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카드사에서 '누가 내한공연을 왔으면 좋겠느냐'는 내용의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현존하는 뮤지션'에 대한 투표였지만, 2009년 해체된 오아시스(Oasis)가 상위권에 올랐다.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와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를 찍은 표까지 포함하면, 수만 표였다. 오아시스의 팬덤이 국내에 얼마나 강력하게 구축되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오아시스 최대의 강점은 나와 리암의 관계였어, 그게 밴드를 끝내버린 요소이기도 했지만..." - 노엘 갤러거

오아시스의 전기 영화인 <슈퍼소닉>(2016)에서 노엘 갤러거는 밴드 시절을 이렇게 회고한다. 그의 말처럼, 오아시스의 처음과 끝은 결국 갤러거 형제다. 리암 갤러거의 유니크한 록 보컬, 그리고 노엘 갤러거의 작곡 능력,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캐릭터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그리고 그들은 신화가 되었다.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자신감

 리암 갤러거의 솔로 앨범 < As You Were >

리암 갤러거의 솔로 앨범 < As You Were > ⓒ 워너뮤직코리아


극심한 불화 끝에 오아시스를 해체한 뒤, 비디아이(오아시스의 멤버였던 겜 아쳐, 앤디 벨 등과 함께 결성한 밴드)의 실패를 경험했던 리암 갤러거는 지난 10월, 첫 솔로 앨범 < As You Were >을 발표했다. 음역대는 조금 낮아졌지만, 전성기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목소리가 돌아왔다는 점이 최고의 수확이다. 그렉 커스틴(Greg Kurstin)이라는 걸출한 프로듀서와 함께 손을 잡고 로큰롤의 멋과 팝적인 감각을 모두 잡았다.

특히 처음으로 공개된 싱글 'Wall Of Glass'를 비롯, 'For What It's Worth', 'Come Back To Me' 등의 싱글들은 오아시스 시절의 노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가 과거의 존재로 머물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음을 느낄 수 있다.

지난 8월,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와 함께 내한 공연을 해서 'Slide Away'를 불렀을 때도, 팬들은 그의 목소리에 환호했다. 그는 최상의 상태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들고 돌아왔다.

리암 갤러거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에 대한 평점을 10점 만점에 11점으로 매겼다. 그의 호언장담대로 이 앨범이 오아시스의 명작들을 초월하는 앨범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록스타의 자신감이 가득 배어있는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느리지만, 높이 나는 새!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3집 < Who Built The Moon? >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3집 < Who Built The Moon? > ⓒ 유니버설뮤직


'치프'(Chief)로 불리며 오아시스의 전권을 쥐었던 노엘 갤러거는 이미 두 장의 솔로 앨범을 성공시킨 바 있다. 11월 발표된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의 3집 < Who Built The Moon? >을 들어보면, 그가 걷는 길이 리암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Power'로부터 영감을 받은 'Fort Knox'와 함께 앨범이 시작된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귀에 들어오는 것은 사이키델릭 사운드와 소울,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범위를 아우르는 사운드다. 오아시스 7집의 'Falling Down'과 'Bag It Up'과 'Falling Down'을 들어보시라, 사실 노엘은 예전부터 사이키델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노엘 갤러거는 'She Taught Me How To Fly'에서 뉴 오더(New Order) 풍의 기타 리프를 소환해낸다. 이어지는 'Be Careful What You Wish For'에서는 비틀즈(The Beatles) 같은 리듬이, 'Black & White Sunshine'에서는 스미스(The Smiths)의 기타리스트 조니 마(Johnny Marr)를 연상시키는 기타가 돋보인다(조니 마는 노엘 갤러거의 우상이자 절친한 친구다. 그는 2집 수록곡 'Ballad Of The Mighty I'에 참여했으며, 이번에도 'If Love Is The Law'에서 기타와 하모니카 연주를 맡았다).

이렇듯 노엘 갤러거는 록 역사에서 자신이 사랑했던 순간들을 한 시대로 엮어 다듬고 특유의 멜로디로 마무리한다. 노엘 갤러거는 라디오헤드(Radiohead)처럼 급격한 커브를 하는 뮤지션이 아니다. 그의 진화는 다소 느려 보이지만, 점진적으로 결을 쌓아 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우리는 변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다. 'Dead In The Water'만 들어도, 명징한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감각이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곡 'The Man Who Bulilt The Moon'은 이 앨범에서 결코 놓쳐선 안 될 최고의 순간이다.

재결합 안 하면 어때?

최근 미국 <롤링스톤> 지에서는 올해 최고의 앨범 50개를 뽑았다. 흥미로운 것은, 리암 갤러거의 < As You Were >과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의 < Who Built The Moon? > 이 공동 37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공동 순위였다. 영미권의 평론가들도 재결합을 간절히 원한다는 의미 아닐까 싶다.

동생 리암 갤러거는 재결합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반면, 형인 노엘 갤러거는 재결합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이다. 심지어 '모든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굶는다 해도 재결합은 안 하겠다'며 단호한 의지를 표출하기도 했다.

물론 미래는 모른다.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이야기는 제쳐두고, 두 뮤지션이 각자의 소신대로, 취향대로 만든 음악에 귀를 기울여보자. 물론 함께 있을 때 더욱 빛나겠지만, 각자의 빛을 내는 록스타들의 모습을 보는 일도 그 못지 않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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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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