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방탄소년단은 올 한해 한국을 넘어 세계를 열광시킨 그룹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방탄소년단은 올 한해 한국을 넘어 세계를 열광시킨 그룹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올해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 하나는 바로 방탄소년단이다. 데뷔 초창기(2013년 6월 데뷔)만 하더라도 음악보다는 특이한 이름으로 화제가 됐다. 조금씩 인기몰이를 하긴 했지만 기존 그룹들과 견줬을 때 확실한 대세가 되기엔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히트곡 'I Need U', 'Run' 등을 내놓은 2015년을 기점으로 방탄소년단은 "제대로 탄력 받았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거침없는 인기 행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그룹으로 올라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 특히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가요계 흐름을 따라가기 벅찬 중장년층들에겐 여전히 방탄소년단은 다소 낯선 존재다. 아래의 내용은 왜 방탄소년단이 인기를 얻고 유명세를 떨치는지, 그 이유를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중장년층을 위한 간략한 방탄소년단 가이드를 목적으로 꾸며진 글이다. 열성 팬들의 시각에선 한참 모자란 내용일 수밖에 없다. 또 기사에 그들의 모든 것을 담기 어렵다는 점을 사전에 양해해주길 바란다.

어른들에겐 생소한 방탄소년단의 인기

 여전히 중장년층에겐 방탄소년단의 이름부터 인기까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여전히 중장년층에겐 방탄소년단의 이름부터 인기까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2017년 가요계는 10~20년 전 아이돌 1세대라 불리던 그룹 H.O.T. 젝스키스 S.E.S. 핑클부터 2세대인 동방신기 SS501 등이 활동하던 시대와는 전혀 다르다. 지금은 수십만 장의 음반이 팔려도 이를 아는 기성세대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철저히 팬덤 위주로 수익이 발생하는 21세기 가요 시장에서 가수들은 열혈 소비자층을 타깃팅한 활동에 주력한다. 굳이 기성세대에게까지 존재감을 어필할 필요성이 줄어든 셈이다.

아이돌 시장의 주력 소비층, 10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사이에 아이돌 인기를 느끼는 체감 온도차는 클 수밖에 없다. 그나마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방탄소년단은 유튜브, V라이브, 각종 SNS를 통한 소통으로 팬덤을 모았다. 또 워낙 바쁜 해외 일정 탓에 중장년층이 친숙하게 느낄 만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자주 할 수 없었다. 기성세대가 방탄소년단을 생소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방시혁의 첫 구상은 아이돌이 아닌 힙합 그룹

 데뷔 초기 방탄소년단은 지금보다 달리 갱스터 랩 등으로 대표되는 센 음악을 앞세웠다.

데뷔 초기 방탄소년단은 지금보다 달리 갱스터 랩 등으로 대표되는 센 음악을 앞세웠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지난 2013년 데뷔해 올해 5년 차를 맞이한 방탄소년단이 지금의 위치에 올라설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방탄소년단을 기획한 방시혁 대표(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작곡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JYP 사단의 인기 작곡가 중 한 명이었던 방시혁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입상을 거쳐 가요계에 입문했다. 이 대회 입상자들 중 상당수가 조규찬, 고찬용, 유희열처럼 서정성을 앞세운 싱어송라이터인데 반해 방시혁은 트렌디한 팝, 댄스 음악으로 스스로의 입지를 다졌다. 조금 특이한 행보다. 물론 백지영의 대표곡 '총 맞은 것처럼' 같은 발라드 히트곡도 다수 만들긴 했지만 말이다.

방시혁 대표의 당초 구상은 아이돌 그룹이 아닌, N.W.A 우탕 클랜 등 대규모 인원으로 구성된 힙합 그룹의 결성이었다. 이는 어찌 보면 남다른 음악 인생을 살아온 방시혁이기 때문에 색다른 기획을 할 수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래퍼 빈지노, Mnet 예능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 우승으로 이름을 알린 래퍼 베이식 등 힙합 래퍼들과 접촉했지만 실현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랩몬스터(현재 활동명 RM)을 중심으로 틀이 짜여졌고 데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팀의 방향성, 멤버 조합 등도 달라졌다.

데뷔 초기의 '센' 음악... 유연함을 녹여낸 <화양연화> 시리즈의 성공

 인기 작곡가 방시혁. 방탄소년단을 만든 장본인이다.

인기 작곡가 방시혁. 방탄소년단을 만든 장본인이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2013년 데뷔 싱글 < 2 Cool 4 Skool >의 대표곡 'No More Dream'부터 이제는 각종 오디션 및 경연곡으로 자주 사용되는 2014년 미니 2집 < Skool Luv Affair >의 '상남자(Boy In Luv)' 등을 살펴보면 지금의 방탄소년단 음악과는 사뭇 다르다.

간단히 말하면 H.O.T .'전사의 후예'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 홈'이 떠오르는, 소위 '센' 힙합 음악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힙합은 방탄소년단 음악의 주요 장르 중 하나다. 그러나 현재 방탄소년단이 EDM, 트렌디한 팝 사운드까지 고르게 수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의 초기 음악 스타일은 상당히 달랐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여타 팀들과 차별화를 이루고 조금씩 팬층을 두텁게 만드는 데도 일조했다. 그러나 '강한 콘셉트'는 한편으론 인기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장벽처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전환점이 된 건 바로 2015년 부터 시작된 <화양연화> 2부작의 성공이다.


