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 김동현 집행위원장

서울독립영화제 김동현 집행위원장 ⓒ 서울독립영화제


해마다 전년 관객을 넘어서고 있는 '서울독립영화제2017'이 8일 저녁 CGV 압구정에서 시상식과 폐막식을 끝으로 올해 행사를 마무리했다. 올해도 1만 관객을 넘기며 최다 관객을 기록해 국내 대표 독립영화제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때로는 독한마음으로 저항하며 맞서왔던 서울독립영화제는 올해 어느 때보다 안정되고 여유로운 모습 속에 새로운 독립영화들을 선보이며 성공적인 행사를 치러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독립영화를 옥죄던 반영화 세력들이 정리되는 가운데 열린 행사라는 의미도 있었다.

특히 올해부터 영화제 책임을 맡은 김동현 집행위원장 체제가 안착했다는 평가다. 오랜 시간 사무국장을 맡아 서울독립영화제 살림을 챙겼던 김 집행위원장은 올해 행사를 무난히 치러내며 역량을 확인시켰다. 100회가 넘는 관객과의 대화와 토크포럼, 홍기선 감독 특별전 등은 서울독립영화제의 의미를 잘 살린 프로그램이었다. 김 집행위원장은 국내 주요 영화제의 몇 안 되는 여성 집행위원장으로서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전여빈 독립스타상, <소성리> 독불장군상

 서울독립영화제 2017 대상 수상작인 <이월>의 김중현 감독과 배우들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독립영화제 2017 대상 수상작인 <이월>의 김중현 감독과 배우들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서울독립영화제


스스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모는 여성이 어떤 선택들을 감내하는지 가만히 좇는 극영화 김중현 감독의 <이월>이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어떤 삶의 얼굴을 지닌 이의 위엄을 존중하는 성숙한 태도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삶과 영화의 가능한 관계에 대해 신중하게 숙고하게 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최우수장편상은 능숙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다는 평을 받은 신동석 감독의 <살아남은 아이>가, 최우수단편상은 '데이트 폭력'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설득력 있게 다룬 이수아 감독의 <손의 무게>가 각각 수상했다.

 영화 상영 후 소성리 주민들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박배일 감독

영화 상영 후 소성리 주민들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박배일 감독 ⓒ 서울독립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대상 수상작인 <소성리>는 사단법인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선정하는 '독불장군상'을 이강현 감독의 <얼굴들>과 함께 받았다. 부산영화제 배우상을 수상한 <죄많은 소녀> 전여빈은 <한낮의 우리>의 배우 문혜인과 함께 새로운 독립영화 배우들을 발굴하고 있는 독립스타상을 받았다. '독립스타상' 상금은 배우 이영애가 후배 독립영화 배우들을 위해 후원했다.
한해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국내 영화제를 결산하는 성격이 있는 만큼 서울독립영화제의 경쟁은 국내의 어떤 영화제들보다 치열하다. 이미 국내와 해외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경쟁하기에 후보작들의 수준이 높다.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을 수상한 <죄많은 소녀> 전여빈 배우(가운데)가 영화 상영 후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을 수상한 <죄많은 소녀> 전여빈 배우(가운데)가 영화 상영 후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서울독립영화제


이 때문에 여러 수상 중 배우 전여빈의 독립스타상 수상과 <소성리>의 독불장군상 수상은 돋보인다. 부산영화제 뉴커런츠 상을 수상해 크게 주목받은 <죄많은 소녀>는 본상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전여빈의 연기는 인정받은 셈이다.

독립스타상은 그동안 이주승, 이상희, 정하담 등 새로운 독립영화 배우들을 발굴했던 상이라는 점에서 전여빈 배우를 독립영화 기대주로 부상시켰다. 같은 상을 수상한 문혜인 배우 역시 독립영화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치는 배우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소성리> 역시 부산영화제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을 통해 작품성과 영화의 의미에 대한 지지를 얻었다. 사드반대에 대한 독립영화인들의 의지가 투영된 면도 있어 보인다. 부산영화제 폐막식에서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 한국영화의 원흉으로 비판받는 서병수 부산시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박배일 감독. 소성리 주민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찰한 것이 연이서 좋은 평가를 받는 모습이다.

'새로운 선택'은 <국가에 대한 예의>

 <국가에 대한 예의>를 연출한 권경원 감독

<국가에 대한 예의>를 연출한 권경원 감독 ⓒ 서울독립영화제


강기훈 유서대필조작사선을 중심으로 91년 분신 정국을 다룬 권경원 감독의 <국가에 대한 예의>는 신진 감독의 참신한 작품을 응원하는 '새로운 선택상'을 수상하며 박수를 받았다. 억울한 누명을 씌운 자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승승장구하고, 고통의 나날을 보내온 사람은 음악으로 마음을 달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부산영화제 상영에 이어 '사람사는세상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면 호평을 받았는데, '새로운 시선상'은 작품에 힘을 실어준 모습이다.

김보람 감독의 <피의 연대기> 역시 '새로운 시선상'을 수상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지원을 받아 첫 상영된 <피의 연대기>는 여성의 생리 문제를 다룬 영화인데, 안팎의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2018년 1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기대작이기도 하다.

이밖에 영화제 기간 동안 관객투표를 통해 선정되는 관객상은 김현정 감독의 <나만 없는 집>과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가 각각 수상했다. 이솜이 주연을 맡은 <소공녀>는 <1999, 면회> <족구광> 등을 만든 광화문시네마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는 영화다. 5년 만에 부활된 '집행위원회 특별상'은 <국경의 왕> 임정환 감독이 수상했다.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들은 이후 특별전과 순회상영 형태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며, 7일 개봉한 <초행>을 시작으로 순차적인 개봉을 통해 대중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서울독립영화제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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