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멜론뮤직어워드 로고

멜론뮤직어워드 로고 ⓒ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난 2일 '2017 멜론뮤직어워드(아래 MMA)'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009년 시작된 이래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 MMA는 이름 그대로 스트리밍 사이트 '멜론'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사랑받은 인기곡을 추려 시상하는, 가요계 총 결산이라는 나름의 의미를 지닌 시상식이다.

시상식이 끝난 지 며칠이나 지났음에도 일부 누리꾼들이 수상작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누리꾼들은 MMA도 국내 여타 시상식의 공통적인 병폐인 '나눠주기' 급 수상자 안배부터 특정 가수 혹은 곡 제외 등을 답습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누리꾼들이 제기하는 의혹을 토대로 이번 MMA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 방안은 없는지 한 번 살펴보겠다.

실제 음원 성적보단 대형 스타 배려가 우선?

방탄소년단, 사랑 그 자체 방탄소년단이 2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멜론뮤직어워드>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2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멜론뮤직어워드>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엑소, 언제나 최강자! 엑소가 2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멜론뮤직어워드>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엑소가 2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멜론뮤직어워드>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MMA는 2016년 11월 20일부터 발표된 음원을 대상으로 ▲음원 성적 ▲심사위원 성적 ▲팬 투표 등을 합산해 각 부문 수상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017 멜론뮤직어워드 시상 부문 안내 및 수상자 선정 기준. 멜론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선정 기준을 미리 발표하고 팬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2017 멜론뮤직어워드 시상 부문 안내 및 수상자 선정 기준. 멜론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선정 기준을 미리 발표하고 팬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 멜론 홈페이지


먼저 누리꾼들이 지적한 부분은 바로 '베스트송' 부문이다(음원 60%, 심사위원 20%, 팬 투표 20%). 인터넷 상에 올라온, 멜론 혹은 가온차트 통계만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마니아들의 사전 조사표를 살펴보면 지난 1년간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볼빨간 사춘기의 '좋다고 말해', 아이유의 '밤편지', 트와이스의 'Knock Knock', 윤종신의 '좋니' 등의 순서로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가 많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노래들은 '멜론 월간 1위'를 연이어 차지하며 지난 한 해를 빛낸 인기곡들이기도 하다. 누리꾼들은 이 데이터를 토대로 이번 수상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날 시상식에선 예상을 깨고 방탄소년단의 '봄날'이 '베스트송'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심사위원 점수, 팬 투표를 합치면 역전 가능한 점수 범위 내였다곤 하지만 이 곡의 누적 다운로드, 스트리밍 수는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의 그것에 견줄 때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일부 누리꾼들은 '주최 측의 수상자 배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트와이스의 'Knock Knock', 위너의 'Really Really' 같은 곡은 아예 후보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기에 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혹자는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의 대상 수상 실패 이유가 그간  MMA 측이 대상 부문 선정에서 드라마 OST 음원을 배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런 원칙이 적용되려면 애당초 베스트송 후보에 이 곡을 넣지 않았어야 한다.

아이유, 예쁨 한가득 가수 아이유가 2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멜론뮤직어워드> 레드카펫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가수 아이유가 2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멜론뮤직어워드> 레드카펫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볼빨간사춘기, 이제 어색하지 않은 레드카펫 볼빨간사춘기가 2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멜론뮤직어워드> 레드카펫에서 입장하고 있다.

볼빨간사춘기가 2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멜론뮤직어워드> 레드카펫에서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아티스트 부문'도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지난 한 해 아이유, 볼빨간 사춘기는 압도적인 스트리밍, 다운로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상은 그룹 엑소가 차지했다. 여기에 지난 2013년 수상자 싸이를 끝으로 사라졌던 '글로벌 아티스트' 부문을 4년 만에 부활해 방탄소년단에게 상을 수여했다. 물론 올 한해 세계 무대를 대상으로 눈부신 활약을 펼친 가수가 방탄소년단임을 감안하면 납득할만한 시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시상식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달여전 부터 일찌감치 소개한 개별 부문에는 해당 상 및 이 부분에 대한 선정 기준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 급하게 결정한게 아닌지 의구심도 들었다.