불안한 시대의 청춘을 노래한 음반은 방탄소년단의 특징을 잘 살린 작품들이었다. 이전 방탄소년단 음악에선 접하기 어려웠던, 유연한 멜로디도 <화양연화> 시리즈를 통한 팬덤 확보의 기폭제가 되어 줬다.

파트1의 대표곡 'I Need U'는 보이그룹뿐만 아니라 상당수 걸그룹도 커버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고, 파트 2의 'Run'에선 록 음악의 요소도 녹여내 다양한 음악적 변주를 시도했다. 이제는 방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화려한 군무, 퍼포먼스 역시 인기에 큰 몫을 담당했다.

2015년 방탄소년단은 데뷔 2년 만에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고, 52만 장 음반 판매고(<화양연화> pt.1 pt.2 합산)를 기록하는 등 대세 아이돌 그룹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를 넘어서 세계 무대로

<화양연화> 시리즈를  총 결산한 2장 짜리 스페셜 음반 <화양연화 Young Forever >와 정규 2집 앨범< Wing >의 연이은 성공에 힘입어 2016년 방탄소년단은 당당히 연말 시상식 '대상'을 차지한다. 여기까진 다른 인기 아이돌그룹이 걸어온 길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은 익히 잘 알려진 것처럼 해외 시장에서 더욱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며 자신들을 '월드 스타'로 만들어낸다. 물론 과거나 요즘에도 해외 순회 공연 등을 통해 외화를 긁어 모으는 건 일반적인 활동의 범주에 속하지만 방탄은 이보다 더 큰  범위의 팬층을 만들면서 또 다른 차별화에 성공한다.


방탄소년단만의 현란한 퍼포먼스를 담은 각종 영상은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됐다. 원디렉션 이후 이렇다 할 보이그룹이 나오고 있지 않은 미국 팝 시장에서 방탄소년단의 영상은 대중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017년 스페셜 음반 < You Never Walk Alone > 그리고 국내에서만 무려 140만 장 이상을 판 < LOVE YOURSELF 承 'Her'>를 거치면서 빌보드 뮤직어워드 수상, 아메리칸 뮤직어워드 공연, 미국 공중파 3사 인기 토크쇼 출연, 신년 특집쇼 공연 예정 등 과거 누구도 걷지 못한 길을 방탄소년단 스스로가 만들어 걷고 있다.

그들의 성공 요인... 아직도 보여줄게 무궁무진

 5일 빌보드지는 방탄소년단의 `MIC Drop`(스티브 아오키 리믹스)이 다음주 빌보드 핫100 순위 28위에 올라 케이팝 그룹 역사상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인터넷 화면 캡쳐)

5일 빌보드지는 방탄소년단의 `MIC Drop`(스티브 아오키 리믹스)이 다음주 빌보드 핫100 순위 28위에 올라 케이팝 그룹 역사상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빌보드


지난 5년간 방탄소년단의 행보를 간략히 정리해봤다. 사실 이것만으론 방탄이 왜 인기고 대세인지, 기성세대 입장에선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킨 방시혁 대표가 직접 말하는 방탄의 성공 이유를 들으면,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달 30일 홍콩의 한 호텔에서 2017년 'MAMA' 전문 부분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서 방 대표는 '방탄소년단의 성공과 서구 음악 시장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키노트 스피치)을 진행했고 3가지로 그 내용을 축약했다.

"주류 문화와 대안 문화의 공존"
"기존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공존"
"인종과 국가를 초월한 팬덤의 공존"


지난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훨씬 큰 반향을 일으킨 게 사실이다. 이를 통해 일부 해외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던 K팝이 주류 문화로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아쉽게도 지속적으로 끌고 가진 못했다. 충성도 높은 팬덤에 기반을 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면 방탄은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해외 대중들의 새로운 주류 문화로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난 2년 동안 보여줬다. 이는 지금의 방탄이 현재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의 대중음악계에서 SNS, 인터넷을 통한 소통과 홍보는 이젠 필수가 된 지 오래다. 방탄소년단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여타 그룹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방탄을 몰랐던 이들까지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또 매스미디어 위주로 프로모션을 도는 흐름에서 아티스트 주체적으로 홍보하는 것으로 바꾼 눈여겨 볼 사항이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다국적 팬덤의 형성은 방탄소년단의 자랑거리이자 인기 기반이기도 하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 위주로 인기몰이를 했던 선배 그룹들과 달리 방탄소년단은 미국, 유럽, 남미 등 전 세계를 아우르는 팬덤을 만들었다. 이들은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언어와 국가를 초월한 공존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때마침 방탄소년단의 싱글 'MIC Drop'(Steve Aoki Remix)이 빌보드 핫 100 싱글 차트 28위에 올라 역대 K팝 그룹 사상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아직도 보여줄 게 더 많은 7명의 청년들이기에 지금의 일궈낸 결과들은 결코 방탄소년단의 정점이 아닌, 또 다른 성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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