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

오타니 쇼헤이 ⓒ MLB.com


요 며칠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궈놓은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3)의 행선지가 한국시간으로 9일 오전 마침내 결정됐다. 30개 팀 중 7개 팀으로 1차적으로 선택지를 좁힌 그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은 LA에인절스였다. 당초 샌디에고 파드레스가 유력 후보로 자주 거론됐고, 시애틀 매리너스가 오타니 영입전에 상당한 공을 들였지만, 두 팀 모두 오타니를 붙잡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LA에인절스는 그간 오타니 영입 전에 있어서 국내 팬들에게는 그저 기사에 지나가는 팀 1 정도로 소개나 전략에 있어서 알려진 바가 많지 않았다. 유틸리티 활용에 관심을 갖고 오타니에게 400타석을 안기겠다는 컵스, 팀내 주포 넬슨 크루즈에게 외야수 출장까지 부탁했다는 시애틀, 이전부터 많은 공을 들인 샌디에고, 포지도 나서서 어필했다는 샌프란시스코 등 상당한 구애를 해왔지만, 에인절스는 텍사스와 함께 이렇다할 어필이 가장 적었던 팀이었다.

국내팬들에게는 사실 '의외의 계약'이 되긴 했지만, 일단 서부 해안에 위치한 스몰마켓 팀, 그리고 과거 일본인 선수가 뛰지 않았거나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 수 있는 팀이라는 조건에도 꽤 가까웠던 팀이었다. (물론 시애틀과 샌디에고가 저기에 더 부합하는 팀이었다)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에인절스타디움은 다저스타디움에서 차로 1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에인절스에서 활약했던 일본인 선수는 하세가와 시게토시(5시즌), 마쓰이 히데키(1년), 다카하시 히사노리(1시즌 반)이 있었다. 하세가와가 준수한 불펜자원으로 뛰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셋 모두 뚜렷한 족적을 남겼던 건 아니었다.

투타겸업에 도전할 오타니는 선택을 했고 계약도 마무리지으며 첫 발걸음을 드디어 뗐다. 그렇다면 현재 오타니 앞에 놓여있는 LA에인절스의 선발진과 야수진은 어떤 경쟁구도를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 선발진, 내구성-기량 모두 의문부호 투성이... 오타니 막중한 책임

올해 선발진은 전염병 돌듯 부상이 이 선수 저 선수를 덮쳤다. FA를 앞뒀던 리키 놀라스코와 팀 합류가 다소 늦었고 마이너리그에서 뒤늦게 콜업됐던 파커 브리드웰만 부상에서 자유로웠고, J.C. 라미레즈가 꾸준히 자리를 지키다 8월 말 조기에 시즌을 접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몇경기 던지고 부상으로 황급히 자리를 물려주기 바빴다.

건강에서도 확실함을 주지 못했던 에인절스 선발진이지만 그렇다고 기량 면에서도 훌륭하다고 볼 수도 없었다. 작년 시즌 선발투수 중 팀내 1위의 ERA를 기록한 파커 브리드웰은 FIP와의 차이도 컸고(ERA 3.64 FIP 4.84) 마지막 7경기도 망쳤다(37이닝 3승 1패 5.35). 나머지 투수들은 기대 이하였다. 최근 2년 12경기만 등판했던 에이스 리차즈가 또 자리를 비우면, 에인절스 선발진은 또다시 난파선처럼 이리저리 흔들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타니는 이런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에인절스의 선발진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된다. 리처즈와 함께 혹은 리처즈를 대신해 선발진을 끌고가리라 기대할만한 선수는 오타니 정도 뿐이다. 맷 슈메이커는 2016년에만 160이닝을 한차례 소화했을 정도로 선발진에 들어와 보낸 2014년의 몬스터 시즌 이후 부상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 스캑스도 한 시즌을 제대로 보내본 적이 없고, 브리드웰은 아직 행운이 붙어다녔다는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 라미레즈는 분투했지만 임팩트는 부족했고 팔꿈치 인대 부분파열 진단으로 내년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내년 갓 태평양을 건널 오타니에게 많은 부담이 지워질 것으로 보인다.

# 야수진(외야수), 과연 유연하게 자리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앨버트 푸홀스. 그의 존재는 오타니 영입을 막을 것으로 예상이 많이 됐었다.

앨버트 푸홀스. 그의 존재는 오타니 영입을 막을 것으로 예상이 많이 됐었다. ⓒ LA에인절스


LA에인절스의 올시즌도 좌익수 대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카메론 메이빈, 에릭 영 주니어, 벤 르비어 등 주로 스피드로 승부를 보는 선수들에게 좌익수를 맡겼던 에인절스는 그들의 빈약한 타격과 시원치 않은 방망이와 수비로 인해 고민거리가 깊어졌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에인절스는 8월 웨이버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디트로이트에서 저스틴 업튼을 데려왔고 새로운 계약까지 맺어주며 좌익수 보강을 확실히 마쳤다.

