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혁, 변동준, 김승재, 최은석, 엄유경

고은혁, 변동준, 김승재, 최은석, 엄유경 ⓒ 뮤즈그레인


"그래, 나도 이 세상을 짊어지고 있지. 다 마찬가지야. 혼자 슬픈 세상은 무거워 오아시스를 찾는 나그네처럼 걸어 나갈 뿐이야." - 뮤즈그레인 정규 앨범 타이틀곡 '눈부신 밤' 중에서.

밴드 뮤즈 그레인이 첫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2006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Into The Rain'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은 지 11년, 밴드 결성 12년 만이다. 서정적인 첫 정규 앨범의 제목은 <눈부신 밤>이다. 팀의 주축인 김승재(보컬·기타), 변동준(건반·코러스)이 12년을 함께 했고 엄유경(바이올린), 최은석(드럼), 고은혁(베이스)이 새로 영입됐다.

"대학가요제 즈음에는 아주 행복했어요. 영화에나 나올 법한 반전이잖아요. 그 순간의 기분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떨려요. 상을 못 탔는데 팬들이 우리를 끌어올려서 유명해진 거잖아요. 암 환자가 저희 곡을 듣고 힘을 얻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막 눈물이 났어요. 이런 일들이 상 탄 것보다 훨씬 더 기뻤어요."(김승재)

"아무것도 모를 때였죠. 패기만 가득했어요. 그런 패기 때문에 'Into the Rain'이라는 신기한 곡이 탄생했지 않나 싶어요. 지금은 만들 수 없는 스타일의 곡이고 그때로 돌아가야만 만들 수 있는 곡이에요."(변동준)

12년 전엔 아마추어였다면 지금은 멤버 모두가 만족할 음악을 선보이는 프로가 되었다는 그들. 첫 앨범에서 전하고 싶은 것은 공감이 동반된 위로다.

"그냥 사는 이야기예요.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음악으로 만들어요. 특별히 무슨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잘 안 해요. 그때그때 감정들이 음표로, 가사로, 코드로, 연주로 표현이 돼야 가장 자연스러운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러나 이런 건 있어요. 저희의 음악을 듣고 위로받았으면 하는 마음이요."(김승재)

지난 11월 16일, 뮤즈그레인과 이메일을 통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학가요제는 행복한 추억

- 팀명은 어떤 의미로 짓게 되었나요?
김승재 :
"저는 대학 와서 밴드 하는 게 꿈이었어요. 그러던 차에 동준이를 만났어요. 같은 중창 동아리였거든요. 동준이가 피아노를 너무 잘 쳐 둘이 자주 연주하고 놀았어요. 그러다가 비 오는 날 저희 집에 모여 음악 들으면서 맥주를 마시다가 밴드를 해보기로 했어요. 순오 형(전 멤버)도 콘트라베이스를 하니까 같이 해보기로 했어요. 그게 시작이에요. 이름은 비 오는 날 밴드를 만들었으니까 'Rain'이 꼭 들어가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리저리 생각해보다가 Music, Groove, Rain을 합쳐서 MuzGrain이라고 지은 거예요."

- 2006년 대학가요제 때 'Into the Rain'으로 화제가 됐는데, 그 이후 첫 앨범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김승재 : "공식적인 첫 음반은 2009년에 나온 싱글 <웃는다>('웃는다' '그림자 달' 수록)예요. 대학가요제의 화제성을 그대로 이어가려면 2007년 초에는 나와야 했는데, 사실 타이밍을 놓친 거죠. 당시 몸담고 있던 회사 사정상 순서가 밀리게 됐어요. 뭐, 저희의 준비도 부족했다고 봐야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진짜 아마추어였거든요."
변동준 : "아마추어 티를 벗고, 군대도 다녀오고, 팀을 재정비한 후 2015년에 나온 미니 앨범 < Take Care >가 뮤즈그레인의 온전한 첫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래 걸리긴 했네요."

