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17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 나문희 배우, 설경구 배우, 최승호 감독(오른쪽 끝) 등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7일 오후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17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 나문희 배우, 설경구 배우, 최승호 감독(오른쪽 끝) 등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이현승 감독 제공


"영화감독이 MBC사장이 됐다."

MBC 신임 사장에 최승호 피디가 선임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 영화인이 보인 반응이다.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은 내정이 확정된 7일 오후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한국영화감독조합 주최 17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 시상식에 참석해 올해의 비전상을 수상했다. 

지난 8월 개봉한 다큐영화 <공범자들>로 이날 비전상을 수상한 최승호 사장은 이날 시상식에서는 '영화인' 최승호였다. 그는 "드디어 영화감독이 된 것 같다"며 "감독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겸연쩍고 미안했는데 영화감독님들이 상을 주시니 인정을 받은 것 같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최 감독은 또 "TV가 최고인 줄만 알았다"고 고백하면서 "영화를 찍으면서 이런 장르가 있구나 싶었고, <자백>이 국정원 개혁에 도움이 됐고, <공범자들>로 방송이 바뀌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영화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MBC 사장으로 선임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갖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유능한 프로듀서로 활약했던 최승호 사장은 지난 2년간은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영화 다큐멘터리 흥행에 주목할 만한 성적을 남겼다. 그의 첫 작품이었던 <자백>은 2016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돼 다큐멘터리상과 아시아진흥기구상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개봉해 14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1만 관객을 흥행기준으로 보는 독립다큐멘터리에서 대단한 성과다.

사장 끝나면 다시 영화 제작

 지난 8월 <공범자들> 언론시사회 당시 최승호 감독

지난 8월 <공범자들> 언론시사회 당시 최승호 감독 ⓒ 이정민


하지만 이는 준비운동에 불과했다. 올해 7월 부천영화제를 통해 공개하고 8월에 개봉한 <공범자들>은 26만 관객을 기록하며 전작의 두 배 가까운 흥행 성적을 거뒀다. 특히 영화 개봉이 '양대 공영방송 파업'이라는 시의성과 맞물리면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다큐멘터리의 흥행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린 것이다. 12월 8일 현재 <공범자들>은 국내 다큐멘터리 흥행 순위 5위, <자백>은 8위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공범자들>은 올해 국제엠네스티 언론상 수상작으로도 선정됐다.

한편 영화 속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나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전현직 MBC 사장,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는 최승호 감독의 모습은 액션 저널리즘이란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최 감독의 작품들은 최근 한국다큐멘터리에서 저널리즘 다큐의 약진에 큰 도움이 됐다.

최승호 감독은 사장 선임 직후 <뉴스타파>와 한 인터뷰에서 "사장 임기를 마치고 다시 영화도 만들 생각"이라며 "아마 사장으로 일을 하면서 영화 소재가 많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승호 감독이 MBC 사장이 되면서 앞으로 독립예술영화 프로그램이 편성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생겨나고 있다. 국내 방송의 독립영화 소개 프로그램은 KBS의 '독립영화관'이 있고, 최근 JTBC는 저예산 단편영화를 제작해 방송하는 프로그램 <전체관람가>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 사장이 독립다큐를 연출했던 감독인만큼 MBC에서도 관련된 프로그램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자백>과 <공범자들>을 배급했던 한 영화사 관계자는 "최 사장이 공익성과 공정성, 다양성 등을 중시한다"며 "독립예술영화 등 다양성 영화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알고 있고, 다음 주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생각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승호 디렉터스 컷 어워즈 공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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