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중 한 장면.

지난 7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중 한 장면. ⓒ MBC


지난 8일 자로 앵커직에서 물러나게 된 배현진 앵커의 <뉴스데스크> '고별' 방송은 결과적으로 '사과방송' 즉 '고지방송'으로 시작했다. 7일 MBC <뉴스데스크>는 "MBC-TV는 2017년 3월 20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에서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제6조(형평성) 제1항을 위반한 내용을 방송하여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제재조치 결정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습니다"라는 고지를 방송 첫머리에 내보냈다.

이는 지난 4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통심의위)가 <뉴스데스크>가 정치권 동향을 보도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관련 내용만 다루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여타 정당의 내용은 다루지 않은 것과 관련 '주의'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뒤늦게 고지방송을 내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방통심의위는 "피심 프로그램(<뉴스데스크>)에서 총 23건의 리포트 중 대선과 관련된 정치권 동향을 2건에 걸쳐 보도하면서 <'전두환 표창' 곤혹…표심잡기 '안간힘'>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광주 경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의 활동 내용, <후보 4명 압축…다음 주 후보 결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자유한국당 2차 예비경선의 결과와 추후 경선 일정 등만을 방송한 바, 심의규정 제6조 제1항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정과 함께 '주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당시 방통심의위 회의록을 보면, 이주승 <뉴스데스크> 편집부장은 "방송 전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 등 주요 사안"들이 많았고, "각 정당 대통령 후보가 선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아이템이 빠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주승 부장은 8일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이 취임하면서 면보직 시킨 '김장겸 체제'의 보도국 주요 보직 인사 23인 중 한 명이다. 

한편 이에 대해 당시 윤덕수 방통심의위 위원은 "선거 방송 심의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정도로 공정성 내지 객관성, 형평성을 MBC에서 조금 더 관심을 가졌다면 이런 사태,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MBC에 없던 세 가지, 즉 '공정성'과 '객관성', '형평성'을 제대로 지적하고 나선 셈이다.

하필 이상현-배현진 앵커의 <뉴스데스크> 진행 마지막 날 이러한 '고지방송'이 나갔다는 사실은 무척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밀려 있던 '사과' 방송을 해치운(?) 것으로 풀이할 수 있지만, 그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민언련 등 언론단체들로부터 최악의 '방송'으로 꼽혔던 망가진 MBC의 선거 방송을 압축하는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고지방송이 나간 7일을 마지막으로 '적폐방송'의 아이콘이었던 배현진 앵커는 <뉴스데스크>에서 하차했다. 그리고, 8일 '최승호 체제'의 MBC는 "한시적으로" <뉴스데스크>의 간판을 내린다고 알렸다. 대신 <MBC 뉴스>를 40여 분간 편성했다. 이는 그간 시청자들로부터 외면 받아온 <뉴스데스크>는 물론 MBC를 제대로 '재정비'하겠다는 신임 사장의 뼈아픈 결단이자 출사표로 보였다.

배현진 떠난 <뉴스데스크>  

 새로 MBC 뉴스를 진행하게 된 아나운서 김수지.

새로 MBC 뉴스를 진행하게 된 아나운서 김수지. ⓒ MBC


"저희 MBC는 신임 최승호 사장의 취임에 맞춰, 오늘(8일)부터 뉴스데스크 앵커를 교체하고 당분간 뉴스를 임시체제로 진행합니다.

저희들은 재정비 기간 동안 MBC 보도가 시청자 여러분께 남긴 상처들을 거듭 되새기며, 철저히 반성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치밀한 준비를 거쳐 빠른 시일 안에 정확하고 겸손하고 따뜻한 뉴스데스크로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8일 이상현-배현진 앵커가 물러난 자리에서 <MBC 뉴스>를 진행한 김수지 아나운서는 이런 첫인사로 포문을 열었다. 김수지 아나운서는 강원민방, KTV 국민방송 등을 거쳐 올해 MBC에 입사한 신입 아나운서로 알려졌다.

이러한 김 아나운서의 기용은 향후 새롭게 시작하는 MBC가 과거 '적폐방송'의 인사들을 '간판'으로 내걸지 않을 것을 천명하는 상징적인 출발로 보인다. 최승호 사장 역시 지난 7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과 배현진 앵커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합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미 신 국장은 <시선집중>과 <100분 토론> 등에서 하차한 상태다.

이날 <MBC 뉴스>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 사건을 헤드라인으로 보도하면서 딱히 모날 것 없는 내용을 선보였다. "세월호 유해발견 늑장보고" 공무원들에 대한 해양수산부의 중징계 요구나 '삼성'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추가 확인에 따른 경찰 압수수색, 군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 시절 안보 분야 실세' 김태효 전 대외전략비서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도 빠짐없이 보도했다.