- 'Into the Rain' 곡은 이번 앨범에 싣지 않았던데요.
김승재 : "대학가요제 버전이 존재하잖아요.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자는 의견이 있어서 일단은 싣지 않았어요. 싣는다면 새롭게 편곡된 버전으로 재녹음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녹음할 당시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연주도 연주지만 사운드가 마음에 안 들어요. 이걸 추억으로 남겨두어야 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 팀이나 음악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김승재 : "멤버 교체가 있었습니다. 팀원 중에 저와 동준이만 원래 멤버고 다른 멤버들은 바뀌었어요. 저희가 초등학교 교사를 겸하고 있다 보니 지역이 나뉘는 상황이 왔거든요. 전남으로, 충남으로 멤버들이 흩어졌죠. 저와 동준이가 팀의 중심이다 보니 그 중심으로 멤버들을 영입해서 지금의 멤버들이 완성됐어요."

변동준 : "음악적으로는 정리가 조금 됐습니다. 옛날에는 막 했다면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정돈된 음악을 하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밴드를 하다 보니 경험적으로 쌓인 부분들도 있고요."

뮤즈그레인의 위로는 공감

 첫 앨범 <눈부신 밤>

첫 앨범 <눈부신 밤> ⓒ 뮤즈그레인


- 타이틀곡 '눈부신 밤'은 어떤 곡인가요?
엄유경 : "뮤즈그레인이 생각하는 위로는 공감이에요. '힘내'라는 공허한 말보다는 '니가 비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나도 똑같이 세상을 짊어지고 있다. 그래서 힘들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진짜 위로가 시작됩니다. 이게 공감이 아닐까 생각하는 거죠."

최은석 : "이 세상을 짊어지고 있는 많은 이들의 고민과 누군가의 발견을 기다리는 이들의 바람을 담은 곡입니다. '니가 발견하지 못한 밤. 내가 바로 그 눈부신 밤' 이런 의미를 가졌어요."

- 첫 곡 '#54'는 어떤 의미인지?
김승재 : "2번 트랙 '버스 정류장에서'에 나오는 버스가 54번 버스예요. 예전에 일하던 곳은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만 다니는 곳이었어요. 정류장에 사람도 거의 없어서 혼자 기다리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죠. 그 정류장은 지붕도 없어서 겨울엔 아주 춥고 여름엔 아주 더웠습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무료하게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너무도 아름다운 여인이 앉는 거예요. 이상형에 가까운 분위기를 발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여기에 왜 왔을까? 말을 한번 걸어볼까?' 기다리는 시간인 약 30분이 1분 같았죠. 그때는 정말 더위고 뭐고 버스가 안 오길 바랐습니다. 실제 그 버스는 752번인가 그랬습니다. 근데 노래로 만들다 보니 어감상 54번이 좋을 것 같아서 바꾼 거예요."

- 음반의 만족도는 어때요?
최은석 : "저희는 만족하니까 음반이 나왔겠죠?(웃음) 저희가 만족할 때까지 녹음하고 후반 작업을 했으니까요. 그러나 저희의 손을 떠난 순간 이제 저희의 것이 아니에요. 듣는 사람들의 몫이죠. 자식 같은 음악들이 어디 가서 천대받길 원하진 않아요. 한 땀 한 땀 만든 소중한 음악들이니까 아껴서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 지난 10월에는 전북대학교 병원에서 환우와 가족을 위한 행복콘서트를 열었는데, 여느 공연과 달랐을 것 같아요.
변동준 : "네. 그 공연은 저희가 힘을 드리러 간 공연이라 뿌듯했습니다. 힘을 드리러 간 공연 중에 제일 기분 좋았던 기억은 공연 문화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시골학교에서의 공연이었어요. 참, 보람차죠."

