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부산국제영화제 페막식 모습

22회 부산국제영화제 페막식 모습 ⓒ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새 집행부의 윤곽이 내년 1월 17일쯤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부산영화제는 5일 오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이사회를 열고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석 중인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가 어떤 형식으로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동호 이사장의 사퇴 후 처음 열린 이날 이사회에서는 이춘연 영화단체연대회의 대표가 정관에 따라 이사장 선임 때까지 임시로 이사회 의장을 맡기로 했다. 부산영화제 측은 새로운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선정을 통한 영화제 안정이 시급하다는 데 이사들이 공감했다며 다음 이사회가 열리는 1월 17일까지 1차 인선을 완료하고 내년 2월 정기총회를 통해 예산, 결산 심의를 하는 등 내년 영화제 준비를 차질 없이 하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인사추천위원회는 이춘연 의장과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채윤희 여성영화인모임 이사장, 최윤 부산영상위원회 위원장, 부구욱 영산대 총장 등 5인으로 구성됐다. 내부 논의를 거쳐 향후 인사추천의 구체적 방안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단체나 개인의 추천을 받는 형식으로 할 예정이고, 곧 이에 대한 공고가 나가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영화단체들의 추천 외에 개인이 지원하는 방식도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정관 개정 문제 등은 새로운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에게 맡기기로 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용관·전양준 복귀 원했던 김지석

 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올해 칸에서 타계한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을 추모하며 마련딘 김선웅 피아니스트의 연주.

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올해 칸에서 타계한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을 추모하며 마련딘 김선웅 피아니스트의 연주. ⓒ 부산국제영화제


추천 방식을 활용하기로 했으나 핵심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냐에 있다. 보이콧을 유지 중인 감독조합이나 촬영감독조합, 영화노조 등의 단체들이 부산영화제 정상화의 기준을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쫓겨난 2016년 2월 25일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집행위원장은 <다이빙벨> 상영과 블랙리스트로 인해 부산영화제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과 서병수 시장에 의해 유일하게 박해를 당했다. 부산영화제 사태의 상징적인 인물로 볼 수 있다. 해직 언론인들이 원래 일터로 복귀하듯 적폐청산과 함께 피해자들의 원위치가 중요한 시점이라, 이 전 위원장의 명예회복은 영화계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영화계가 내세운 부산영화제 정상화의 첫 번째 조건이다.

이 전 집행위원장은 그간 영화제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자신을 위해 싸우고 지지해준 영화계의 뜻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추천 과정에서 영화인들의 마음이 모아지는 모양새가 될 경우 복귀에 큰 어려움을 없을 전망이다

영화계 인사들은 이 전 위원장이 집행위원장보다는 이사장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부산영화제의 완전한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정관 개정과 안정적인 토대 마련을 위해서는 이 전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전 위원장은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 영화제를 예전 모습으로 돌려놓은 뒤 명예로운 이선 후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무국 직원들 역시 부산영화제를 회복시킬 사람은 이 전 위원장이라며 복귀를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전 위원장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서병수 부산시장이다. 부산지역의 한 영화계 관계자 A씨는 "서 시장이 이 전 위원장의 복귀를 원치 않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영화인들로부터 부산영화제 사태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서 시장은 지금껏 공식 사과를 한 적도 없고 '뻔뻔하다'는 안팎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서 시장 입장에서 이 전 위원장의 복귀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관련기사 : 사과 않는 서병수 부산시장, 부산영화제 정상화까지 방해?).

또 다른 문제는 부산영화제 사태가 빚어진 후 보이콧과 참여로 갈리며 이 전 위원장과 멀어졌던 영화인들의 마음을 어떻게 추스르느냐에 있다. 일부 이사들의 경우, 구체적인 인물을 정하지 않고 백지상태에서 집행부를 그려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올해 칸에서 타계한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3월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 "지난 2년간의 고통과 수모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며 이용관·전양준 두 사람의 무죄와 복귀가 이뤄지면 한이 풀릴 것이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고 김 부집행위원장이 이들의 원상복귀를 염원했다는 점에서 그 뜻을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역에서는 문정수 전 시장이 이사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지역관계자 A씨는 "그런 이야기는 들었으나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없다. 그냥 떠도는 말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영화인 역시 "문 전 시장은 고령인데다, 부산영화제 독립성 확보를 해 낼 여력이 없는 분"이라고 잘라 말했다.

부산단체, 범영화인협의체 구성 무시에 '서운'

 지난 10월 21일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리는 영화의전당 앞에서 서병수 시장 규탄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는 부산독립영화협회 최용석 대표

지난 10월 21일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리는 영화의전당 앞에서 서병수 시장 규탄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는 부산독립영화협회 최용석 대표 ⓒ 성하훈


이날 이사회에서는 한 이사가 "외국에서 영입을 하더라도 집행위원장은 국제적인 인물이 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영화인 이사들이 "부산영화제가 이미 세계적"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거론됐던 안성기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이나 조재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금 맡고 있는 일에만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재현 위원장은 지난 9월 DMZ영화제 기간 중 기자와 만나 "예전에도 내게 한마디 제안도 없이 그런 이야기가 언론에 나오던데, 제안이 온다고 할지라도 갈 마음이 전혀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안성기 위원장 역시 "아시아나단편영화제만 집중하겠다"며 부산영화제에서 제안이 온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지역 영화인들은 이사회에 요구했던 협의체 제안이 무산된 것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영화네트워크 부산 등 부산지역 영화단체들은 최근 부산영화제 정상화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는데, 이 과정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화를 위해 서울 영화인과 부산 영화인이 함께 참여하는 범영화인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들은 "이사장 선임 등 인사 문제를 거론하기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과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정관 및 조직 개편을 포함한 장기적인 비전과  집행부 구성을 위한 인사 기준 마련과 절차적 정당성 확보 방안을 모색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사들은 영화인 이사들로부터 사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이사회가 존재하는데 다른 협의체를 구성하는 게 말이 되냐"며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부산지역 영화단체의 한 관계자는 "간절한 제안을 했지만 이사회는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면서 "앞으로 이사회에서 합의한 '인사추천위원회'를 어떻게 꾸려 나갈지 두고 보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부산영화제 이용관 전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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