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해 주목받은 다큐멘터리들

올해 개봉해 주목받은 다큐멘터리들 ⓒ CGV 아트하우스, 엣나인필름, 아우라픽쳐스


따스한 봄바람이 불던 다큐멘터리 흥행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5월 역대 다큐멘터리 흥행 순위 3위에 오른 영화 <노무현입니다>로 시작해 <김광석> <공범자들> <저수지 게임>으로 이어지던 다큐 흥행세가 주춤하는 분위기다.

이 작품들은, 9만 8천 관객을 기록한 <김광석>을 제외하곤 모두 10만 관객을 넘기며 다큐멘터리 흥행을 이끌었다.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중 흥행 기준 1만을 넘긴 작품은 <내 친구 정일우> 한 편에 불과하다.

기대를 모았던 <올드 마린보이>나 <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등은 흥행 성적이 기대보다 밑돌고 있다. 앞서 개봉한 다큐멘터리들이 대선과 뒤늦게 알려진 고 김광석 딸의 사망, 공영방송 정상화, 이명박 전 대통령에 쏟아지는 각종 비리 의혹 등에 힘입어 흥행한 것과 비교된다.

다큐 관람 편수 늘어난 것도 원인

앞서 개봉한 다큐멘터리들이 시의성과 정치 사회적인 변화의 흐름과 맞물려 연이어 주목을 받은 것에 비해, 긴 시간을 들여 깊이 있게 제작한 정통 다큐멘터리들은 흥행에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언론인 출신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저널리즘 다큐가 흥행에서 상대적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관객의 호기심을 끄는 주제가 심층적인 저널리즘과 결합하며 좋은 흥행성적으로 이어지면서 어느 때보다 저널리스트들의 다큐 진출이 돋보인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파헤치면서, 언론의 역할을 대신한 것이 관객들을 끌어들인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당장의 이슈와 거리가 있는 다큐멘터리는 관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수의 다큐멘터리 영화 배급에 관여한 한 홍보마케팅사 대표는 "콘텐츠 자체의 흡입력이 흥행에 작용한 면이 크다"고 말했다. 흥미와 재미가 있는 작품에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다큐 개봉 편수가 증가하면서, 관객들이 관람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예전보다 많아진 게 이후 개봉 작품 흥행에 영향을 미친 면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예년에 비해 많은 다큐를 관람했기에, 충분히 봤다는 인식이 최근 개봉한 작품들에 대한 주목도를 떨어뜨렸다는 설명이다.  

개봉 시기도 흥행에 일정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직후 개봉한 <노무현입니다>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문재인 대통령의 출연 등에 힙입어 185만 관객을 기록해 역대 다큐멘터리 흥행 순위 3위에 올랐다. 하지만 8월말에 개봉한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은 이런 분위기가 많이 잦아든 가운데, 저널리즘 다큐와 시기가 맞물리며 흥행에 힘을 받지 못했다.

경북 성주 사드배치를 둘러싼 투쟁을 기록한 영화 <파란나비효과>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듯 흥행 기준선인 1만 관객에 미치지 못했다. 영화 <올드 마린보이>는 시사성 있는 주제가 아닌 탓인지 7천 관객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역시 국정교과서 논란을 총 정리한 의미 있는 수작이지만 국정교과서 문제가 폐지로 완료된 탓인지 시의성과 거리가 생기면서 아쉬운 흥행을 나타내고 있다.

뒤늦은 입소문에 1만 돌파

그렇다고 흥행에 고전하는 작품들의 작품성이나 완성도, 재미 등이 다른 다큐들에 떨어지는 건 아니다. 늦게나마 관객들의 발걸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뒤늦게 1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얻고 있는 <내 친구 정일우>

뒤늦게 1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얻고 있는 <내 친구 정일우> ⓒ 시네마달


<내 친구 정일우>는 오랜 시간 가난한 자를 위해 헌신해 온 정일우 신부의 삶을 정리한 인간미 넘치는 작품이다. <올드 마린보이>는 사선을 넘어온 한 사람의 가정과 그가 바닷 속에서 펼치는 사투를 풍부한 영상미를 통해 돋보이게 한 영화다. 전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보인 감독의 연출력과 따뜻한 마음이 화면 속에 가득 담겨 있다. 학자들이 깊이 있는 인터뷰를 통해 국정교과서 문제의 본질을 알려주는 <국정교과서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역사전쟁의 가치를 깨우쳐준다.

뒤늦게 입소문이 퍼져 관객들의 관심이 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내 친구 정일우>가 대표적이다. 공교롭게 김동원 감독이 개봉 시기에 맞춰 해외에 나갈 일이 생겨 관객과의 대화를 많이 갖지 못했지만, 단체 관람이 꾸준히 지속되며 개봉 한 달을 넘긴 지난 11월말 1만 관객을 돌파했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노영심, 김호정 배우, 용이 감독 등이 영화 선물 형태로 단체 관람을 주선했고, 정일우 신부가 일궜던 사회복지법인 복음자리도 대규모 단체관람 행사를 진행했다. 관객들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배급사 관계자는 "공동체상영 중심으로 상영이 꾸준하게 진행될 예정"이라며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올드 마린보이>도 극장 상영이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대관 상영이나 공동체 상영 형태로 관객들과 만나는 방법을 다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한 관객은 "감독의 역량이 대단하다"며 "머구리의 삶을 우리 모두의 전체적 삶과 대비되도록 아주 잘 만들었고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 같은 영화"라고 평했다.

<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은 역사문제뿐만 아니라 역사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어, 교육 다큐멘터리로 제격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키며 한국사회를 뜨겁게 했던 상황을 냉철하게 돌아볼 수 있게 하고 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파란나비효과>처럼 극장에서 일찍 내려진 다큐들도 예상 외로 공동체 상영을 중심으로 뒤늦게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는 경우를 본다"며 "잘 만들어진 다큐들이 늦게라도 관객들의 관심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흥행 내친구 정일우 국정교과서 5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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