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1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 MBC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과도기의 <뉴스데스크>를 살린 건 북한이라고.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 15형' 시험발사 성공 소식을 알린 지난달 29일 이후 어제(1일)까지 3일간, MBC <뉴스데스크>의 주요 뉴스는 북한 핵 관련 소식이 점령했다. 미사일 발사 소식은 물론 한국과 미국, 일본과 중국의 반응까지 29일은 9건, 30일은 8건을 보도했고, 1일은 5건에 머물(?)렀다.

북한의 화성 15형 발사 뉴스는, 주요한 뉴스가 맞다. 하지만 <뉴스데스크>의 방영 시간이 여타 방송국의 메인뉴스와 비교해 40분 남짓으로 다소 짧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양적으로 절대적인 분량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공정성과 균형이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지적받아 왔던 MBC <뉴스데스크>는 상대적으로 민감하거나 복잡한 국내 현안보다 종종 북한 관련 뉴스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뚜렷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려울 것 없다. MBC가 그간 보여왔던 북한 문제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전통적으로 보수와 극우 매체들이 견지해 왔던 '안보상업주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북핵 문제를 과도하게 부각시키며 '공포'와 '위협' 상황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MBC 정상화'를 요구했던 기자와 PD들을 회사 내에서 완전히 축출하고 배제시키려했던 경영진 입장에서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나 MB로 향하는 검찰의 칼끝과 같은 뉴스는 피하고 싶지 않겠는가. 이렇게 명약관화하게 퇴보한, 공정성과 신뢰성에 심각하게 금이 간 MBC 뉴스는 오늘도 보나마나한 뉴스들을 생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언제쯤 '정상화된' <뉴스데스크>와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등을 볼 수 있을까. 

MBC의 새 사장 선출 과정은 "역사적인 사건"

 취재진 향해 포즈 취하는 MBC 사장 후보자 최승호-이우호-임흥식 MBC 사장 후보자로 출마한 최승호 MBC 해직PD(왼쪽부터), 이우호 전 MBC논설위원실장,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MBC 사장 후보자 정책설명회에 참석해 시작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취재진 향해 포즈 취하는 MBC 사장 후보자 최승호-이우호-임흥식 MBC 사장 후보자로 출마한 최승호 MBC 해직PD(왼쪽부터), 이우호 전 MBC논설위원실장,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MBC 사장 후보자 정책설명회에 참석해 시작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1일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 사장 공모에 지원한 후보자 13명 중 최종 3인으로 뽑힌 이우호 전 MBC 논설위원실장, 최승호 MBC 해직PD,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이 공개 정책설명회 무대에 올랐다.

현장에는 MBC 구성원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은 물론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 현장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과거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체제 하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MBC 노조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자평했다.

MBC 노조는 또 "72일 간 노동조합이 총파업, 더 나아가 김재철 체제 이후 7년 간 끈질기게 저항하고 싸워낸 MBC 구성원들의 승리이자, 민주주의와 언론자유 회복을 위해 촛불을 들고 싸운 시민의 힘으로 이뤄낸 쾌거"라고 설명했다. 확실히 이날 정책설명회는 달라진 MBC의 풍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주목할 것은 공정방송을 향한 세 후보자의 의지였다. MBC 노조는 이들의 공약 사항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세 후보자들이 공통으로 내건 계획들이 있다. 해고자 즉각 복직, 권력의 MBC 장악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 추궁, 보도와 편성제작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 실시 등 공정방송과 제작자율성 보장, MBC 재건 과정에서 노동조합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보장 등이다. 지역 MBC, 비정규직과 중규직, 외주 제작사들과의 상생도 공통적인 약속이다.

우리는 이 같은 약속을 환영한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공정방송이 노사 모두에게 부여된 의무라고 판결했다. 우리는 헌법과 법률이 우리에게 부여한 편성의 독립과 공정 방송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새 사장과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MBC의 신뢰 회복 방안을 토론하고 협력할 것이다."

세 후보자가 내놓은 향후 MBC의 비전은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 누가 지난 9년 간 MBC 철저하게 망가뜨리는 데 일조했는가, 그 경영진과 그들의 권력을 좇은 일부 인력들이 망가뜨린 보도와 예능, 드라마를 어떻게 재건하는가는 문제 말이다. '적폐 청산'이 대의라면, 그 기치 아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인력의 교체와 대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세 후보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언제까지 배현진 앵커의 <뉴스데스크>를 봐야 하나

 3명으로 압축된 MBC 사장 후보들.

3명으로 압축된 MBC 사장 후보들. ⓒ MBC


<뉴스데스크>가 대표적이다. <뉴스데스크>는 김장겸 사장 해임과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이하 MBC 노조)의 업무 복귀에도 불구하고 배현진, 이상현 앵커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른바 '배신남매' 불렸던 배현진 앵커와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 중 신 국장은 <시선집중>을 비롯해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뒤 두문불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TV조선> 이적설이 오보로 확인됐던 배현진 앵커와 <뉴스데스크>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예능과 라디오와 달리 보도부문의 정상화는 가장 더딘 속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평이다. 각 부문 책임자부터 일선 기자까지, 김장겸 체제 하에서 '촛불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뉴스를 제작해 온 인력들의 대체는 신임 사장의 취임 이후 개혁 작업과 맞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장 후보들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우호 전 논설위원실장은 "뉴스 앵커 전면 교체, <뉴스데스크> 앵커 '열린 오디션' 도입(후보 추천부터 선정까지 시민들 참여)"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이 전 실장은 "자율성, 공정성 확립"이란 기치 아래 "보도 편성 책임자 임명 동의제 도입"과 "부당한 지시에 대한 '저항권' 명문화"도 MBC 정상화의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다.

최승호 MBC 해직PD는 혁신안으로 "노사 공동 재건위원회"의 신설을 약속했다. 이를 통해 최 PD는 '부패 및 권한 남용 집중 조사', '엄정한 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 '해직자 즉각 복직'을 이행하는 동시에 '본부장 책임제 폐지', '국장 책임제 복원 – 제작 자율성 회복', '임명 동의제 등 구성원 의사 반영', '상향 평가제 실시' 등을 통해 조직문화를 일신하겠다고 밝혔다.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 역시 '해고자 즉각 복직', '경영진 전원 교체 원칙', '채용 과정부터 철저 검증', '잘못된 과거사 기록으로 남기기' 등을 관련 공약으로 내세우는 동시에 '능력에 따른 인사', '편성위원회와 임명동의제 등 도입' 등을 약속했다.

지난 9년 간 해고와 좌천, 배제를 겪었던 노조원들이 일선으로 복귀하는 것이 망가진 MBC를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순 없다. 결국 '멀쩡한' <뉴스데스크>와 배현진 앵커의 후임이 결정되는 것은 빨라야 세 사람의 후보 중 새 사장이 결정되는 오는 7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아직 총파업 중인 KBS 구성원들에게 본보기를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MBC <뉴스데스크>와 보도시사 부문의 정상화는 2017년 안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때까지, 국민들은, 시청자들은 기다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9년을 기다려 오지 않았는가.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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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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