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드리블과 패스가 정교함을 더해가고, 결정력은 완벽에 가깝다.

토트넘 홋스퍼가 10일 오전 0시(아래 한국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스토크 시티와 경기에서 5-1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토트넘은 리그 4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던 부진에서 탈출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선봉장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자신이 도맡은 왼쪽 측면 공격수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스토크 시티의 밀집된 수비에 막혀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던 전반 11분, 토트넘의 첫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아 중앙으로 빠르게 치고 들어가며 시도한 중거리 슈팅이었다.

손흥민은 전반 21분,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그는 좌측에서 볼을 잡아 자신감 넘치는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고, 한 박자 빠르게 크로스를 올렸다. 이것이 스토크 시티 중앙 수비수 라이언 쇼크로스의 발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반 24분, 손흥민의 몸 상태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었던 장면이 나왔다. 스토크 시티의 코너킥이 다소 길었고, 역습을 준비하던 손흥민이 헤더로 볼을 따냈다. 손흥민은 폭풍 같은 질주를 시작했고, 중앙선 부근을 지나 페널티박스 안쪽까지 진입했다. 마무리 슈팅이 잭 버틀랜드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50m 안팎을 드리블해 슈팅까지 시도한 환상적인 공격이었다.

손흥민은 득점만 노리지 않았다. 드리블과 패싱력이 결정력 못지않다는 것을 마음껏 자랑했다. 전반 36분, 손흥민은 수비 뒷공간을 향해 절묘한 패스를 연결했고, 해리 케인이 일대일 기회를 잡았다. 케인의 마무리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지만, 팬들의 박수를 불러왔던 멋진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7분, 득점포까지 가동했다. 델레 알리가 중앙선 부근에서 볼을 잡아 뒷공간을 파고들기 시작한 손흥민을 향해 패스를 연결했다. 손흥민은 번개 같은 스피드를 자랑하며 볼을 잡았고, 버틀랜드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이겨내며 골망을 갈랐다. 최근 3경기(리그+챔피언스리그) 연속골이자 시즌 7호골이었다.

손흥민의 추가골로 기세가 오른 토트넘은 곧바로 세 번째 득점을 만들었다. 벤 데이비스가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케인이 헤더로 마무리했다.

후반 19분, 또 터졌다. 에릭센이 순간적인 드리블 돌파에 이어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이 공이 손흥민과 수비의 경합 도중 뒤로 빠졌다. 이를 달려 들어온 케인이 골문 구석을 향하는 멋진 슈팅으로 연결하며 멀티골에 성공했다.

후반 29분, 손흥민이 팀의 다섯 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손흥민은 빠른 드리블을 통해 중앙선을 넘어왔고, 수비 사이 공간으로 패스를 찔렀다. 이것이 골문 안쪽으로 달려든 에릭센에게 향했고, 득점으로 이어졌다. 손흥민의 올 시즌 첫 번째 도움이었다.

토트넘은 이후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손흥민이 수비수 2명을 따돌리는 환상적인 개인기를 보여줬고, 에릭센의 슈팅이 스토크 시티를 위협했다. 후반 35분, 스토크 시티의 코너킥 상황에서 쇼크로스에게 한 골을 내줬지만, 승리를 거머쥐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5-1, 완벽한 승리였다.

1등공신 손흥민, 평점 9.4 기록

이날 승리의 1등 공신은 손흥민이었다. 영국 축구전문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9.4점을 부여하며,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영국 스포츠 매체 '스카이스포츠'도 손흥민에게 평점 9점을 주면서, 맨 오브 더 매치(MOM)로 선정했다.

당연했다. 멀티골을 기록한 케인과 날카로운 패싱력을 자랑한 에릭센도 대단했지만, 손흥민이 더 뛰어났다.

본래 강점이던 뒷공간을 무너뜨리는 능력은 흠잡을 데가 없다. 몸 상태가 정상에 다다르면서,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한다. 전반 24분에 보여준 단독 드리블에 이은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됐다면, FIFA '푸스카스상'을 노렸을지도 모른다.

슈팅과 결정력은 말할 것도 없다. 손흥민은 4차례 슈팅 시도 중 3번을 유효로 만들었고, 득점포까지 가동했다.

측면 활약도 눈부셨다. 자신감 넘치는 드리블 돌파로 자신을 마크하던 에드워즈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순간 스피드를 활용한 비슷한 공격 패턴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경지에 오른 느낌이다. 후반 25분, 스토크 시티 마크 휴즈 감독이 첫 번째 교체로 에드워즈를 불러들인 데는 이유가 분명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키패스 성공 횟수였다. 손흥민은 무려 6개의 키패스를 성공했다. 손흥민의 발을 떠난 6번의 패스 모두 유효 슈팅으로 이어졌다는 소리다. 수비가 밀집한 공간의 틈을 찾아낼 수 있는 시야와 정확한 킥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수치다. 최근 손흥민이 다재다능한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는 근거에는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패싱력이 큰 몫을 차지한다.

기복도 사라졌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득점을 몰아치고, 침묵하는 상황을 반복했다. 지난해 9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5골을 넣었고, 4월에는 리그에서만 5골을 기록했다. 시즌 21골 중 절반에 가까운 득점을 두 달 동안 몰아쳤다. 10월과 11월 등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해 주전에서 제외되는 일도 있었다. 득점이 꾸준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지만, 들쑥날쑥한 경기력이 더 아쉬웠다.

올 시즌은 다르다. 전방과 측면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게 되면서, 자신감이 넘친다.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하더라도 패스와 드리블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토트넘이 졸전을 거듭했던 크리스털 팰리스전이나 도르트문트와 맞대결이 증명하듯이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는 득점포를 가동한다.

무서운 폭발력과 경기력을 꾸준하게 보여주고 있다. 손흥민의 상승세와 성장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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