- 전북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데, 전북 음악신 분위기는 어떤가요?
김승재 : "전북 음악신은 한마디로 좁은 것 같아요. 국악과 재즈 장르는 활발하게 잘 돌아가는 것 같은데 저희처럼 밴드 음악으로 꾸준히 활동하는 팀은 손에 꼽을 정도예요.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공연장이 부족해요. 큰 공연장은 꽤 많아요. 그런데 시작하는 팀이 그런 공연장에서 공연을 추진할 순 없잖아요. 작은 공연장이 아지트처럼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조금 아쉽죠."

고은혁 : "지속 발전할 수 있는 음악 환경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인력도 인프라도 부족하기 때문에 뮤지션끼리 삼삼오오 모여 소규모 레이블 혹은 공연기획을 이어가고 있죠. 지역 음악신은 다들 비슷한 상황일 거라고 생각해요."

엄유경 :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새로운 형식의 공연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Muz and You'라는 브랜드입니다. 고퀄리티의 공연장을 매달 하루 직접 만드는 거예요. 다행히 협찬해주시는 좋은 분들이 계셔서 음향 및 조명 시설이 최상급입니다. 뮤즈그레인이 호스트가 되어서 마지막 순서를 책임지고 앞 순서를 오픈스테이지로 만들어서 다른 팀들에게 개방하는 시스템이에요. 이런 무대를 통해서 전북에 좋은 음악과 좋은 음악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이번 음반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김승재 "눈부신 밤."

음악 철학? 솔직한 음악!

 밴드 뮤즈그레인

밴드 뮤즈그레인 ⓒ 뮤즈그레인


- 추천하는 곡이 있다면요?
고은혁 : "'Rain'. 제일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적 형님의 노래에요. 비와 관련된 노래들은 언제나 좋습니다."

엄유경 : "저는 겨울마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 Soul Cooke > 앨범을 들어요. 정말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2번 트랙 '밤의 멜로디'를 추천합니다. 1번 트랙의 아카펠라를 듣고 '밤의 멜로디'로 이어져서 시작되는 부분이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줍니다. 겨울에 따뜻한 코코아 한잔이 생각나는 노래예요."

김승재 : "저는 저희 곡인 '내 안에 불이 끓어올라요'를 추천하고 싶어요. 누구나 꿈을 꾸면서 살고 있고, 욕망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그 꿈과 욕망을 시기하고, 낮게 치부해버리는 인물들도 공존합니다. 그들에게 외치고 있는 노래예요."

- 12월 계획은요?
최은석 : "12월에는 공연이 많아요. 일단 단독 공연이 3개나 있어요. 서울 공연은 12월 9일에 있고요. 크리스마스 공연, 연말 공연이 전주에서 있어요."
변동준 : "그리고 지금 정원영 교수님과 새로운 곡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고 있어요. 그 프로젝트에서 2월에 싱글과 뮤직비디오가 함께 나올 거예요. 저희도 기대 중입니다."

- 뮤즈그레인의 라이브 공연에 가면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요?
김승재 :
"일단 사운드가 좋아요. 저희는 음향에 아주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제가 그런 것에 아주 예민한 편이에요. 관객에게 듣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어요."
고은혁 : "숨소리가 들린다?(웃음)"
엄유경 :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저희는 한 번씩 공연을 라디오처럼 진행해요. 사연을 문자로 받고 읽어주고, 신청곡을 라이브로 들려주기도 하고요. 관객과 최대한 공감하는 공연을 추구하고 있어요."

- 뮤즈그레인만의 음악 철학은?
김승재 : "솔직하자. 음악을 가짜로 만들 수도 있어요. 가짜 감정을 지어서 노래를 할 수도 있죠. 곡을 쓸 때 억지로 짜내서 쓰면 그런 곡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런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의 곡을 만들고 싶어요."

- 힘을 얻고 위로가 될 멋진 말을 전한다면?
김승재 :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늦은 결심이 있을 뿐."
엄유경 : "하고자 하는 일이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아도 너무 좌절하지 마시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속에 위안을 얻어 가시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12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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