실물 CD 판매량에선 압도적인 기록을 세우는 엑소와 방탄소년단 등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분야는 바로 '멜론'으로 대표되는 음원 성적이다. 누리꾼들은 이를 토대로 소위 '대형 스타' 가수에게 주최 측이 지나친 배려를 한 게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MMA가 공지한 규정에 누리꾼들이 올린 통계를 대입해보면, 아이유가 아티스트 부문과 앨범 부문을 수상하고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가 베스트송을 받았어야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멜론측이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라, 누리꾼들이 올린 통계가 맞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잡음이 이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여타 시상식과 마찬가지로 시상의 취지를 딱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문(핫 트렌드, 카카오 핫스타, 원더케이퍼포먼스 등)의 난립은 차라리 애교에 가까웠다.

최근 논란에 대해 로엔 측 멜론담당 매니저는 5일 오전 <오마이스타>와 한 통화에서 "멜론은 홈페이지에 공지된 통계대로 계산한 것"이라고 밝히며 '통계결과를 공개할 수 없느냐'는 추가 질문에는 "다운로드나 그런 부분은 아티스트 수익과 관련된 거라 원칙상 공개해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심사위원 채점표 공개는 불가능한가?

여자친구, 추위 잊게 만드는 여친들 걸그룹 여자친구가 2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멜론뮤직어워드> 레드카펫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걸그룹 여자친구가 2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멜론뮤직어워드> 레드카펫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트와이스, 예쁜애 아홉명 트와이스가 2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멜론뮤직어워드> 레드카펫에서 손인사를 하고 있다.

트와이스가 2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멜론뮤직어워드> 레드카펫에서 손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팬덤을 앞세운 팀들의 음원차트 '줄 세우기'는 여전하다. 그러나 실제로 2017년 일간, 월간 순위를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팬덤보단 온전히 노래에만 중심을 둔 이용자들의 소비 성향이 두드러졌다. 발라드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이를 토대로 수상작을 선정했다면 오히려 기존 뻔하디 뻔한 다른 가요상과는 차별되는 MMA만의 색깔을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이미 스트리밍+다운로드 등 대중들의 각종 음원 이용을 근거로 매일, 매주, 매월 멜론의 각종 순위가 매겨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MMA에서 심사위원 점수 및 팬 투표의 존재는 오히려 제대로 된 수상작 선정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작품성이 배제된 채 철저히 인기 위주로 운영되는 대부분 가요시상식의 심사위원 점수제는 객관적인 지표(음원 성적)를 극소수 사람이 평가하는 주관적인 점수로 뒤집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되려 공정성 훼손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최근 청룡영화상의 움직임은 '공정성' 차원에서 여타 시상식이 참고할 만하다. 청룡영화상은 작품상, 감독상 등 전 부문(인기상 제외)에 걸쳐 심사위원의 투표 내역을 시상식 다음날 공개하고 있다. 어느 심사위원이 어느 작품, 배우, 감독에게 표를 행사했는지를 떳떳히 대중들에게 밝히는 것이다.

물론 점수 공개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상 부문에 대해선 논란이 발생할 수 있지만 각종 잡음을 최소화해 공정성을 어느 정도 담보하고 있다. 과연 멜론은 심사위원 명단 및 점수를 공개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2017 멜론뮤직어워드(MMA) 수상 내역

▲올해의 앨범상=아이유
▲올해의 베스트송상=방탄소년단
▲올해의 아티스트상=엑소

▲글로벌 아티스트=방탄소년단
▲댄스 남자 부문=엑소
▲댄스 여자 부문=트와이스
▲랩/힙합 부문=다이나믹듀오X엑소 첸
▲알앤비/소울 부문=수란
▲포크/블루스 부문=정은지
▲발라드 부문=윤종신
▲록 부문=김희철X민경훈
▲인디 부문=멜로망스
▲트로트 부문=홍진영X김영철
▲팝 부문=에드시런
▲신인상=워너원

▲TOP 10=트와이스, 방탄소년단, 엑소, 아이유, 빅뱅, 위너, 레드벨벳, 볼빨간사춘기, 헤이즈, 워너원
▲카카오 핫스타상=워너원
▲네티즌 인기상=엑소
▲핫트렌드상=방탄소년단 슈가X수란
▲MBC뮤직 스타상=현아
▲스테이지 오브 더 이어=박효신
▲베스트 송 라이터=아이유
▲뮤직비디오상=방탄소년단
▲OST상=에일리
▲1theK 퍼포먼스=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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