 MBC 출신 해직 언론인 복귀 리포트. MBC 뉴스 보도

MBC 출신 해직 언론인 복귀 리포트. MBC 뉴스 보도 ⓒ MBC


이용마 기자 등 6인의 MBC 해직 언론인 복직 소식은 8번째 꼭지였다. 전날인 7일 <뉴스데스크>는 최승호 <뉴스타파> PD의 MBC 대표이사의 선임 소식도 10번째 꼭지로 다뤘다. <뉴스데스크>의 한시적 <MBC 뉴스>로의 전환은 이렇듯 '최승호 체제'의 MBC와 보도국이 반성과 일신을 최대한 빨리 이뤄내겠다는 다짐이라 할 만 하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승호 사장은 8일 오후 MBC 보도국 주요 인사를 단행,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이 2012년 파업 이후 비제작부서 발령 등 불법 발령부터 부당 해고 등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체제에서 좌천과 배제를 당했던 인물들이다. 비제작부서이자 대표적인 '유배지'였던 경인지사 문화사업국에서 부당 발령됐다 8일 보도국장으로 임명된 한정우 기자나, 보도국 취재센터장에 임명된 박성제 기자가 대표적이다.

지상파의 위기와 최승호 MBC 체제

"JTBC, KBS 등 정부의 승인을 받아 운영되는 방송사는 대개 3~4년에 한 번씩 재허가 심사를 받습니다.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경우 재허가 기간이 이달 말로 끝나 최근 심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들 3사 모두가 재허가 기준에 미달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확인 결과 SBS는 647점, KBS 1TV와 2TV는 각각 646점과 641점, MBC는 가장 낮은 616점을 기록했습니다.

재허가 기준 점수인 650점을 전부 넘지 못한 건데 방송법에 따라 조건부 재허가 또는 재허가 취소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상파 3사는 평가 항목 중 가장 비중이 높은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과 공익성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재허가에서 기준점 이하를 받은 건 창사 이래 처음입니다."

8일 JTBC <뉴스룸>이 보도한 <KBS·MBC·SBS 지상파 3사 '재허가 낙제점'... 사상 초유>란 리포트 중 일부다. 이날 최승호 MBC 신임 사장의 취임 소식에 묻혔지만, MBC와 관련된 또다른 괄목할 만한 소식은 바로 이 뉴스였다. 지상파 3사가 공히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재허가 기준에 미달한 점수를 받은 것은 '역대 최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치욕적이며 세계적인 조롱감"이라며 경영진이 책임을 묻기도 했다.

지상파 3사가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 평가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사필귀정일 수밖에 없다. 지난 9년 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해왔던 MBC와 KBS는 물론 SBS 역시 정권의 언론장악과 개입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사실은 지난 국정농단 사태 이후 명백히 입증되고 있지 않은가.

'김장겸 체제'는 완벽하게 몰락했다. 그리고 MBC 최승호 신임 사장의 출범했다. <뉴스데스크>의 한시적 <MBC 뉴스> 체제와 보도국 인사 개편과 같은 최 사장의 변화의지 천명은 이렇게 철저하게 몰락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던 공영방송의 새출발을 의미하는 시금석과도 같다.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던 이상현, 배현진 앵커가 12월 8일부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던 이상현, 배현진 앵커가 12월 8일부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 MBC


같은 맥락에서, 배현진 앵커의 하차가 섣부른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은 이러한 '상징성'을 간과하는 단견일 수 있다. 괜히 정부나 기업의 CI나 슬로건 등에 투자를 하겠는가. 시청자들이 인식하는 '망가진 MBC'를 상징하는 인물은 '얼굴만 아는' 신동호 국장보다 <뉴스데스크>의 간판인 배현진 앵커일 수밖에 없다. 최 사장 취임과 함께 단행된 <뉴스데스크>와 배 앵커에 대한 '조치'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지상파 재허가와 관련, 오는 20일 전후로 예상되는 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지상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재허가 조건이 제시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KBS 노조는 여전히 파업 중이고, YTN 역시 새 사장 선임과 관련해 '다시' 내홍이 거세지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다시 <뉴스데스크>를, MBC 뉴스를 봐야 하나"란 궁금증들이 소셜미디어 상에 넘쳐 나고 있다. 이른바 '최승호 효과'다. 새 돛을 올린 MBC와 MBC 보도국의 변화가 공영방송 정상화는 물론 '기레기 시대'를 보내고 언론과 방송 지형의 새 바람을 일으킬지 지켜보도록 하자. 아니, 그 '변화'의 선두에 '정상화' 된 MBC가 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MBC 최승호 뉴스데스크 배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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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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