프랑스 리그앙에서 부활의 나래를 펴고있는 석현준(트루아)도 멀티골을 작렬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석현준은 10일 리그앙 17라운드 AS모나코와 원정 경기에서 전반 25분과 후반 5분 자신의 시즌 4, 5호골을 잇달아 터뜨렸다. 트루아는 비록 강호 모나코에 2-3으로 역전패했지만 석현준의 활약상은 군계일학이었다.

시즌 초반 주로 교체로만 뛰었던 석현준은 11월 첫 선발 출전이었던 스트라스부르전에서 프랑스 데뷔골을 작성한데 이어 디종FCO전과 앙제전까지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석현준은 모나코전에서 다시 2골을 기록하며 11월 이후에만 6경기(선발 5경기) 5골을 폭발시키고 있다.

석현준은 비슷한 장신 공격수인 김신욱에 비하여 신장은 약간 작지만 문전에서의 스피드와 슈팅능력, 다양한 해외리그 선수들을 상대해본 경험에서는 더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신태용호에는 아직 승선한 경험이 없지만 신 감독과는 A대표팀 코치와 올림픽대표팀을 통하여 이미 호흡을 맞춘 경험이 많은데다 최근의 활약을 감안할 때 조만간 대표팀에 복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양해진 공격수 자원, 신 감독은 어떻게 녹여낼까

이들 3인방 외에도 신태용호에는 아직 기대할 만한 공격수 자원이 풍부하다. 최근 부상을 털고 복귀하며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도전하고 있는 유럽파 황희찬(잘츠부르크)은 신 감독이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공격수 중 하나다.

지난 11월 A매치와 손흥민과 투톱 파트너로 최고의 호흡을 선보였던 베테랑 이근호(강원)은 정통 공격수는 아니지만 뛰어난 활동량과 연계능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근호는 동아시안컵 중국전에서는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지만 북한-일본전에서 정상 출전이 예상된다. 국내파 공격수 이정협(부산)과 진성욱(제주) 역시 이번 동아시안컵을 통하여 신 감독의 눈도장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분데스리가에서 주전경쟁에 밀린 지동원(아우크스브루크)이나, 아직 A팀에서는 승선하지 못한 한국축구의 유망주 이승우(헬라스 베로나)같은 선수들도 있지만, 현재 대표팀은 이들의 빈 자리가 생각나지 않을만큼 공격수 자원이 넘쳐나는 행복한 고민을 맞이하고 있다. 3년 전인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상황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이제 문제는 모처럼 다양해진 공격수 자원들을 신태용 감독이 어떤 조합과 전술로 녹여내느냐에 달렸다. 투톱을 쓰는 4-4-2에서 손흥민을 한 축으로 하여 연계능력이 좋은 이근호나 황희찬을 파트너로 기용하거나, 혹은 포스트플레이에 강한 김신욱-석현준과의 빅앤 스몰 조합을 가동할 수도 있다. 혹은 원톱 전술에서 손흥민을 최전방에 기용하거나 혹은 2선으로 돌리는 등 다양한 시프트도 가능하다.

변수는 공격수들이 큰 부상없이 내년 월드컵까지 지금의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손흥민만이 아니라 다른 공격수들의 활약 역시 뒷받침되어야 건강한 내부 경쟁이 가능해지고 대표팀이 월드컵에 가동할수 있는 선택지도 넓어진다. 모처럼 돌아온 한국축구의 공격수 풍년이 내년 월드컵에서 강팀들을 상대해야하는 한국축구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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