좌익수 자리가 자리를 잡았고, 팀의 중견수와 우익수인 트라웃-칼훈의 조합은 아직도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고 있다. 트라웃은 그냥 슈퍼스타로 설명이 끝난다. 칼훈은 트라웃과 함께 에인절스 타순을 이끌어온 선수로, 올해 다소 부침을 겪었지만 이전에 지나온 시즌들을 보면 공수주를 모두 갖춘 우익수로 평가할 수 있는 선수다. 업튼의 합류로 부담까지 덜어낸 칼훈은 다시 실력발휘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업튼-트라웃-칼훈으로 내년 시즌 외야 구상은 확실히 마친 셈이다.

그렇다면 오타니에게 외야 출전 기회는 많이 돌아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제 지명타자로 눈을 돌려야하는데, 지명타자 자리에는 팀내 최고액 연봉자인 '살아있는 전설' 앨버트 푸홀스가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금의 모습은 세이버매트릭스 입장에서 아주 싫어하는 타자지만, 에인절스는 울며 겨자먹기로 푸홀스에게 지명타자를 맡기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한 방이 녹슬지는 않았고 득점권 찬스에서 냄새를 맡는 감각은 살아있어 클린업으로 배치시키고 있다. 실제 부상이 있었던 2013시즌을 제외한 네 시즌에서 푸홀스는 95타점 이상은 올려주고 있다.

상황별 OPS

득점권 .771
주자 없을 시 .655
주자 1루 시 .691

푸홀스는 2013시즌을 제외하고는 에인절스와 계약 기간 동안 연 평균 150경기를 전후해서 출전했다. 문제는, 푸홀스가 고질적인 족저근막염 부상에 시달리면서 1루 출장은 거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4시즌 116경기, 15시즌 95경기를 1루로 나온 푸홀스는 16-17시즌 도합 34경기에만 1루로 나왔다. 부상재발방지와 타격 집중을 위해 전업 지명타자가 됐고, 올시즌은 1루수로 겨우 6경기에만 미트를 꼈다.

연평균 150경기를 소화하는 타자지만 발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최악의 스피드와 민첩성을 지닌 채 지명타자로만 나오는 푸홀스의 존재는 오타니의 투타겸업 도전을 강력히 가로막는 요소다. 투타겸업을 이어가려면 1루 훈련까지도 병행해야 할법한 상황이다. 외야수들 중 1루를 해본 선수는 칼훈(13~15시즌 9경기-4선발 44이닝) 뿐이고 경력도 매우 적다. 에인절스는 이제 오타니에게 어느 포지션을 비워줄 것인가에 대한 숙제를 안게 됐다.

# 투타겸업 장애물 존재하는 상황 잘 대처해야 적응

앞서 언급했듯 에인절스는 지리적 여건과 기타 조건에서 오타니를 만족시킨 건 사실이다. 오타니는 지금 시점에서 투타겸업이라는 특이한 도전을 위해 미국에 건너온 만큼 자신의 선택이 매우 중요했는데, 일단 직접 팀을 골라 입단하는 데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반발한다고는 하나, 오타니에게 '자신의 도전에 있어 가장 최적화를 잘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팀'을 선택한다는 건 가장 중요한 선택요소였고, 이를 살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에인절스의 팀 전력과 로스터 구성에서 선발진은 쉽게 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타선은 유연한 대처를 하기 쉽지는 않아 보인다. 주력 선수들 중 계약기간이 가장 적게 남은 칼훈과도 2년을 함께해야 한다.(참고로 칼훈은 현재 구성에서 팀내 5위에 해당하는 고액연봉자다) 그렇다고 오타니에게 몇 경기 기회 더주려고 칼훈을 계약 만료 전에 트레이드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따라서 투타겸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면 오타니가 적은 기회 속에서도 타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밖에는 길이 없다.

휴스턴의 강세와 팀 전력이 정상궤도는 아니라는 점, 그리고 감독 권력이 막강한 점에서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오타니에게 투타겸업 기회를 많이 만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에인절스의 구성을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메이저리그 첫 투타겸업 시즌은 많은 기대를 한몸에 받은 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기대감에서 오는 부담감을 잘 컨트롤하고 적응하는 것이 오타니에게 주어진 첫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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