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TV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 26화 끝무렵, 최도경(박시후 분)에게 마침내 화를 폭발하고 마는 서지안(신혜선 분)

KBS2 TV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 26화 끝무렵, 최도경(박시후 분)에게 마침내 화를 폭발하고 마는 서지안(신혜선 분) ⓒ KBS2


요즘 주말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아래 <황금빛>)이다. 11월 26일 방송된 26회가 39%(닐슨코리아 제공)를 찍으며 꿈의 40% 시청률을 목전에 두고 있다.

KBS 2TV 주말극은 두터운 고정 시청층을 가지고 있어, 그동안 방송된 대다수 드라마들도 시청률 20% 정도는 가뿐히 넘겼다. 하지만 최근 방송 환경의 변화(공중파 이외에 종합편성채널과 다수의 케이블 TV 등)와 유튜브, IPTV 등의 등장으로 시청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방송을 접하게 되면서 시청률은 전체적으로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청률 40%를 넘보는 것이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 <황금빛>이 이렇게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이 글에선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기존 막장 코드는 그대로

너무 우려먹어서 이제 그러려니 하는 한국 드라마 방정식이 있다. 대기업은 꼭 나와야 하고, 대기업의 후계자인 젊은 남자가 있다. 그런데 그 남자는 같은 회사의 (자신에게 까칠한) 너무 평범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여기서 또 빠지지 않는 것이 출생의 비밀이나 잃어버린 가족(특히 여주인공)을 찾는 이야기다. 또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을 좋아하는 이들이 나와 주인공 남녀 사이를 방해한다. 삼각사각으로 이뤄진 관계 속에서 남주와 여주는 몇 번을 만나고 헤어진다. 그런데 마지막회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갈등이 모두 해소되고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 이루어지며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황금빛>도 어찌 보면 전형적인 막장 드라마 공식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남자 주인공 최도경(박시후 분)은 해성그룹 부회장의 외아들로, 어릴 적부터 철저하게 '재벌가 교육'을 받았다. 평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외치며 가식적인 호의를 베푼다. 극 초반 최도경은 해서그룹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서지안(신혜선 분)과 차 사고를 시작으로 계속 얽히게 된다. 최도경은 이후 서지안이 25년 전 잃어버린 자신의 동생(최은석)으로 등장(이후 친동생은 서지안이 아닌 서지안의 쌍둥이 동생 서지수인 것으로 밝혀짐)하자, 푼수 츤데레 모습까지 보여주며 그녀를 챙긴다.

자신의 딸인 서지안을 해성가의 잃어버린 딸로 둔갑시켜 진짜 딸인 서지수 대신 재벌가로 들여보낸 서지안의 엄마 양미정의 행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극의 가장 큰 갈등의 시발점이자 최대 막장 요소다. <황금빛>은 이렇게 기존의 막장코드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심리묘사의 극치, 시청자들을 사로잡다

<황금빛>은 여주인공 지안의 심리 변화를 보여주는 데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지안은 극 초반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노력하는 당찬 모습(괄괄할 정도로)을 보여준다. 하지만 서지안은 부장의 '갑질' 심부름을 하다가 도경의 차와 사고를 내고, 친구가 낙하산으로 와 자신의 정직원 자리까지 차지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해성그룹의 잃어버린 딸이라니. 극 초반 지안은 자신이 아무리 재벌가 딸이라고 해도 키워준 부모와 가족이 소중하다고 하지만, 여러 가지 경제적인 좌절을 맛보다가 결국 재벌가 행을 택한다. 그리고 해성그룹의 딸로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갤러리에서 해성그룹의 딸로 갑자기 소개되는 자리에서는 전문가 못지않은 작품설명을 하며  재벌가 엄마 노명희(나영희 분)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자신감이 붙은 지안은 해성그룹 창립기념일 행사에도 정열적으로 매진한다. 그러다 지안은 발가락에 있는 돌무렵 생긴 흉터를 이상히 여기고 자신이 해성그룹의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마치 탐정처럼 지수, 그리고 오빠 지태(이태성 분)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의심을 점점 구체화 하던 지안은 25년 전 실종사건의 기사사진 속 주인공이 자신이 아닌 지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엄마 미정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집으로 돌아온 지안은 미정이 숨겨둔 장롱 속 상자를 발견하고 그 안에 든 지수의 어릴 적 사진을 보고 경악한다. 자신은 해성의 진짜 딸이 아니었던 것.

