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오브 락> 포스터

<스쿨 오브 락> 포스터 ⓒ 윤스


잭 블랙의 대표작 중 하나인 <스쿨 오브 락>이 13년만인 지난 11월 29일 재개봉했다. 감독은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비포 시리즈로 유명한 리처드 링클레이터이다. 3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여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북미에서 8126만달러를 포함 1억 3128만 달러의 극장수입을 벌어들였다. 국내에는 2004년에 개봉하여 당시 1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었다. 영화는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초연을 하기도 했다.

록 밴드 '자리없음'의 창단멤버이자 기타리스트 듀이(잭 블랙)는 주체할 수 없는 '오버'와 뚱뚱하고 짜리몽땅한 외모 때문에 팀에서 퇴출당하고 만다. 이에 듀이는 새로 밴드를 구성하려 하지만 아무도 함께하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빌붙어 살던 친구 네드(마이크 화이트)의 집에서도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궁여지책으로 친구 네드인 척을 하며 친구 몰래 명문 사립초등학교에 임시교사로 취직하게 된다. 시간 때울 궁리만 하던 듀이는 음악시간에 아이들이 클래식기타와 피아노, 첼로, 심벌즈 등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음악에 재능이 있음을 감지한다. 그리고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된다. 바로 아이들과 록 밴드를 결성하는 것이다. 그는 멀린스 교장(조안 쿠삭)의 눈을 피해 수업은 안 하고 아이들에게 록을 가르쳐 록 콘테스트에 출전한다.

이렇게 <스쿨 오브 락>의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며 진부하다. 하지만 그 스토리를 채우고 있는 캐릭터와 설정들이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의 깊이는 의외로 상당하다. 영화는 비주류 혹은 소수의 정서들로 가득차있다.

주류사회와 거리 먼 이들의 이야기

 자신의 음악적 재능도 잘 살린 잭 블랙

자신의 음악적 재능도 잘 살린 잭 블랙 ⓒ 윤스


우선 명문 사립초등학교 학생들을 데리고 록 밴드를 결성한 듀이는 주류사회와 거리가 먼 인물이다. 듀이는 뚱뚱하고 무일푼이며 좋아하는 음악조차 대중음악에서 다소 밀려 있는 '록'이다.

록 밴드에 멤버로 발탁된 아이들의 면면도 비슷하다. 백보컬은 흑인에 뚱뚱한 아이며, 건반을 맡은 아이는 동양인이고 드럼을 치는 아이는 잘난척 하기 바쁜 아이다. 그리고 기타를 치는 아니는 소심하기 그지 없다.

'어른들이 만든 학교'라는 엄격하고 획일적인 시스템 속에 갇혀있던 이 비주류 아이들이 저항정신의 대표 음악 록을 함께 하며 개성을 찾아가고 성장해가는 모습에는 다양성과 소수의 힘이 담겨있다.

이것 말고도 주목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짝퉁 교사 듀이의 역할을 통한 교육법이다. 록 밴드의 멤버는 한정적이다. 보컬, 건반, 기타, 드럼, 베이스 그리고 코러스를 정하고 나면 끝이다. 당연히 한 반의 아이들 모두가 록 경연대회에 참여할 수가 없다. 아이들 모두가 각각의 재능을 살려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다.

똑부러진 성격에 반장 썸머는 밴드의 매니저가 되고, 기기에 재주가 많은 아이에겐 조명을 맡긴다. 그리고 패션감각이 뛰어난 아이에겐 록 밴드의 의상을 만들게 한다. 그 외의 아이들에겐 밴드의 이름을 짓도록 미션을 주며 작명 팀을 구성하기도 한다.

듀이는 그렇게 각자에게 재능에 맞는 역할을 찾아 주었고 아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역할 속에서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듀이처럼 아이들의 재능을 파악하고 키워주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것이 학교가 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지 돌아보게 만든다.

엔딩 크레딧 끝까지 보게 만드는 마지막 공연, 인상적

 영화의 각본과 조연을 맡은 마이크 화이트(좌)

영화의 각본과 조연을 맡은 마이크 화이트(좌) ⓒ 윤스


영화가 내포한 메시지도 훌륭하지만 끊임없이 유쾌함을 전달하는 영화의 오락성도 나쁘지 않다. 파워풀하고 경쾌한 리듬의 록 음악들은 귀를 장악하고 잭 블랙이 만들어내는 웃음도 준수하다. 이 영화는 마치 록 코미디 버전의 <죽은 시인의 사회>같다.

주인공 잭 블랙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스쿨 오브 락>은 잭 블랙의 원맨쇼에 가까운 영화이다. 영화는 실제 록 밴드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그의 음악적 재능과 특유의 괴팍함이 두드러지는 코미디 감수성까지 모두 녹아 있는 작품이다. 특히 웃음을 전달하며 기어이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그의 마지막 공연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 영화의 각본은 영화에 조연 네드로 출연한 마이크 화이트가 썼는데, 그는 실제로 3년간 잭 블랙과 같은 아파트 옆집에 살며 잭 블랙에게서 영감을 얻어 각본을 썼다고 한다. 재미난 사실은 마이크 화이트는 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영화에 삽입된 곡들 대부분 잭 블랙과 마이크 화이트가 직접 작곡한 곡들이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극의 사실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실제 연주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해 캐스팅 했다.

영화에는 전설적인 록 밴드 레드 제플린의 명곡 'Immigrant song'이 등장하는데, 레드 제플린은 자신들의 음악이 상업영화에 쓰이는것에 주저했다고 한다. 이에 잭 블랙과 제작진, 엑스트라까지 전부 나와 'Immigrant song'를 영화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간청하는 영상을 찍어 보내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 개봉 10년 후 잭 블랙과 영화속 아이들은 다시 모여 영화 10주년 공연을 하기도 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영화에 관사 'The'를 넣을지 말지를 고민했는데 결국 뺐다. 하지만 영화 오프닝 제목에는 The가 붙어있다. 실제로 몇몇 영화 사이트에는 영화제목에 The가 붙어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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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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