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향하는 신태용호 일본에서 열리는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6일 오후 출국을 위해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모인 뒤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일본으로 향하는 신태용호 일본에서 열리는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6일 오후 출국을 위해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모인 뒤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즌이 끝난 뒤 치르는 대회 첫 경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신태용호의 후반전은 실망스러웠다. 중국 골문 안으로 날아간 후반전 유효 슛 기록이 3개였는데 그 중 2개는 왼쪽 풀백 김진수의 중거리슛, 나머지 1개는 미드필더 주세종의 중거리슛이었다. 김신욱을 비롯한 공격수들이 후반전에 유효 슛 기록을 하나도 남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신태용호의 2차전 상대 팀 북한의 첫 경기 후반전을 대비시키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요른 안데르센(노르웨이) 감독이 이끌고 있는 북한 남자축구 대표팀이 9일 오후 7시 15분 일본 도쿄에 있는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7 EAFF(동아시아 축구연맹)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일본과의 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극장 골을 얻어맞고 0-1으로 패하기는 했지만 매우 인상적인 경기력을 자랑하며 한국과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공한증?

이번 대회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기성용(스완지 시티), 권창훈(디종) 등 유럽에서 뛰는 능력자들이 빠진 대회이고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도 못 나가는 중국, 북한이 참가한다고 해서 가볍게 본 것은 아닐까?

남자부는 물론이고 하루 먼저 시작한 여자부에서도 놀라운 경기 내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 축구장의 선입견을 비웃고 있다. 2011년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 월드컵 우승, 2015년 여자 월드컵 준우승 팀으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조직력을 자랑하는 일본 여자축구대표팀이 첫 경기에서 한국을 만나 진땀을 빼며 3-2 펠레 스코어로 겨우 이겼다. 이민아와 한채린의 활약은 잉글랜드 첼시 레이디스에서 뛰고 있는 지소연의 빈 자리를 잊게 만들 정도였다.

그리고 하루 뒤 한국과 중국의 첫 경기에서도 신태용호는 경기 시작 후 9분만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미드필더 웨이 시하오에게 선취골을 내주며 끌려다녔다. 곧바로 10분만에 이재성의 맹활약에 힘입어 2-1로 뒤집기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한국의 경기력은 중국을 압도할 수준이 아니었다.

대회 첫 경기를 치르며 전반전에 상대 팀과 부딪치며 장단점을 파악한 뒤 후반전에는 더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펼칠 수 있어야 하지만 신태용호는 그렇게 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의 과감한 공격을 막아내느라 김진현 골키퍼를 비롯한 수비수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76분 위 다바오의 헤더 동점골 순간은 한국의 센터백 조합(장현수-권경원)이 지닌 문제점을 또렷하게 확인시켜 주는 장면이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과 중국의 남자 축구 경기가 열리면 공한증을 이야기한다. 역대 전적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 중국과 만나서 시원하게 이긴 경기가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한국은 중국과 홈&어웨이 두 경기를 치르며 1승 1패 기록을 남겼다. 지난 해 9월 1일 서울에서 열린 경기를 이겼지만 3-2 점수판이 말해주듯 겨우 승점 3점을 챙겼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3월 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린 경기는 0-1로 패했다.

이 현실만으로도 공한증은 이제 잘못된 선입견이 된 셈이다.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을 아시아의 호랑이로 부르기도 하지만 정말 호랑이처럼 용맹스럽게 포효하던 그 때는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그 시절이라 말해야 하지 않을까?

FIFA 월드컵에 아홉 번이나 연속해서 참석하게 되었다고 해서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것도 기억해야 한다. 하마터면 북중미&카리브 예선에서 밀려온 온두라스와 만나야 했던 호주처럼 천신만고를 겪을 수도 있었다.

일본을 진땀 흘리게 만든 북한의 경기력

축구장의 선입견을 떠올리게 만든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한국과 중국 경기가 끝나고 이어진 일본과 북한의 경기가 바로 그것이다. 개최국 일본은 이번 대회 참가 팀 중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북한(114위)과 첫 경기를 골랐다. 비교적 쉽게 승점 3점을 챙기며 시작하자는 뜻이 담겨 있으리라. 그리고 한국(59위)과의 경기를 대회 마지막 경기 일정으로 잡아놓았다.

그런데 일본은 첫 경기를 정말로 겨우 이겼다. 90+4분에 미드필더 이데구치 요스케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북한 수비수 리영철의 왼쪽 어깨에 맞고 살짝 방향이 바뀌어 극장 골이 된 덕분이었다.

요른 안데르센 감독을 재신임한 북한 남자축구가 과거 수비 지향적인 팀 컬러에서 확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명승부였다. 일본 골키퍼 나카무라 고스케가 여러 번 슈퍼 세이브로 팀을 구한 경기였다고 말할 정도로 북한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68분 북한의 공격형 미드필더 정일관이 크로스를 받아 헤더로 골문을 노린 공이 오른쪽 어깨에 맞아 떨어지는 것을 나카무라 고스케가 왼쪽으로 몸을 날려 쳐냈다. 82분에도 심현진의 놀라운 전진 패스를 받은 정일관이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나카무라 고스케가 뛰어난 반사 신경으로 막아낸 것이다.

체격 조건이 비교적 좋은 김유성이 맨 앞에서 상대 수비수를 흔드는 전술적 움직임도 훌륭했고 크로스와 스루 패스의 정확성도 일본을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 올라오지도 못했다고 우습게 생각하던 북한이 아니었던 것이다.

선입견이 무서운 것은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실패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전혀 의미도 없는 공한증이라는 말이나 FIFA 랭킹 숫자 놀이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하면 인정하기 힘든 곳까지 밀려날 수밖에 없다. 신태용호는 오는 12일 오후 4시 30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신태용호 동아시안컵 중국 북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