그 뒤 지안은 죄책감에 좌불안석이 된다. 특히 노명희가 갤러리 관장에게 정말 차갑고 매몰차게 복수를 하는 것을 직접 보고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게 된다. 결국 가짜 오빠 도경에게 사실을 털어놓지만, 지안 없이는 창립기념일 행사의 완성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도경의 제안으로 창립기념행사가 끝나면 사실을 밝히기로 한다.

이후 불안과 죄책감, 미안함에 떨던 지안은 먼저 자신이 해성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겠다며 도경에게 함께 있어 줄 것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할 수 없이 혼자 고백하기로 결정하고 집으로 향한 지안은 이미 DNA검사를 통해 자신이 해성가 친딸이 아님을 알고 있는 최재성 부회장(전노민 분)의 무서운 다그침과 마주하게 된다.

지안은 재벌가에서 쫓겨나게 되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아버지 서태수(천호진 분)가 최재성에게 얻어맞고 무릎 꿇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찜질방에서 죽은 듯 잠에 빠지게 되는 지안. 지안은 지수와 만나지만 지수에게 뺨을 맞기까지 한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지안은 깊은 밤 산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어촌민에게 우연히 구조된 지안은 삶의 희망을 모두 잃은 반폐인의 모습으로 하루 하루 산다. 그러던 중 고교 동창 선우혁(이태환 분)에게 발견되어 서울로 돌아오는 길. 도경이 차로 막아서며 화를 내자 지안은 생기 잃은 눈으로 상관하지 말라며 무시한다. 선우혁의 공방에서 일을 하게 된 지안은 여전히 생기 없는 얼굴로 일에만 몰두한다. 지안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나온 거리에서 아버지 태수를 맞닥뜨리지만 본능처럼 뒷걸음친다. 아버지 태수는 대화를 하려고 하지만 지안은 아버지에게 모진 말을 하며 집으로 안 들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후 지안은 도경을 만나고, 도경이 아버지에게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지안은 마침내 폭발한다.
"그게 너였어? 아버지에게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한 게 너였어? 네가 뭔데! 내가 안 만나고 싶은데 네가 뭔데 내 인생에 끼어들어. 다 끝났는데. 너 다시는 나타나지 마. 나한테. 그 얼굴 두 번 다시 안 보고 싶으니까!"

삶을 완전히 포기했던 지안이었지만, 미친 듯이 화를 내며 도경에게 독설을 퍼붓는다. 그동안 억눌렀던 여러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초점 없이 풀렸던 지안의 눈은 이렇게 감정을 폭발하며 생기를 찾는다. 배우 신혜선의 연기력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아버지 태수도 지안의 모습과 비슷하게 그려진다. 지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혹시 지안이 죽었을까 노심초사하던 태수. 지안을 드디어 만나지만 모진 말만 듣는다. 큰 아들 지태도 집을 나가 분가하겠다고 한 상태. 태수는 전에 지안이 그랬듯 며칠간 죽은 듯이 잠만 잔다. 큰아들 지태가 걱정이 되어 깨우자 "무슨 상관이냐고? 네가!!!"라며 버럭 화를 낸다. 태수의 눈에도 어느새 생기가 돌아온다.

 지수(은석)와 명희가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며 싸운다. 어쩌면 명희를 가장 닮은 사람은 지수가 아닐까?

지수(은석)와 명희가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며 싸운다. 어쩌면 명희를 가장 닮은 사람은 지수가 아닐까? ⓒ KBS2


평생 해성그룹의 맏딸로 갑질의 아이콘처럼 살아온 명희. 차갑고 이기적인 그녀는 모든 것을 자신의 계산 하에 움직이려한다. 인간미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어찌 보면 지수(은석)를 잃어버린 것도 노명희의 부주의 때문이다. 그녀는 가족도 자신의 완전한 통제 하에 두고자 하는 전형적인 갑이다. 그런데 그녀의 진짜 딸인 지수가 정면으로 반항한다.

바로 지수가 산 옷을 쓰레기장에 버리며 지수의 마음을 다치게 한 것이다. 지수는 이에 대해 명희에게 따지고 명희는 화가나 "집을 나가"라며 소리친다. 지수는 방만 구해주면 당장 나가겠다며 반발한다. 난생처음 '을'의 반격을 당하는 명희는 기가 찬 표정을 짓는다.

<황금빛>은 이렇게 여자 주인공 지안의 심리변화에 특히 주목하며 주변 인물들의 갈등으로 인한 심리묘사에도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막장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건, 이러한 심리묘사를 통한 인물의 감정표현이 세밀하게 그려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제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황금빛>. 2일 방송예정인 27회에서는 도경의 정략결혼 상대가 나오면서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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